홍용찬 저,
[실전 퀀트투자, 홍용찬 저]
오랜만에 서평을 작성합니다. 책은 꾸준히 읽고 있는데 서평을 남기는 일이 조금 줄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글을 쓸 때 특별히 준비를 하고 쓰는 편이 아니라 그냥 머릿속에 정리가 되면 바로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는 성격이라서 아무래도 컴퓨터 접근성이 제한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평 작성도 뜸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책을 읽었을 때 서평을 남긴 경우와 남기지 않은 경우 머릿속에 남는 정보의 양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요즘은 조금 아날로그 한 방법으로나마 정리를 하고 서평을 남기려고 합니다.
아무튼 오늘 서평을 작성하는 책은 홍용찬 저자의 <실전퀀트투자>라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추천사에 이름을 올린 분들이 믿음이 가는 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매트릭 스튜디오> (서평을 남긴 줄 알았는데, 남기지 않았네요. 곧 남기겠습니다.)의 저자이자 서울대 컴공 교수이신 문병로 교수님이 추천사를 쓰셨는데, 개인적으로 문 교수님의 <매트릭 스튜디오>라는 책을 워낙 인상 깊게 본 터라 문 교수님이 추천사를 쓰셨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SMART BETA>라는 책을 쓴 NH-Amundi 자산운용의 이현열 매니저님도 추천사를 쓰셨던데, 책도 인상 깊게 보았고, 블로그도 애독하고 있는 터라 크게 고민하지 않고 바로 책을 구입했습니다.
책의 내용은 책을 주문하면서 목차를 보면서 예상했던 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백테스트'에 상당히 심혈을 기울인 전형적인 퀀트 서적입니다. 여기서 '전형적인'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퀀트투자스러운 책이라는 것입니다. '투자 아이디어 - 백테스트를 통한 검증 - 검증 과정에서 주의할 점'이라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전에 봤던 책들과 달랐던 부분이라면, 보통 다른 책들이 F/S 수치나 주가 그 자체를 통해서 전략을 도출하는 것과 달리, 당연히 F/S와 가격을 기반으로 하는 전략도 소개하지만, 캘린더 효과에 대해서도 일정한 부분을 할애해서 이런저런 접근을 시도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캘린더 효과가 존재하는가에 대해서 궁금증을 갖고 있었지만, 막상 직접 검증을 하기에는 막상 투자에 활용할 것도 아닌데 굳이?라는 생각이 들던 것이 사실이라 더욱 반가운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그 외에 책에서 아주 특별한 부분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아주 정상적이고,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인 투자'를 지향하는 퀀트 투자 대중서적에서 아주 특별한 내용이 나온다면, 그게 오히려 아주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 책의 가치는 퀀트 투자에 대해서 아주 전형적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퀀트 투자에 입문을 고민하는 혹은 퀀트 투자에 입문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린 대로 책의 구성이 아주 명확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퀀트 투자에 도전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책의 구성대로 어떤 투자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그 아이디어가 과거 시장에서 유효했을지를 확인하는 백테스트를 거쳐서 검증하고, 책에서 저자가 친절하게 설명하는 검증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을 유의하는 방식으로 입문하면 훨씬 객관적으로 퀀트 투자에 입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책이 제게 가치가 있었던 이유는, 퀀트 투자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전 기본적으로 가치투자&집중투자를 지향합니다. 다만, 지향하는 투자관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써 요즘 시클리컬 산업에 해당하는 중공업과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퀀트투자라는 분야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공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백테스트 등의 검증방법을 통해서 과학적인 접근법을 지향하는 퀀트 투자가 제 투자관에 있어서 성역이라는 것을 없애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본질적으로 투자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 위한 과정이자 행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진리를, 각 투자 주체 단위에서 보면 각 투자 주체의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라는 행위는 그냥 상대적인 입장 차이에 불과할 것입니다. 누군가가 살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는 팔고 있다는 것이고, 합리적인 투자 주체라면, 사는 누군가는 해당 주식이 현재 싸게 거래되고 있다고, 파는 누군가는 해당 주식이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시간이 흘러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심지어 시간이 흘러서 결과가 나오더라도, 투자 세계 속 판단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상대적인 것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2가지 정도의 '대체로 맞는' 사실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평균 회귀'입니다. 한 투자 주체 입장에서 시계열적으로 투자 행태를 보면, 투자 행위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 위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횡단면적으로 투자 행태를 보면, 투자 행위는 어떤 것을 주고 다른 어떤 것을 받는 거래 행위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이때 우리는 투자 주체 입장에서 주는 것을 '가격'이라고 부르고, 받는 것을 '가치'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투자자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순가치'는 가치에서 가격을 차감한 둘 사이의 차이입니다. 즉, 아무리 높은 가치의 재화도 마찬가지로 높은 가격을 주고 사버리면 순가치는 커질 수 없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항상 좋은 투자 대상'이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분명 처음에는 가치가 높은데 비해서 가격은 그보다 낮아서 순가치가 컸던 재화라고 하더라도, 시장에 그 재화의 가치가 알려지기 시작하면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순가치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고, 특정 시점의 세계의 부가 무한하지 않다면 어떤 재화의 수요 증가는 다른 어떤 재화에 대한 수요 감소를 의미할 것이고, 그럼 소외되는 다른 어떤 재화의 가격이 하락하고 순가치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큰 틀에서 재화의 순가치는 주기적으로 평균으로 회귀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평균 회귀가 유효하다면, 동시에 '적당한 투자 방법론과 철학을 위해서 오랜 기간 고수하면 분명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라는 말도 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평균회귀를 특정한 재화에만 적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투자방법론과 철학도 평균회귀를 반복하는 재화의 경우처럼 주기적으로 인기를 끄는 투자방법론과 철학이 있고, 소외되는 것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아예 글러먹은 방법론과 철학을 채택한 것이 아니라면 자신이 믿는 투자 방법론과 철학을 유지하면서 버틸 수만 있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지속적으로 성공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지적 호기심과 탐구를 절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소외되어 값싸게 거래되는 것들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야만 평균회귀라는 현상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제 투자관을 실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성역을 없애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퀀트 투자의 '검증하려는 태도'는 그런 '성역 없애기'에 가장 필요한 자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검증을 해봤을 때, 유효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지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책에서 아주 질리게 외치는 '~ 어떨까', '~ 테스트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바로 위에서 말한 퀀트 투자의 검증하려는 태도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을 보면서, 저자의 '투자 아이디어 - 검증하기 - 유의사항'이라는 구조가 반가웠고 즐거웠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제가 가장 인상적으로 봤고 또 칭찬했던 '백테스트'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백테스트는 분명 아주 좋은 수단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백테스트는 과거 데이터를 활용한 것이기 때문에, '~란 전략이 미래에 ~할 것이다'라는 것보다는 '~란 전략이 과거에는 ~했었다'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입니다. 즉, 과거에 그랬기 때문에 미래에도 그럴 수도 있지만, 과거에 그랬지만 미래에는 안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항상 열어두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작년에 들었던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의 저자 권용진 님의 강연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시 권용진 님은 HFT라는 본인의 분야에 대해서 소개했었는데, 저는 HFT는 극단적으로 짧은 시간 단위로 시장을 보았을 때, 시장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패턴이 존재한다면 그 패턴을 미리 프로그래밍한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이용하고 그를 통해 초과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해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접근법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극단적으로 짧은 시간 단위를 분석해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패턴을 찾아낸다면, 아무래도 애매하게 긴 기간보다는 정상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렇게 찾은 패턴과 확률을 '고빈도', 즉 많은 시행 횟수를 통해서 실체화시킨다는 점이 아주 과학적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주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조금 더 정상성을 충족시킬 것으로 여겨지는 HFT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데이터를 활용해서 시뮬레이션하여 만든 전략 중 상당수가 실제 시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백테스트 결과가 미래에 관찰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퀀트 투자 전략은 시행 횟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HFT의 경우보다 조금 더 불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백테스트라는 비교적 과학적인 접근법을 활용하여 검증을 하고 있지만, 그 검증이 완전히 과학적이라는 위험한 생각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굉장히 즐겁게 독서를 했습니다.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