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적응은 여전히 덜 되었는데, 얄궂게 현지 시각으로 아침 점심 저녁이 되면 때맞춰 배가 고프다.
(새벽부터) 눈뜨자마자 아침 생각을 하며 달려온 이곳. 많은 추천을 받는 B 베이글을 찾았다.
런던은 대도시답게 아침 일찍부터 여는 카페나 식당이 많아 우리 가족 같이 아침을 꼭꼭 챙겨먹는 여행자에게 옵션이 많았다.
무슨 베이글집이 8시부터 문을 열어~ 감사하게… 라고 생각했는데 이들에겐 우리네 콩나물 국밥이나 순대국밥집 정도가 될듯!
가장 인기많은 베이글 세개를 시키고 자리를 잡았다. 내부는 매우 좁고 바(bar) 형태의 좌석만 있어 앉기에 (아이에게) 매우 불편했지만, 맛을 생각하며 감내했다.
이윽고 나온 베이글. 베이글의 내용물은 너무 많아 소스와 함께 흘러내렸고, 가게 안을 울리는 음악 소리는 클럽 음악 처럼 유독 쾅쾅 울렸고, 커피는 뜨겁고, 의자는 불편하고 몇중고를 겪다보니 정신이 혼미해져 베이글 자체의 맛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날씨가 조금 따뜻했더라면 밖에 테라스 자리에서 먹었을텐데. 아니면 베이글을 포장해서 공원이든 어디든 편히 앉아 조금 더 여유롭게 즐겼었다면 어땟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쫀득하고 따뜻한 베이글에 고소하고 눅진한 크림치즈와 연어의 조합은 매우 좋았다.
베이글을 먹고 예약해둔 스냅사진을 찍으러 빅벤 근처로 향하던 길. 갑자기 아들에게 비상상황이 발생했다! 걸어가던 길 한 가운데서 큰 것의(?) 신호가 왔다는 아들.
이른 아침 시각이라 문연 곳도 없고 화장실이(?) 귀한 런던 한복판에서 남편과 나는 화장실을 찾아 바삐 돌아다녔다. 결국 지하철역 안에 있는 화장실을 발견하여 큰(?) 일을
치른 아들. 튼튼해주어(?) 고맙다 ㅎㅎㅎ
스냅사진 찍을 장소에 도착. 빅벤을 배경으로 여러장 찍고, 곧이어 런던 아이를 배경으로, 웨스트민스터 지하철역 입구를 배경으로 여러컷을 찍었다.
날씨가 맑아서, 큰일을 치른 후 아들이 기분이 좋아서, 우리 컨디션이 받쳐줘서, 작가님의 디렉션이 분명해서,,,, 여러요인이 결합되어 맘에드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당분간 아이 학교에서 가족사진을 제출하라고 알림장이 오면, 이번에 찍은 사진들로 제출할 수 있어 마음이 편안~ ㅎㅎ
뒤이어 찾은곳은 런던 과학 박물관.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 아이가 지루할 틈 없이 가장 좋아했다.
어마어마한 규모에 입장부터 폐장까지 쉴틈없이 즐길 수 있다.
남아가진 부모라면 적극 강추!
Wonder lab(원더랩)은 과학 실험을 직접 시연해주고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는 수업이었다. 나의 영어실력에 한계가 있어서인지, 이 수업은 내게 살짝 지루했다 ^^;
원더랩 안에는 더 많은 체험공간들이 있었다.
원소별 특징을 설명해주는 시연을 듣기도 하고
교류와 직류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체험을 했다.
뒤이어, 게임의 일대기 전체를 체험해 볼 수 있는 Turn it up도 참여했다. 아케이드 게임부터 오늘날의 게임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게임 역사를 이곳 한곳에서
모두 체험해 볼 수 있었다. 게임에 관심없는 나는 아이와 남편이 두시간 내내 즐기는 모습을 구경하기만 해도 진이 빠졌지만,
그들이 행복하면 그걸로 된거지. ㅎㅎ
과학박물관에서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머물어서, 곧 다음 일정인 라이온킹 뮤지컬을 보기위해 바삐 이동했다.
밥때를 놓치고 놀다보니 배가 많이 고파서 뮤지컬을 보기전에 간단히 뭐 먹을게 없나 찾아보다가
한국 여행객들 사이에서 평점이 상당히 좋은 플랫아이언(체인점)에 방문했다.
스테이크와 햄버거를 시켰는데 이 평범한 식사가 왜그리 맛있는지. 정말 고기가 두툼하지만 부드러웠고
육즙가득한 햄버거에 행복해졌다.
다 먹고난 후 계산을 하면 위 사진처럼 도끼 칼을 주는데 저 칼의 용도는 아이스크림 교환권이다. 카운터 옆에 있는 통에 넣으면 우측처럼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후식으로 제공하는데 저 아이스크림 맛이 아주 또 일품이었다. 고소하고 눅진한 우유의 맛이 느껴지는데 커피향이 나고 위에는 초코렛 가루가 뿌려져 있어 달콤함이 더해진다.
가족 모두 아이스크림 맛에 취해서 기분 좋게 코벤트 가든 앞 공연 까지 함께 즐겼다.
이윽고, 뮤지컬 입장시간이 되어 라이시움 시어터로 향했다. 나는 런던의 전 일정중에 라이온킹 뮤지컬을 가장 기대했는데,
그러한 높디높은 기대 이상으로 너무나 만족스럽고, 흡족하며,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각 동물들의 특징을 기가 막히게 잡아내어 사람이 연기하지만 마치 진짜 동물들이 뛰어다니고 말하는것 처럼 연출한,
그 창의력이 정말 큰 감탄의 포인트였다. 또한 뮤지컬 넘버도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들으니 감동을 더했다.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그야말로 장관인 공연이었다. 다시 런던을 찾는다면, 졸고 있던 두남자를 떼고 나혼자 봐야지! ㅎㅎㅎ
공연을 다 보고 나오니 10시 반, 서둘러 집에가는 버스를 잡아타고 거의 11시 반이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다들 하루종일 이어지는 일정에 너무 지쳐있었다. 이렇게 기가차고 알이찬 런던의 세번째 날이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