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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C Aug 20. 2020

비운의 연쇄살인마 아일린 워노스 02.

서론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언급할 사항이 있다. 이 기록은 내가 2018년에 CMA(Certified Movement Analyst:  공인 움직임 분석가) 자격 논문에서 다뤘던 것이다. 다소 딱딱해질 수 있기 때문에 서술 형식을 에세이 형식으로 바꿨다. 또한 정보 제공보다는 분석 과정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특성상 전문용어의 사용을 배제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그때그때 간단한 설명을 넣겠다. 사실  LMA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다소 있기는 하지만 이 주제만큼은  LMA 분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독자에게 미리 양해를 구한다.  LMA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추후에 따로 매거진을 만들어서 써 내려갈 예정이다. 중반부에  Motif라고 불리는 움직임 기록법이 나올 것이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아, 이렇게 쓰이는구나' 정도로 봐주시길 바란다. 그러나 아일린 워노스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면 다음 관찰 대상부터는 조금 가볍게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읽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 기대한다.

  








 내가 자격 논문 관찰 대상을 범죄자로 정한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 나는 스릴러 장르, 특히 추리소설을 너무나 좋아한다 이상! 한 가지 덧붙이자면 호기심 정도랄까. 호기심이라고 해도 구체적인 목적과 목표가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단순히 '사람'이 궁금했다. 사실 아일린 워노스는 분석 후보 리스트 상위에 있던 대상은 아니었다. 소위 말해 상위 '후보'들은 제프리 다머(밀워키의 식인종), 테드 번디, 찰스 맨슨 등의 아주 악명 높은 범죄자들이었다. 그러나 실제 본인의 전신 움직임과 얼굴 표정이 충분히 담겨있는 영상들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은 마이크로 익스프레션 공부를 하고 있으니 몇 초밖에 안 되는 영상에서도 할 이야기들이 있겠지만 그 당시에는 오로지  LMA 밖에 없었으니. 여하튼 분석은 결국 패턴을 찾아내고 그 패턴에서 벗어나는 이상 신호들을 잡아내는 것이라서 영화 용어를 빌려서 말하자면 한 테이크에 2,30초 정도는 움직임이 나오는 영상을 선택해야 했다. 즉 인터뷰, 심문 장면이나 법정 공판 상황과 같은 영상이 필요했는데 상위 후보군들은 다큐멘터리 속에서도 분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정보 수집 과정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다시 분석 대상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사람이 아일린 워노스이다. 영화 '몬스터'의 실제 모델로 샤를리즈 테론이 아일린 역을 맡았고 이 영화를 통해 샤를리즈 테론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참고로 실제 아일린 워노스의 이야기와 거의 비슷하게 영화가 진행된다. 샤를리즈 테론이 이 작품을 위해 살을 찌웠는데, 분장이 실제 아일린 본인의 모습과 굉장히 흡사하다. 관심 있는 분들은 꼭 한번 보길 권한다.

 

 상대적으로 자료가 많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이라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였다. 아일린 워노스를 분석하기로 거의 마음을 먹어갈 무렵에 우리 학교에 특강이 하나 열렸다. 주인공은 마사 데이비스(Dr. Martha Davis) 박사로, 우리 학교 출신인  CMA 에다가  Signature Analysis의 창시자이다. 히틀러의 움직임을 분석한 글로 유명한 분이고  NYPD 형사가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뉴욕의 John Jay College of Crimianl Justice(존 제이 칼리지)에서 강의도 하는 분이었다. 데이비스 박사의 특강이 끝난 후에 쪼르르 달려가서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만저만해서 아일린 워노스로 결정하려던 참인데 혹시 다른 범죄자를 추천해줄 수 있을지 물어봤다. 데이비스 박사는 잠시 나를 가만히 쳐다보다가(이유는 지금도 모르겠다) 이렇게 말했다.


 "영상 자료를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가능하기만 하다면 UnABomber(유나바머: 하버드 대 출신의 수학천재로 버클리 대학 교수인 시어도르 카진스키의 별명. 1978년부터 95년까지 16회에 걸쳐 주로 과학기술 관련 종사자들에게 우편물 폭탄테러를 감행했다)를 하는 게 좋겠네요. 일반인한테 공개된 영상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한번 찾아봐요."


 듣던 중 너무나 반가운 정보였다! 그 즉시 유나바머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지만 데이비스 박사의 말대로 영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덕에 ‘맨 헌트’라는 유나바머의 이야기를 담은 미드를 알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나중에 유나바머가 허락한 유일한 인터뷰가 담긴 다큐멘터리를 찾기는 했다.






 어쨌든 그렇게 유나바머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원래 계획대로 아일린 워노스를 분석하기로 했다. 내가 참고한 영상은 그녀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아일린 워노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출처: 아마존





 이 프로젝트의 처음 계획은 영화감독의 입장에서 영화 ‘몬스터’ 속 아일린 워노스 역할을 맡은 샤를리즈 테론과 다큐멘터리에서 나오는 아일린 본인을 비교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에 학교 선생님 중 한 분이 ‘그래서 목적이 뭔데?’라고 묻는데 할 말이 없는 것이었다. 그저 호기심, 그뿐이었다. 물론 논문이란 것이 가설과 목적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나는 그냥 다짜고짜 궁금했다. 굳이 말하자면 샤를리즈 테론의 연기가 얼마나 아일린 워노스 본인과 흡사한가 정도랄까. 목적이 꼭 있어야 한다는 그 선생님의 말에 목적을 찾아 헤매다 보니 진도가 영 나가질 않아 난감했다. 꼭 목적이 있어야 하나 싶을 정도까지 갔는데 지도교수 할아버지 선생님의 한마디에 이 고민이 날아갔다.


 “그럼 그냥 시작해. 하다 보면 목적이 나오기도 해.”


 좋았어! 그냥 하자!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이 두 사람을 비교하려면 각 사람당 적어도 두세 개의 영상 클립이 필요하다. 영화 장면과 다큐멘터리의 연결점을 찾는 것도 문제였지만 것보다는 나 같은 초짜가(게다가 아직 분석가도 아니다!) 두 사람을, 대여섯 개의 영상을 분석하기에는 역량도 시간도 부족했다는 것. 그리고 애초에 영화감독 설정인데 굳이 두 사람을 비교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우선 아일린 워노스에 대한 분석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다시 방향을 바꿨다- 아일린 워노스 배역을 맡을 배우를 찾기 위해 아일린을 분석하자!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첫 단추를 끼웠다. 몇 달 동안 아일린만 보고 또 보다가(너무 봐서 동네 언니 같은 친근감을 느끼기까지 했다!) 어느 순간 그녀를 향한 연민이 내 안에서 슬그머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 그녀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내 논문의 제목이 정해졌다- Finding Compassion for a Serial Killer through Analysis(굳이 해석하자면 ‘분석을 통해 찾은 연쇄 살인마를 향한 연민’ 정도로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여정을 통해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맥락 안에서 상황을 판단하라(Don’t judge people, but situations in context)’는 결론에 도달했다.


 마지막으로 분석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와 한계점에 대해 언급하는 것으로 서론을 마친다.


1. 선택한 영상은 각 2,30초가량의 영상 클립 세 개다.
2. 각 영상에 Calm(차분한), Sadness(슬픔), Madness(분노)로 이름을 붙였고, Calm영상을 기준점으로 하여 나머지 두 상황을 비교/분석했다.
3. 상세한 분석에 앞서 먼저 그냥 영상을 보면서 느낀 점, 첫인상 등을 정리했다(General Observation). 이때 Imagery를 사용한 그림과 Clustering(일종의 마인드 맵이라고 할 수 있다) 작업이 동반되었다.
4. General Observation 후에 다큐멘터리 전반에 걸쳐서 보이는 아일린 워노스의 총체적인 움직임에서 두드러지는 패턴을 B/E/S/S(Body/Effort/Space/Shape - 추후 이 부분에서 설명을 동반할 예정)에 맞추어 분석 및 서술했다.
5. 후에 선택한 세 개의 영상을 Motif 기록법과 함께 더 상세히 살펴보았다.
6. 그리고 종합하여 결론을 내렸다.

7. 영문 대문자로 표기한 단어들은 다 LMA 용어이다.

8. 한계점: 실제로 눈 앞에서 관찰할 수 없어 비디오로만 관찰한 것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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