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는 왜 지레처럼 움직일까?

by 춘이로다

인체는 정말 신비롭다.


뼈를 중심으로 근육과 인대, 혈관, 신경 등의 조직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인체의 움직임은,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교향곡보다도 더 정교하고 아름답다. 각 기관이 정해진 리듬과 조화를 이루며 작동하는 이 경이로운 하모니는, 우리 몸이 단순히 ‘움직이는 생물학적 존재’를 넘어선 ‘살아있는 과학’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우리가 팔을 뻗고, 다리를 들고, 누군가를 들어 올리는 그 모든 순간은 물리학의 원리 위에 있다. 말하자면, 우리 몸은 그 자체로 ‘역학이 살아 숨 쉬는 하나의 우주’인 셈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개념이 바로 지레(lever) 다.


생체역학에서는 인체를 복합적인 지레 시스템으로 바라보며, 관절을 축으로 하여 근육이 만들어내는 힘과 저항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분석한다. 이번 편에서는 인체 지레의 기본 원리, 3가지 지레 유형, 우리 몸에 적용되는 사례, 그리고 필라테스 수업에서 지레 원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자.






1. 지레란 무엇인가?
지레(lever)는 하나의 축(지렛목, 받침점)을 중심으로 힘을 전달하는 막대 구조다. 고대부터 무거운 물건을 쉽게 들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었으며, 지금도 우리 몸의 움직임 대부분은 이 지레 원리를 따른다.

지레는 크게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 축/지렛목/받침점(Fulcrum): 회전의 중심이 되는 지점(예, 관절)
- 힘점(Point of Effort): 근육이 수축하여 힘을 전달하는지
- 저항점(Point of Resistance): 외부 저항이 작용하는 지점(예, 중력, 덤벨)
- 팔(Arm): 축과 각 지점 사이의 거리로, 힘팔(Force Arm)과 저항팔(Resistance Arm)로 나뉨
이 네 가지 요소가 어떻게 배열되느냐에 따라 1종, 2종, 3종 지레가 결정된다.

2. 1종 지레(First-Class Lever) - 중심에 축이 있는 균형형 지
축이 가운데 있고 양쪽에 힘점과 저항점이 있는 형태다. 회전의 균형을 잡는 데 적합하다.
- 구조: 힘점 - 축 - 저항점
- 특징: 균형 조절에 탁월 / 힘 or 속도 중 선택 가능
- 일상 예: 시소, 가위
- 인체 예: 고개 들기
1) 축: 환추/고리뼈(Atlas; C1)
2) 힘점: 목 뒤쪽 근육(승모근 등)
3) 저항점: 머리의 무게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균형 조절과 교정적 움직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3. 2종 지레(Second-Class Lever) - 저항점이 가운데 있는 파워형 지레
힘점보다 저항점이 축에 가까운 구조. 적은 힘으로 큰 저항을 움직이기 유리하다.
- 구조: 축 - 저항점 - 힘점
- 특징: 작음 힘으로 큰 저항 이동 가능 / 지렛대 효과 뛰어남
- 일상 예: 손수레, 병따개
- 인체 예: 까치발 들기
1) 축: 발가락 관절
2) 저항점: 체중
3) 힘점: 종아리 근육(비복근, 가자미근 등)
힘 효율이 좋아 체중 부하가 클수록 활용도가 높다. 하지만 속도는 느리다.

4. 3종 지레(Third-Class Lever) - 힘점이 가운데 있는 속도형 지레
가장 흔한 형태. 빠른 움직임에 유리하나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
- 구조: 축 - 힘점 - 저항점
- 특징: 빠른 움직임에 유리하나 많은 근력을 요구함
- 일상 예: 족집게, 낚싯대
- 인체 예: 팔 굽히기
1) 축: 팔꿈치
2) 힘점: 이두근 부착점
3) 저항점: 손에 든 물건
인체 대부분의 움직임이 이 3종 지레에 해당한다. 빠르고 민첩하지만 손실이 크다.

5. 지레는 고정된 구조가 아니다 - '지레의 형태는 변한다'
같은 동작도 자세와 부하 조건에 따라 지레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 즉 동작, 각도, 도구, 중력의 방향 등에 따라 같은 신체 부위도 서로 다른 지레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 예:
1) 팔을 몸통에 가까이 붙이고 드는 경우; 3종 지레(힘점이 중간)
2) 팔을 몸통에서 옆으로 멀리 벌린 채 들면: 회전팔이 길어지면서 토크 증가 -> 부하가 커짐 -> 더 많은 근력을 필요로 하게 되며 다른 지레 특성을 보일 수 있다.
이처럼 회전팔이 길어질수록 지레 유형은 같아도 부하 강도와 난이도가 달라진다. 이는 필라테스 수업에서 동작 조절과 강도 설정에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5번에서 예시가 잘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내가 그랬다!). 많은 사람들이 3종 지레의 '힘점이 가운데'라는 구조가 실제 인체 움직임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헷갈려한다. 이 사항을 조금 더 상세히 다뤄보겠다. 잠시 위의 '지레의 기본 구성'을 다시 보고 내려오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팔을 몸통 가까이 붙이고 드는 경우 (예: 가방 들기)>

- 우리가 흔히 하는 동작:
1) 팔꿈치를 몸에 붙인 채 손으로 무거운 가방을 들어 올린다.
2) 동작은 팔꿈치를 축으로 하여 전완/아래팔(Forearm)을 들어 올리는 회전 운동.

- 이 동작에서 각 지점 분석:
1) 축/지렛목/받침점(Fulcrum): 팔꿈치 관절 - 위치는 맨 안쪽 끝(상대적 개념 - 팔꿈치 관절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회전 중심축 역할을 한다)
2) 힘점(Point of Effort): 상완이두근/위팔두갈래근(Biceps Brachii) 부착점(전완/아래팔-Forearm의 중간) - 위치는 가운데
3) 저항점(Point of Resistance): 손에 들고 있는 가방 - 위치는 가장 먼 쪽

- 결론:
1) 축 - 힘점 - 저항점 -> 3종 지레(Third-Class Lever)
2) 힘팔이 짧고 저항팔이 길기 때문에 근육이 큰 힘을 내야 함
3) 팔꿈치를 고정하고 손으로 물건을 드는 모든 동작은 대부분 3종 지레다. 힘점(상완이두근)은 팔꿈치보다 안쪽이고, 저항(손에 든 것)은 바깥쪽이기 때문!

- 필라테스 응용 예시:
1) 써클링을 양손에 들고 팔꿈치를 굽힌 채 들어 올릴 때
2) 리포머에서 손잡이를 잡고 팔꿈치를 구부리며 당길 때
3) 팔꿈치가 축, 근육이 당기는 부착점이 힘점, 저항은 손잡이 쪽





그러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가방을 지면에서 수직으로 들 때와 팔을 옆으로 벌려서 드는 경우는 어떻게 다를까?"



1. 수직으로 가방을 들어 올릴 때 (몸 가까이 붙여서 드는 경우)
- 관절축: 팔꿈치: 주된 회전축 (어깨도 약간 관여하지만 상대적으로 고정됨)
- 힘점: 상완이두근 (팔꿈치 굽힘) 전완근/아래팔근(Antebrachial Mucsles) (손목 고정 역할 일부)
- 저항점: 가방 (손에 든 무게)
- 분석: 3종 지레 회전축 → 힘점 → 저항점의 순서 힘팔이 짧고 저항팔이 길다 → 근육에 많은 힘이 필요하지만 빠르고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 이 자세가 상대적으로 들기 쉬운 이유: 중력선과 몸 사이 거리가 짧아 → 회전팔이 짧고 토크가 작아짐

2. 팔을 옆으로 벌리며 들어 올릴 때 (어깨 외전 Abduction)
- 관절축: 어깨 관절 (관절와상완관절/오목위팔관절-Glenohumeral Joint; GH Joint)
- 힘점: 삼각근/어깨세모근(Deltoid)
- 저항점: 손에 든 가방
- 분석: 역시 3종 지레 그러나 이 경우엔 힘팔(삼각근 부착점 ~ 어깨 관절)은 매우 짧고 저항팔(어깨 ~ 손)은 매우 길다 결과적으로 같은 무게라도 훨씬 많은 힘이 필요하다 토크(Torque) = 힘 × 회전팔, 회전팔이 길어짐에 따라 토크도 증가 → 더 많은 근력이 필요

두 회전 모두 3종 지레지만, 회전축과 회전팔의 길이 차이 때문에 요구되는 힘의 양이 다르다. 인체지레의 핵심은 '팔 길이'보다 '회전팔 길이', 즉 축에서 힘점·저항점까지의 거리임을 기억하자.



그렇다면 이 인체 지레의 원리를 필라테스 동작에 적용하면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필라테스 적용 예시>

1. 브릿지 (Bridge)
- 지렛목: 고관절/엉덩관절(Hip Joint)
- 힘점: 둔근(엉덩이 근육, Gluteus Maximus)
- 저항점: 골반과 몸통의 무게
→ 고관절을 축으로 하여 둔근이 무게를 들어 올리는 3종 지레 구조.
→ 회전팔이 짧아 제어가 쉬우나, 상체가 멀어질수록 저항팔이 길어져 부하가 증가.

2. 레그 서클 (Leg Circle)
- 뻗은 다리를 원을 그리듯 돌리는 동작
→ 긴 회전팔(leg length)이 생기면서 복부 코어에 큰 회전 부하가 걸림
→ 작은 움직임에도 코어 근육이 강하게 활성화되는 이유

3. 롤업 (Roll-Up)
- 상체를 들어 올리는 동작
→ 축: 골반(Pelvis), 힘점: 복부 근육
→ 복부는 짧은 회전팔을 활용해 상체를 들어 올리는 3종 지레
→ 처음 바닥에서 몸을 떼는 구간이 가장 어렵고 많은 힘이 요구됨


이처럼 지레 구조를 이해하고 관절-근육-부하의 관계를 인지하면, 단순히 동작을 따라 하기에서 벗어나 “왜 이 동작이 어렵고, 어떤 근육이 개입되는가?”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할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드디어 ‘힘과 모멘트(Torque)’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왜 회전이 발생하고, 어떤 위치에서 힘을 주면 더 유리한지, 공식과 함께 시원하게 정리해 보자. (네, 드디어 공식이 나온다… 으악! 그래도 재밌게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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