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통해 많은 영감을 받고 있는 두 명의 리더가 있다.
신수정님
우선은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인 신수정님이다. 신수정님은 2013년부터 10년 가까이 주말마다 페이스북에 본인이 일, 사람, 책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 외부 활동을 요란하게 하는 분도 아님에도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글로 입소문을 타서 현재 팔로워가 약 2만 5천 명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기록하지 않고 저장하지 않으니 기억에 없었다"며 "기록했더니 비로소 내 기억이 됐다"라고 글쓰기의 이유를 이야기한 바 있다.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쓰되 본인이 읽은 아티클이나 책에서 얻은 전문적인 내용이 곁들여지다 보니 짧은 글임에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 그가 경험한 내용을 간접 체험하는 것임에도 논리적인 전개로 인해 읽으면서도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실제로 그의 글에 달린 댓글을 보면 그의 이야기를 통해 힘과 위로를 얻었다는 내용이 많다. 뿐만 아니라 비슷한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글까지, 그의 글이 많은 직장인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경우에는 브런치에서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에 신수정님의 글을 접했다. 내가 생각하는 이 분의 글의 장점은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주니어부터 시니어까지, 제너럴리스트부터 스페셜리스트까지,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모든 분들이 쉽게 읽고 공감하고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물론 이런 것이 그냥 나오진 않는다. 매주 꾸준히 올리기에 어떤 분들은 주말마다 이 분의 글을 읽고 곱씹어 보는 시간을 갖는 습관을 갖기도 했단다. 내 경우 회사가 바빠지면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주기가 길어진다. 하지만 신수정님은 한결같다. 최근 페이스북에 "어떻게 그렇게 매주 새로운 주제로 글을 쓰십니까?"라는 질문에 그는 "저는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할 때 대개 그들의 관심이나 고민, 질문을 주의 깊게 듣기 때문"이라며 "그것이 과거 저의 경험과 생각, 독서들이 연결이 됩니다"라고 비결을 밝힌 적 있다. 특히 "기록하면 저도 정리가 되고 비슷한 고민과 의문을 가지는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니 일석이조입니다"라고 답해 글쓰기를 힘들어하는 많은 이들에게 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 분의 말처럼 글은 가만히 앉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사고에서 비롯된다.
남세동님
또 다른 영감을 주는 분은 보이저엑스의 창업자 남세동님이다. 이 분의 경우는 앞서 언급한 신수정님과 다르게 유명세를 일찍이 탄 분이다. 이 분의 이름은 몰라도 이 분이 개발한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 네이버가 인수한 검색엔진 '첫눈', 셀카앱 'B612'는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은 서비스다. 현재는 AI(인공지능) 스타트업인 보이저엑스를 통해 모바일 스캐너 앱 ‘브이플랫’(vFlat), 자동으로 영상 자막을 달아주는 서비스 ‘브루’(vrew), 저렴한 가격에 손글씨를 폰트로 만들어주는 ‘온글잎’을 내놨다.
남세동님의 글은 신수정님의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 굉장히 직설적이면서 확신에 찬 글이 많다. 본인의 전문 분야에 관한 이야기 위주로 글을 올리다 보니, '~카더라'라는 애매한 내용보다는 정확히 예측 가능한 내용이 필요하기도 하다. 개발자뿐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 직원들이 그의 확신에 찬, 때론 울분에 찬 글을 좋아한다. 영향력 있는 많은 리더들은 소위 '말조심'을 한다. 하지만 남세동님은 남들이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를 직접적인 사례나 경험과 함께 공론화시킨다. 그리고 인해서 남세동님이 페이스북에 포스팅하는 글이 바로 그다음 날 기사화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그리고 스타트업 임원으로서 그의 글을 통해 배우는 것은 전문성에서 비롯된 확신이다. 가끔씩 주니어 분들로부터 글쓰기에 대해 조언을 요청받는다. 그러면서 그들이 쓴 글을 읽어볼 기회를 얻는데, 가장 크게 아쉬운 점은 깊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니어여서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드러내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한 경우다. 이렇게 되면 결국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해 다른 사람의 말이나 책의 내용을 빌어 오게 된다. 그렇게 완성된 글은 자신의 글이 아닌 짜깁기한 글에 지나지 않는다.
남세동님의 경우, 이미 전 국민이 아는 서비스를 개발한 전력이 있고, AI 관련해서는 누구보다 전문적인 통찰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때문에 그가 페이스북을 통해 제기한 이슈나 인사이트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가 제기한 이슈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댓글을 통해 소통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많은 개발자들이 글을 썼으면 한다. 남세동님의 글을 통해 개발자가 글을 썼을 때 얼마나 파급력이 있고, 통찰력이 넘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지를 깨닫는다. 앞서 말한 신수정님의 글이 일과 사람에 대한 자세, 마음가짐, 소통, 관계에 대한 것이라면, 남세동님의 글은 기술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명료하게 다룬 글이다. 기술 개발 속도는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애써 깊이 생각하려 하지 않는데, 남세동님의 글은 그런 고민을 없앤다. 기술 개발로 인해 예상되는 변화에 대해 이해하기 쉬운 사실이나 사례를 통해 전한다. 내 주위를 보면 글을 쓰는 개발자를 만나기 쉽지 않다. 하긴 공대 출신에게 글쓰기를 바라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경우는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글을 쓰고 있다. 개발자 출신의 리더들에게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권한다. 이는 주니어 개발자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된다. 개발자에게 개발적인 언어로 도움을 주는 것은 굉장히 실제적이라 당장은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이상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개발자에게 무심하게 던진 글 하나가 생각의 파도를 불러일으킨다. 당장의 문제 해결을 뛰어넘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개발할 수가 있게 한다.
이런 의미에서 남세동님은 개발자 출신의 리더가 자기 이야기를 전했을 때 얼마나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링크드인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글이나 자료를 퍼 나르는 리더들을 종종 본다. 이들은 신수정님이나 남세동님처럼 온전한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콘텐츠의 대부분은 출처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다른 사람의 콘텐츠이거나 기사 내용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는 한 두 줄 이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섞여 있기도 하다.
물론 이런 행위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좋은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은 SNS의 순기능이다. 다만 그것을 굳이 리더가 할 필요는 없다. 좋은 콘텐츠는 리더가 공유하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하고 있다. 리더가 굳이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포장해서 그럴싸하게 전할 필요가 있을까.
콘텐츠 홍수의 시대다.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도 넘쳐난다. 필자가 저자로 활동하고 있는 롱블랙, 퍼블리, 아웃스탠딩 등에서도 매일 같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플랫폼의 대부분의 독자층은 25세에서 35세 사이의 성장에 관심 있어하는 직장인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젊은 리더들이 핵심 독자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젊은 리더들, 미래의 리더들은 콘텐츠에 목이 마르다.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리더 본인이 제공해보면 어떨까?
필자가 CBO로 일하는 스타트업에서는 리더가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러 장을 제공하고 있다. 예로, 매주 금요일 오전에 All hands 미팅이 온라인으로 열린다. 휴가자를 제외한 모든 인원들이 참석해서 회사의 중요한 사안을 공유하고 또 토론하는 자리다. 이때 순서 중 하나로 CEO 챗이 있다. CEO는 이 시간을 이용해 우리 조직이 맞닥뜨린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해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일방적이지 않고 구성원 누구나 의견을 보태거나 반대 의견을 낼 수도 있다. 또한 매니저의 경우 직원들과 일주일에 30분씩 일대일 미팅을 갖는다. 업무 미팅이 아니라 각자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어려움을 듣는 자리다. 회사에 합류했을 때 몇몇 직원들은 나와의 일대일 미팅을 간절히 원했다고 했다. 평소 내가 발행하는 콘텐츠의 독자였던 차에 내가 직속 매니저로 합류했으니 직장과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는 많은 말들을 들을 것이라 기대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직원들이 리더에게 바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리더는 이러한 내용을 말이 됐든 글이 됐든 전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물론, 자기 이야기를 전하는 데에 여전히 서툰 리더가 있다. 주위를 보면 자기 이야기를 전하지만 본의와 다르게 전달돼서 오히려 부작용을 야기하는 리더들도 종종 본다. 본인이 현재 리더로서 자기 이야기를 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다음 세 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하나, 자신의 영역과 경험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앞서 언급한 신수정님이나 남세동님의 경우는 자기 분야는 물론이고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이야기한다. 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우선은 자신이 전문성을 인정받은 영역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HR팀장이면 HR 관련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사실 본인 영역만 이야기하더라도 리더의 경우 대략 10년 또는 그 이상의 경력이 있기 때문에 이야깃거리는 충분하다. 그리고 아무리 말이나 글에 서툴더라도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둘, 메모하는 습관을 갖다. 특히 글을 쓰고자 하는 리더에게 추천하는 방법이다. 가만히 책상 앞에 앉은다고 해서 글이 써지진 않는다. 글감이라는 것이 필요한데, 가장 좋은 것은 글감이 생길 때마다 메모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업무 하면서 글로 써볼 수 있는 경험을 했다거나, 공감하는 글귀를 책에서 찾았다거나,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의 대화에서 인사이트를 얻었다거나 하면 짧게 메모해두자.
셋, 가르치려고 하지 마라. 많은 리더들이 실수하는 부분이다. 본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하면 안 된다. 열린 내용이 아니라 결과를 정해놓고 쓰는 글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내 경우도 특정 인물을 정해놓고 그 사람이 제대로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구체적인 사례가 있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글에 대해 반응이 미지근했다. 의아한 생각에 글을 다시 읽어 보니, 글 안에 내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생각으로 글을 쓰다 보면 객관성을 잃고 감정적으로 빠지기 쉽다. 때문에 리더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때 미리 정답을 내고 가르치려고 하면 안 된다. 대신 경험에서 비롯된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쓰는 것이 좋다. 감정 역시 가감 없이 드러내기보다는 누구나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열린 의견으로 전하는 것이 좋다.
리더는 자기 이야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썼지만, 반대로 자기 이야기를 할 줄 알면 리더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번 한 주 동안 프로젝트를 하면서, 아니면 사람을 만나면서, 그것도 아니면 책을 읽으면서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경우를 마주한다면 메모해보자. 그리고 주말에 조용한 카페에서 자기 이야기를 담은 글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브런치와 같은 곳이 아니어도 좋다. 본인의 SNS 계정에 짧게 업로드하는 것도 권한다. 시작은 미약할지 몰라도 그 끝은 창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