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둘째주
11월 10일
오늘부터 날씨가 굉장히 추워졌어. 아침에 디디 산책을 시키고 집에 돌아오니, 아빠의 안경이 뿌얘질 정도였어. 항상 네가 할로윈 트릭오어트릿을 하고 난 뒤엔 갑자기 추워지고 겨울이 성큼 다가왔지.
올해는 네가 사탕을 받으러 나가지 않는 첫 해여서 생각을 못했는데, 어김없이 할로윈이 지난 후에 첫눈이 오네. 친구들 사이에서 크롭탑이 굉장한 유행인지 넌 이 추운 날씨에도 패딩 점퍼 안에 배꼽이 보이는 크롭티를 입고 학교에 가더라.
아빠나 엄마도 어렸을 땐 한 패션 즐기던 세대였어. 그래서 내복도 입지 않고 펑퍼짐한 힙합 청바지나 부츠컷을 입고 다녔드랬지. 아빠의 엄마 아빠가 바지로 동네 다 쓸고 다닌다고 뭐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오늘도 배꼽을 내고 학교에 가는 너에게 별말 없이 마치 다섯살 아기에게 인사하듯 내 가장 높은 톤을 유지하며 '학교 잘 다녀와~' 인사를 건네. '넨-' 짧게 대답하고 홱 나가버리는 너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보다가 돌아서지.
지금도 크롭탑을 입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겨울엔 추우니 옷을 따뜻하게 입으렴. 그게 최고의 패선이란다.
11월 11일
최근 시내에 있는 도서관에 네가 좋아하는 만화책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네가 시내에 가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고 있어.
가끔 엄마가 학교에 일이 있어 시내에 데려다 주거나 데리러 가야 할 땐 네게 미안했는데, 요즘은 네가 더 즐기는 것 같아.
사실
너의 학업 환경을 위해 엄마는 한시간을 훌쩍 넘기는 등하교를 다니고 있어. 워낙 사랑만 주는 엄마를 쭉 봐왔던 너로서는 그게 뭐 대단한가 싶을지도 몰라. 네가 어른이 되어 아빠의 글을 보면, 지금은 통근의 피로가 얼마나 큰지 알 나이일지도 모르겠네.
엄마에게는 따뜻한 사랑한다는 말이 가장 큰 힘이라는 것, 알고 실천하길 바라.
오늘도 갑자기 다운타은에 나갔어. 학교 마치자마자 가자고 해서 어떻게 반응할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흔쾌히 가자고 해서 다행이었어.
엄마가 너를 위해서 고생하고 있다는 점, 마음 한 구석에는 늘 두고 문든 고맙다는 마음을 가지고 표현하렴. 엄마는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일거야.
11월 12일
지난주부터 네가 홀로 학교에서부터 지역 도서관까지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기 시작했어.
그전까지는 어디에 가든 엄마 아빠가 데려다주거나, 아니면 학교버스 등을 통해 이동을 했었는데, 어쩌면 처음으로 어른의 동행 없이 이동하는 거지. 엄마와 아빠는 아직도 네가 어린아이처럼 느껴지나봐. 멀리 차를 대놓고 저 멀리 언덕에서 친구들과 도서관을 향하는 모습을 보며 괜히 마음이 찡해지는 거 있지?
물론 네가 한국에 있었으면 진작에 홀로 다니는 생활을 했겠지만, 엄마 아빠 입장에서야 최대한 안전하게 오랫동안 지켜주고 싶었어.
그렇게 조금씩 네가 커가는걸 보는건 여러가지 감정이 들게 해. 엄청 대견하고, 금방 컸음에 놀라고, 감사하고, 눈물이 나기도 하고. 그게 부모의 마음이지.
그런 엄마 아빠를 자연스럽게 여겼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