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은 어떤 디자인입니까?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 오래 보아야 매력 있다
요즘 내가 선호하는 차량 디자인은 한때 내가 열광했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젊은 날의 나는 화려하고 이목을 끄는 디자인에 마음을 빼앗겼다. 거리를 지나는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마치 갓 등장한 아이돌처럼 반짝이는 그런 차가 갖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차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면서 깨달았다. 화려함은 금방 질리기 마련이고, 유행의 정점에서 빛나던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촌스럽게 느껴진다. 차량의 가치가 디자인과 함께 하락하는 것처럼 보였달까.
어제 영도에서 점심을 먹고 현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BMW의 미니(MINI)를 보았다. 출시된 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질리지 않는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더욱 돋보이는 것 같았다. 마치 잘 익은 와인처럼. 미니는 단순한 동글동글한 복고풍 디자인을 넘어, 그만의 확고한 감성을 지닌다. 평범하지 않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작지만 날렵하고 민첩한 움직임. 이런 고유의 매력 덕분에 미니는 대중적인 인기보다는 두터운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확고한 브랜드를 지닌 것이다.
이런 디자인 철학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 세계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들을 보라. 그의 건축물은 유행을 타는 장식을 배제하고, 철저히 기능과 본질에 충실했다. 콘크리트와 철강으로 만들어진 그의 건축물들은 언뜻 차갑고 투박해 보이지만, 햇살이 들어오는 방식이나 공간의 흐름은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답다. 50년,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많은 건축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니가 자동차 디자인의 '고전'이 된 것처럼, 그의 건축물 역시 시대의 흐름을 초월하는 '클래식'이 되었다.
겉보다 속이 중요한 이유
미니가 확고한 개성으로 승부한다면, 폭스바겐(Volkswagen)은 그보다 더 본질적인 곳을 파고든다. 이 브랜드의 디자인은 '평범하기 그지없다'는 표현이 딱 맞다. 신형 모델이 나와도 이전 모델과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화려하고 유려한 곡선 대신 정직한 직선을 고집한다. 밋밋하고 투박해 보이는 외모 탓에, 처음 차를 보러 온 사람들은 실망하거나 혀를 끌끌 차기도 한다. 튀는 것을 좋아하는 젊은 시절의 나였다면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진가는 '경험'을 통해 드러난다. 운전대를 잡고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겉모습은 밋밋하지만, 속은 완전히 다르다. 밸런스는 훌륭하고, 운전할수록 '쫀득하다'는 표현이 절로 나오는 운전 질감은 운전자에게 깊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그 흔한 내비게이션조차 '옵션'이었던 시절, 폭스바겐은 오직 '달리는 본질'에 집중했다. 화려함은 없지만, 기본기가 탄탄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진가가 드러나는, 그래서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매력을 지닌 것이다. 철저히 대중적인 디자인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확고한 철학이 담겨 있다.
이런 폭스바겐의 철학은 우리 주변의 많은 브랜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스웨덴의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를 보라. 이케아의 가구는 디자이너의 예술적인 감각을 뽐내는 화려한 가구와는 거리가 멀다. 누구나 쉽게 조립할 수 있고, 실용적이며, 합리적인 가격을 자랑한다. 이케아는 가구의 본질인 '편의성'과 '기능'에 집중함으로써 전 세계인의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디자인으로 주목받기보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사랑받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대신, "기본에 충실한 것이 가장 강하다"는 진리를 증명한 셈이다.
트렌드 대신 나다움
자동차 디자인과 브랜드 철학에 대한 생각은 결국 나의 삶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다. 나는 젊은 시절에 늘 유행을 좇았다. 유행하는 옷을 입고, 유행하는 음악을 듣고, 유행하는 장소를 찾아다녔다. 화려함과 특별함을 좇는 일이 곧 '나다움'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정작 나를 잃어버리기 쉽다. 쉴 새 없이 변하는 유행에 나를 맞추려다 보니, 정작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제는 안다. 유행은 한때의 반짝임일 뿐, 결국 남는 것은 "기본에 충실한 나 자신"이라는 것을. 내 삶의 주춧돌을 튼튼하게 쌓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독서를 통해 지식을 쌓고, 꾸준히 운동하며 체력을 기르고, 주변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것. 이런 기본기에 충실하다 보면, 누군가가 나를 알면 알수록 호감을 느끼는, 그런 매력을 장착하게 된다. 유행처럼 금방 스러지는 매력이 아니라, 미니처럼 확고한 개성을 지니고, 폭스바겐처럼 겉보습보다 속이 꽉 찬 사람이 될 수 있다.
결국 가장 질리지 않는 디자인은, 바로 나만의 확고한 가치관과 철학으로 빚어지는 삶이 아닐까.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며, 꾸준히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내가 오늘,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자동차를 보며 깨달은 삶의 진리다. 삶도 결국 잘 다져진 기본기가 있어야, 세월이 지나도 빛나는 클래식이 된다. 당신은 어떤 삶의 '디자인'을 만들어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