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다시 본 영화
그때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울었다.
뜨거운 눈물의 온도는 나의 차가운 삶을 적셔 어루만졌고
그 눈물자국을 삶의 이정표로 삼았었다.
소중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오늘
나는 우연히 그 영화를 다시 보았다.
내키지 않았지만 시간이 남았고 그 영화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본 영화를 또 보는 것은 추억에 대한 배신이란 두려움에 더욱 외면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
처음 보는 영화다.
주인공과 배경만 같을 뿐 눈물의 온도도 색깔도 전혀 다른 영화였다.
나는 그때 이 영화의 뭘 본 것일까. 라며
살짝 과거를 비웃었다.
그때
나는 영화의 관객이 아닌 영화 속 주인공으로
뜨거운 몸 무방비하게 맡겨 던져버렸는데
오늘
나는 영상뒤에 반사된 나를 보는 감상자로
냉정하게 영화의 분석 따위 하고 있었다.
세상에 주눅 든 내가 나약해진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