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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Mar 19. 2024

화학이 제일 쉬웠어요?

익숙함에 속지 말아야 할 일반화학

PEET를 준비하다 보면 주변 수험생으로부터 으레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이것이다.


"그래도 PEET 중에서 일반화학이 제일 쉬운 과목 같긴 해."

실제로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말은 틀린 말이다. 내 주변에 있던 장수생 친구 1명은 끝내 일반화학의 타임어택형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다른 길을 간 친구도 있다. 

실제로 나 또한 PEET 시험을 준비하면서 화학이 가장 쉽다고 생각했었다. 무려 문과 노베이스가! 그렇다면 왜 수험생들은 일반화학이 가장 쉽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일단 쉽다고 느껴지는 단원들이 생각보다 많이 배치되어 있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물질파트가 그러한데, 그 물질의 특징만 암기하고 있으면 풀리는 것들이 있다. 원자구조, 오비탈, 화학결합, 고체, 배위화학 등 일반화학에 존재하는 많은 단원 중 대략 30~40% 정도가 내용 암기만 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풀린다. 이미 심적으로 50점 정도는 챙긴 듯한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물론 이런 단원들 조차 PEET에서는 화학추론 영역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주어지지 않고 A, B, C 등의 보기를 나열해 그것들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므로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다.)


현재 수능 인터넷 강의로 옮겨가 소위 1타가 된 김준이라는 강사가 있다. 이 분은 PEET시절에도 1타였으며, 명료하고 자세한 설명과 아무나 생각하기 어려운 특유의 시간단축 문제풀이방식으로 1타가 되었다. 내가 N수를 하면서 당연히 일반화학의 이론 부분을 다 안다고 생각하고 '이론 강의를 굳이 또 들어야 할까?' 했다가 내 백분위 점수를 듣던 고득점 친구의 조언으로 다시 강의를 들어보고 내 생각이 오만이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개념에서도 상당한 오개념이 많이 들어 있었고, 그것이 대다수가 하는 생각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김준의 필수이론책을 항상 문제풀이 전에 읽는 습관을 들였다. 소위 개념보다는 문제풀이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반화학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이론책을 보게 되면, 총 10개의 단원이 있었다. 여기서 1~4, 10단원은 물질파트에 가까워 암기만 하면 풀리는 시간단축형 문제에 가깝다. 무려 절반의 단원이다! 모든 단원의 문제를 출제해야 하는 약학교육협의회 입장에서는 어려운 문제를 내고 싶어도 이 단원에서도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상당수의 문제를 맞힐 수 있다. 그래서 노베이스 초시 문과생인 내가 첫 모의고사를 보았을 때에도 일반화학만큼은 백분위 80%가 나왔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80%가 아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일반화학이 가장 쉬운 단원이긴 하다'는 속설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백분위 0%에서 70% 내외까지, 즉 평타정도는 쉽게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이상을 받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여기에는 나머지 절반의 단원의 복잡성과 문제소요시간 등의 이유가 있다. 나 또한 N수 생활의 대다수에서 일반화학의 타임어택에 무너졌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익숙함에서 오는 '착각'이다. 일반화학에서 접하는 개념은 고등학교 화학1, 화학2를 선택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들어보았을 내용이 포진되어 있다. 유기화학은 처음 듣고, 물리의 경우 물리1, 물리2를 선택한 사람이라면 조금 익숙할 수도 있으나 화학 선택자보단 그 선택자수가 적다. 그리고 생물의 경우 생명과학1, 생명과학 2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늘어난 양 때문에 생소한 내용도 다수 포진되어 있다. 하지만 일반화학은 상대적으로 개념확장범위가 다른 과목에 비해 적다고 할 수 있다.(다만, 이것은 정말 상대적인 것이다.) 그래서 이과생 기준으론 익숙한 것을 한 번 더 보는 만큼 내가 다 안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일반화학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 착각을 나는 삼수를 치르면서 알았고, 그 이후부터는 일반화학은 나의 효자과목이 되었다. 하지만, 초시시절의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고 앞으로 다가올 일반화학의 두려움을 알기엔 그 당시엔 너무 무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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