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야를 공부해보고 싶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 나는 첫 회사에 입사했다. 어쩌다가 쓴 원서가 운 좋게 합격까지 나를 이끌었고 더 이상 다른 곳에 지원할 용기도, 힘도 없었던 나는 그 회사에 그대로 입사했다. 다들 가고 싶어 하는 부서, 근무지로 배정받았으니 남들이 보기에는 부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내 속은 그러지 못했다. 학창 시절부터 나는 이공계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고 이를 업으로 하는 이공계열 연구원은 더더욱 안 맞았다. 맞지 않는 분야를 고민하면서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야 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그 회사를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고민의 나날들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다른 분야를 공부해 보자'는 것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졸업을 위해서만 수강신청하고 공부하지 않았는가? 이런 부담을 벗어나서 한 번 하고 싶은 공부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물론 인터넷에는 무료로 대학 수준의 강의를 제공하는 곳이 아주 많다. 유튜브는 물론이고 국가에서 운영하는 사이트까지 조금만 찾아보면 무궁무진하다. 문제는 '의지'이다. 내가 과연 의지를 갖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당연히 그런 의지 따윈 없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학위를 따보자'. 뭐라도 걸려있으면 강제로 하게 되지 않을까? 스스로 족쇄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그럼 어떻게 학위를 딸 것인가 하는 물음이 든다. 라디오만 틀면 나오는 그 유명한 CM송 '00 사이버 대학교가 내 인생을 바꾸었다'에서 말하듯이 우리나라에는 사이버 대학교가 많다. 지하철, 버스, TV, 라디오 광고에 쏟아져 나오는 사이버 대학교 광고들. 그중에서 하나 고르면 되지 않겠는가? 나는 그중에 학비가 가장 저렴하고 무려 해외 유학 갈 때 학위 인정이 되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골랐다. 내가 과연 해외 유학 갈 수준으로 학점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그래도 시작이 반이지 않는가.
그럼 어디 학교 홈페이지를 구경을 해볼까. 이제 전공을 골라야 한다. 여러 전공 중에서 이공계는 바로 제외하고, 고르고 고른 전공은 '교육학과'와 '경영학과'. 교육학을 고른 이유는 내가 배워서 남 주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대학교 4학년 때 진지하게 교대 입학이나 사범대 입학을 고려하기 했을 정도였다. 결국 사기업 입사를 선택하긴 했지만 마음 한편에 항상 교육에 대한 열망이 있다. 경영학은 상경 분야를 정말 너무너무 모르는 무식한 이과여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경영학과인 동생이 경제 뉴스를 보며 그것도 모르냐며 무시하는 슬픈 신세였달까. 아니 학교에서 이과라고 경제를 안 가르쳐 줬는데 내가 그걸 어찌 알리오. 이공계에게 필수로 경제 기초 교양을 가르치고, 인문계에게 필수로 자연과학 기초 교양을 공평하게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닙니까. 이런 공평한 교육이 없기 때문에 경제 뉴스와 회사에 대해 좀 더 잘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경영학을 골랐다.
그렇게 나의 선택은... 다음 챕터에!라고 하고 싶지만 이미 브런치북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경영학'을 선택했다. 선택한 이유는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으니 회사를 학문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것이 컸다. 그리고 나는 이 결심이 아주 잘되었다고 본다. '경영학'은 학생보다 '회사에 있는 구성원'에게 훨씬 와닿고 배우는 재미, 그리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이 글을 읽는 회사원이라면 어느 방법으로든 경영학을 잠깐 맛보는 걸 추천한다. 회사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시야가 넓어진다.
그렇게 방송통신대에 3학년 편입으로 접수했다. 1학년부터 들으면, 8학기를 등록해야 하고 교양 수업을 들어야 해서 굳이 교양 수업을 듣고 싶지 않았다. 원서에 항목을 하나하나씩 작성하니, 다시 수험생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그렇게 접수를 하고, 합격자 발표날이 되었다. 결과는 무난하게 합격. 입학은 쉽다. 하지만 과연 내가 졸업할 수 있을까? 졸업이 어렵다고 소문이 자자한 곳이니.. 2년 동안 회사와 학업 둘 다 미래의 나 자신에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