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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어 선생님

by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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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나의 문어 선생님>. 감독은 왜 문어를 선생님이라고 불렀을까.


2. 문어의 삶은 예측할 수 없는 바다 속에서 매 순간을 훌륭하게 살아내는 과정이다. 먹이를 사냥하다 위협을 느끼면 돌 틈에 숨어 움직이지 않고, 포식자에게 다리 하나를 잃었을 때에는 조용히 몸을 숨겨 그 상처를 회복한다. 이러한 시련과 안도의 순간들이 하나하나 쌓여 문어의 일생이 된다.


3. 인간의 삶도 사실은 마찬가지다. 우리의 인생도 예상치 못한 사건들과 변덕스러운 환경에 대한 대응의 연속일 뿐이다. 늘 계획을 세우며 인생을 통제할 수 있으리라는 오만함 속에 살고 있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인생은 표류한다. 우리의 인생은 결코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 매 순간 훌륭하게 살아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라는 것. 문어가 선생님인 이유는 우리에게 이 겸손함을 가르쳐 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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