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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준혜 Sep 16. 2018

도대체 뭐하는 곳이에요?

<노는 게 아니라 기획하는 겁니다>를 읽고

내가 처음 이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을 때 회사는 나에게 물었다.


'저기.. 근데 우리가 뭐하는 회사인지 알아요?'


사실 그때 나는 매우 크게 당황했다. 사실 뭐하는 회사인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면접장에서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대답할 수 있겠는가. 인터넷에서 읽었던 정보를 샅샅이 생각해 내 대답을 했다.


'아.. 그.. 프리마켓도 하시고! 게스트하우스 같은 것도 하셨고, 매장 운영도 하고, 특강 같은 거랑 페스티벌 같은 것도 열고....'


 그러자 면접관 쪽에서 놀란다. '아, 우리보다 우리를 잘 아는 것 같다(속닥속닥)', '어휴 그건 망한 사업인데 어떻게 알고 있는 거래요? (웃음)'이라는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 질문을 받고 나니 도리어 내 쪽에서 이 회사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너무 궁금한 것이다. 그래서 물었다. '그런데 혹시 진짜 여기 뭐 하는 곳이에요?'


3-4초간의 침묵이 흐른 후 갑자기 모두 빵 터졌다. 아무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형태로 

공간문화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합니다


이렇게 정체모를 회사에 입사를 하고 나서 나는 깨닫게 되었다. '거기는 도대체 뭐하는 회사예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떤 멘트가 나가기보다 그저 말문이 '턱'하고 막힌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도 우리 회사가 어떤 곳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속 시원해질 만한 답변을 찾아내지 못했다. 일단 겨우겨우 찾아낸 대답이 '다양한 형태로 공간문화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합니다'라는 대답인데, 누가 이 대답을 듣고 '아! 그런 일을 하시는 회사이시군요!'하고 이해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공간문화콘텐츠'라는 대답을 듣고 나면 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공간... 기획...? 건축...인 건가...?' 그럼 나는 대답한다. '아... 뭐... 건축 비슷한 인테리어도 하고요...ㅎㅎㅎ 지금 시즌에는 주로 특강과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는데...ㅎㅎㅎㅎ'


 이번에 예전 한약방이 있었던 곳을 개조하여 사무실 이전을 하였다. 과거 한약방 건물이었으니 그 주변에 어르신들이 얼마나 많이 살고 계시겠는가. 어르신들이 많이 사시는 곳에 젊은 친구들이 들어왔는데 무엇을 하는 친구들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으셨을 것이다. 그래서 중간중간 오셔서 '여기는 그래서 뭐하노?' 하고 종종 물으러 들어오시는 분들이 계신다. 하지만 이 질문에도 우리는 무릎을 탁 칠만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그냥 '디자인 같은 거 하는 회사요ㅎㅎ'하고 말 뿐이다. 그런데 디자인하는 회사인데 페스티벌 주간에는 밤 12시까지 퇴근도 못하고 있으니 도통 뭐하는 곳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일 것이다.


중요한 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 굉장히 재미있어 보이고, 흥미로워 보이는 모양이다. 사무실 주변 카페 같은 곳만 가도 다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신다. '아! 저기 사무실 새로 들어온 곳! 거기 진짜 뭐하는 곳인지 궁금했어요! 거기 뭐하는 곳이에요?' 그러면 우리는 커피 주문을 하려다 말고 당황할 수밖에 없다. 또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이 이어진다. '문화기획 같은 거 하는데, 지금은 페스티벌을 준비하구요.. 사무실은 공유오피스인데, <열정에 기름붓기>같은 곳은 아니구요ㅎㅎ'



노는 게 아니라

기획하는 겁니다


그래서 고민이었다. 자기가 하는 일도 제대로 정의할 수 없는 건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아니겠는가. 그때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노는게 아니라 기획하는 겁니다>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오고 가는 행사이다 보니 음식을 공수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인근 치킨집과 제휴를 맺어 저렴한 가격에 치킨을 준비했다. 그때 치킨집 사장님께 우리의 취지를 열심히 설명했지만 아무리 설명해도 사장님은 우리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그냥 젊은 친구들이 무언가를 한다니 닭을 싸게 판매하겠다고 말씀했다. 사실 지금도 치킨집 사장님처럼 내가 하는 일을 두고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들이 많다." P.68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나에게 어떻게 돈을 버느냐는 질문을 한다. 문화를 만드는 기획사라는 것이 생소한 분야이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그런 사업도 있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깨를 소개할 때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이런 것도 사업입니다'이다." P.101


 문화기획. 분명 한 단어나 문장으로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분야이다. 문화라는 것의 범주가 굉장히 넓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문화기획 중 특히 '공간기획'에 포커스를 맞춘 다양한 일들을 진행한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축제'를 기획하여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임에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공간으로 남아있는 공간에 '페스티벌'을 기회해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을 만드는 것. 그래서 우리 회사를 소개하는 멘트가 "다양한 형태로 공간문화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합니다"인 것이다. 



그러니까

노는 게 아니라 '일'합니다


그래서 재미있어 보이는, 아니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한다.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것을 기획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공간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간혹 이런 물건을 사서 테스트할 때면 정말 일을 하는 건지 노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을 때가 있긴 하다. 종종 우리 사무실에 방문했다 저런 게임기기들을 발견하신 분들 역시 당황스러워하신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면 회사에서 저런 물건을 '돈 주고' 구매하느냐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은 일이다. 재미있어 보이는 일들을 많이 한다고 해서 상상 속의 모습처럼 매 순간 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극단적인 예를 생각해보자면 나는 입사하자마자 100장짜리 기획서 작성에 투입되어 코피를 쏟아야 했고, 지금 역시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3개씩 담당해서 돌리다 보면 퇴근시간쯤에는 머리에서 김이 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재미있다. 간지나거나 재미있는 일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는 대표님의 모토에 따라 우리는 일이 힘들지라도 간지나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 진행한 페스티벌, 이제 곧 진행될 500명 대상 특강 준비는 분명 힘들고 정신없지만 흥미 있고 트렌디한 일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너무 힘든데 재미있는 일. 그게  내가 생각하는 문화기획, 콘텐츠를 다루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 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 회사냐고?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노는 게 아니라 기획하는 회사"라고나 할까나.



- "<노는 게 아니라 기획하는 겁니다> 원민 지음"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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