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p.209
'여행의 이유'를 캐다 보니 삶과 글쓰기, 타자에 대한 생각들로 이어졌다.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며, 타인의 신뢰와 환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여행에서 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도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굴러간다. 낯선 곳에 도착한 이들을 반기고, 그들이 와 있는 동안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다 가도록 안내하는 것, 그것이 이 지구에 잠깐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들이 서로에게 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일이다.
<여행의 이유>(김영하, 문학동네, 2019.04.17.)
여행의 시작 공항은 설렘 가득하지만 여행의 끝 공항은 피곤함이 가득하다. 오죽하면 같은 풍경이지만 올 때와 갈 때 보이는 게 다르게 느껴진다고 하지 않는가. 돌아오는 공항에서 사용하지 못한 외국동전을 탕진하며, 다양한 이들에게 선물할 짐을 가득 준비해서 돌아가는 길을 기다린다. 여행이 끝나면 내일 출근이 걱정이지만, 무사히 여행이 끝났음에, 다음 여행을 기약할 수 있음에 감사해하며 다시 비행을 시작한다. 내일 또 할 일이 있음이 돌아갈 갈 곳이 있음이 더욱 감사하게 느껴진다.
건강하지 못하면 타인에게 배려할 여력이 없어 나쁜 사람이 되기 쉽다는 말처럼, 여행을 위한 기초 요건이 필요하다. 여행은 체력이 소진되는 속도만큼 서로를 배려하는 여유가 사라진다.
아이들은 고된 일정에도 부모를 위해 짜증을 참아주거나, 시의적절하게 타이밍 맞춰 화장실 가주기, 그리고 이곳에서만 팔아 꼭 사고 싶은 것 사달라고 말해 여행 후 후회하지 않는 용기, 또 아이의 관점을 이해하고 구입해 준 부모에 대한 감사 표현이 필요하다.
어른들은 여행을 준비할 수 있는 돈과 일정을 감당할 수 있는 체력과 외국인과 소통할 수 있는 기본 지식과 배려가 필요하다. 만약 부모님과 함께라면 체력을 배려한 세심한 계획도 필수이다.
자식과 함께하는 부모라면 자식의 계획이 식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수고한 마음에 감사하며 "이곳은 물이 제일 맛있다.", "집이 제일 편하다.", "나 자주 가는 식당이 더 싸고 맛있다.", "돈 아깝다." 등 비평은 삼가는 넉넉한 마음이 여행의 덕목이다.
여행에서 필요한 것은 배려와 소통과 서로 충격을 감소시킬 수 있는 범퍼 같은 여유가 아닐까 싶다. 굳이 여행에서 서로 다투고 비난하며 여행을 불편하게 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 우선 웃고 이해하겠다는 여유가 여행을 행복하게 이어지게 만든다.
뭐니 뭐니 해도 체력과 재력의 여유가 있어야 여행할 수 있음을 깨닫는 시간, 부지런히 운동하고 열심히 돈을 불려야겠다. 힘내자. 다음 여행은 곧 다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