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댓글부대' 리뷰
분위기 바뀌는 거 한순간이네.
세상 속에는 흔히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언제나 사람들의 대화에 따라붙는, 마치 구전동화처럼 존재하는 여론 조작의 실체. '댓글부대'의 존재는 과연 진짜일까, 거짓일까.
◇진실 혹은 거짓...'댓글부대'는 존재하는가? = '댓글부대'의 실체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는 대기업의 비리를 취재해 특종 기사를 쓰지만 오보로 판명돼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손석구)이 자신의 기사가 오보가 아니었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익명의 제보는 다름 아닌 여론 조작을 담당하는 '팀알렙'의 멤버인 찻탓캇. 그는 자신과 같은 팀의 멤버인 찡뻤킹, 팹택과 벌인 여론 조작에 대한 일화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댓글부대'는 과거에 '팀알렙'에게 벌어진 모종의 사건들을 현재와 교차시키며 나열한다. 처음엔 단순히 '돈이 된다'는 이유로 호기심에 시작했던 광고일의 스케일이 커지며 그들도 예상치 못했던 사고들이 발생한다. 결국 윤리적인 선까지 넘게 된 '팀알렙'은 팀의 내부 분열, 동시에 외적인 위협까지 느끼며 여론 조작의 파괴적인 힘을 직시한다.
◇초중반부 열심히 달렸으나...뒷심이 부족해 = '댓글부대'는 초중반부부터 거칠게 달린다. 손석구의 내레이션으로 과거부터 여론 형성의 과정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의 역사를 살피고 그다음 '팀알렙'의 활약으로 넘어가서는 단순히 제한적인 담배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 망한 영화를 홍보하는 방법 같은 흥미로운 사실들로 관객들의 도파민을 터지게 만든다. 더불어 특정 정권을 비판하는 듯한 자료화면까지 과감하게 섞어내는 연출 또한 강렬한 임팩트를 준다. 웹상과 현실을 오가는 깔끔한 편집 또한 인상 깊다.
하지만 작품은 중반부에서 고꾸라진다. '팀알렙'의 정체가 조금씩 윤곽이 잡혀가는 것은 좋으나 내부 분열이 일어나고 팀 멤버들의 안위가 위협당하는 클라이맥스 구간에 도달했던 순간에서 오히려 김이 팍 식는다. 특히 엔딩까지는 내레이션으로 '퉁 친다'는 표현이 적절할 만큼 초중반부에서 쌓아온 캐릭터들과 서사의 빌드업이 무색할 만큼 허무한 결말만을 제공한다.
◇"빛난다"...라이징스타 홍경의 재발견 = 실패한 마라톤 같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력만큼은 칭찬을 아끼지 않고 싶은 부분이다. 손석구, 그리고 '팀알렙'의 멤버들은 자신들의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해 최상의 연기를 보여줬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배우는 홍경이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홍경은 다름 아닌 독립장편영화 '정말 먼 곳'(2021)에서 최현민 역을 맡아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은 인물이다. 이후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 1(2021)에서 후임을 괴롭히는 군인 류이강 역, 웨이브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1'(2022)에서 친구들을 배신하는 오범석 역으로, SBS 드라마 '악귀'(2023)에서 형사 이홍새 역으로 분하며 대한민국 대표 대세 라이징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작품 속에서 팹택의 분량은 주연이라고 하기엔 매우 적을 정도의 분량이지만 짧은 시간 안에 관객들을 사로잡는 연기력이 예사롭지 않다. 함께 호흡을 맞춘 '팀알렙' 멤버들 사이에서도 여론 조작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하는 인물로 눈길을 끈다. 특히 윤리적인 선을 넘기 전, 그리고 넘어버렸을 때의 온도차를 표현하는 감정 연기는 홍경이 팹택 그 자체로 분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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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서울경제스타 페이지에 발행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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