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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은 Jean Apr 30. 2024

'삼체' 열풍, 문과가 보기엔 어땠나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 리뷰


분명 문과 출신인데, 이해하기 힘든 것들만 빼곡히 등장하는데 밤이 새도록 정주행을 멈출 수 없다. 이과에게는 열렬한 환호를, 문과에게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삼체’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 리뷰는 철저히 문과 출신의 관점에서 작성됐음을 알려드립니다.


'삼체' 스틸 /사진=넷플릭스


◇동명 원작 바탕...'삼체 문제' 다뤘지만 진입장벽은 ↓ =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는 류츠신 작가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로 원작 소설이 중국을 배경으로 했다면, 시리즈는 영국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일부 등장인물과 서사가 각색되기도 해 원작 팬도, 원작을 읽지 않은 자도 긴박감을 잃지 않고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이야기들에 푹 빠져들 수 있다.


과거 중국에서 문화대혁명을 겪고 아버지를 잃은 예원제(진 쳉)의 모습을 시작으로 전개되는 '삼체'는 현대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교차되며 재능 있는 과학자이자 대학 동기 5인방인 오거스티나(에이사 곤살레스), 진 청(제스 홍), 사울(조반 아데포), 잭(존 브래들리), 윌리엄(알렉스 샤프). 그리고 이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지켜보는 요원 클래런스 시(베네딕트 웡)의 서사로 연결된다. 지구에 존재하는 유명한 과학자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되고 오거스티나의 눈앞에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며 빠른 속도와 함께 이야기가 전개된다.


'삼체' 스틸 /사진=넷플릭스


◇문과인데도 볼만 한데? 친절한 '삼체' = '삼체'의 기본 소재는 말 그대로 현대에서도 밝혀지지 않은 과학적인 담론, '삼체 문제'에 대해 다룬다. 3개의 태양이 있는 삼중 항성계에 속한 삼체인들이 여러 문명의 부흥과 멸망을 반복하다 결국 생존을 위해 지구를 점령하게 되는 선택을 내리는 '삼체'의 이야기 흐름상 '난세기', '항세기', '지자', '면벽자' 등 다소 생경한 단어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시리즈 '삼체'는 소설 원작의 과학적 설명을 다소 심플하게 다루며 오락에 더욱 신경 썼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대중들에게 진입 장벽을 낮춘 작품이다. 다소 난해할 수 있는 몇 가지 과학적인 소재의 정의를 미리 이해하고 시청을 시작한다면 서사 흐름 자체를 따라가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삼체인들의 문명이 지속적으로 멸망한 이유, 삼체인들이 400년 후의 침략을 예고한 과정, 지구의 문명 발전을 막기 위한 '지자'의 기능, 삼체인을 막기 위한 면벽자의 임무에 대한 설명들이 총 여덟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차례대로 제공된다.


'삼체' 스틸 /사진=넷플릭스


◇'삼체'가 전하는 인류의 아이러니 = '삼체'의 주요 서사는 삼체인과 지구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문명 전쟁이지만 전형적인 SF 소설처럼 지구인의 입장만을 비호하는 작품은 아니다. 시리즈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으나 '삼체' 원작 소설에서는 작품 초반부, 예원제에게 자신들에게 답신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던 감청원의 존재가 드러난다.


지구의 경우 인류의 도덕성 결여와 문명의 타락에 대해 회의적인 예원제와 마이크 에반스가 존재했다면, 삼체인들의 경우에도 자신의 문명보다도 지구의 문명에 더 가치를 느낀 이가 존재했다. 삼체인이 지구를 점령하지 않길 원했던 감청원은 답신으로 예원제에게 지구의 위치를 알리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결국 이는 들키게 되고 감청원은 예원제처럼 동족의 배반자로 삼체인들에게 찍히게 된다. 이러한 서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생존에 있어서 어떠한 문명이 옳거나 그르다고 판단할 수 없는 아이러니의 늪에 빠지게 한다.


'현혹되거나', 혹은 '맞서거나'. 과학에 대한 믿음이 없어진 세상에서 비상 상황을 맞이한 과학자들의 엇갈리는 선택과 삼체인의 400년 후 침략이 공표화된 후 인류 사회가 공포와 무질서로 뒤덮이는 과정은 실제 우리 곁에서 빈번하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해 떠올리게 만든다. 인류를 배반하는 선택을 홀로 내려버린 예원제, 그리고 예원제의 뜻을 따라 삼체인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문명을 이룩하려는 과학자들, 지구의 문명은 지키고 싶으나 이상과 현실 사이의 딜레마에 빠진 진과 오거스티나, 인류를 위한 가장 막중한 역할이 면벽자가 되길 거부하는 사울의 모습까지. 이들이 보여주는 여러 가지 행보들은 우리가 현 사회에서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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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서울경제스타 페이지에 발행된 글입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2D7WAEZM9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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