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녀가 죽었다' 리뷰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침입해 숨겨둔 비밀을 몰래 훔쳐보는 것이 취미인 남자. 명백한 범죄자의 시점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라니, 시놉시스만 읽어도 불쾌하고 불편한 소재라는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하지만 편견도 잠시, '그녀가 죽었다'(감독 김세휘)는 시작되자마자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그녀가 죽었다' 그런데 신고는 못한다 =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는 몰래 사람들의 집에 침입해 그들에게 숨겨진 비밀이 담긴 물건을 촬영하고 훔쳐보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변태스러운 비밀을 간직하던 그의 앞에 어느 순간 자신의 동네에서 이때까지 알지 못했던 한소라(신혜선)의 존재가 등장한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얼굴과 수려한 외모에 구정태는 다음 타깃으로 한소라를 지정한다. 편의점에서 우연히 한소라가 소시지를 먹으면서 비건 샐러드 사진을 올리는 이중적인 SNS 인플루언서라는 사실을 본 그는 더욱 큰 흥미를 느끼며 한소라의 집에 들어가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것은 한소라의 비밀스러운 공간이 아닌, 한소라가 싸늘하게 죽어있는 사건 현장이었다.
◇반전의 반전부터 변요한·신혜선의 광기 차력쇼까지 = '그녀가 죽었다'는 관객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친다. 단순한 살인사건을 목격한 줄 알았던 구정태의 시점에서 과거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신혜선의 시점으로 넘어가며 복합적인 캐릭터의 관계를 그려낸다. 더불어 신들이 바뀌는 순간마다 반전에 이은 반전을 선사하며 긴장감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감정선은 배우 변요한과 신혜선의 연기로 증폭된다. 두 배우는 남을 훔쳐보지만 이것이 취미일 뿐 죄악이라 생각하지 못하는 구정태, '내가 제일 불쌍하다'고 생각하며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며 살아온 한소라를 연기 신이 들린 듯 표현하며 클라이맥스까지 몰입감을 이끌고 간다.
◇범죄 미화 아냐...사회적 문제 담아내 = '그녀가 죽었다'는 현대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뉴스에 나오는 모든 사회적 문제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의 무단 주거침입, 절도, 스토킹, 동물 학대뿐만 아니라 더 큰 사회적인 범죄들이 등장한다. 이는 모두 '누구나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일'이지만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기에 더 공포감을 조성한다. 그러기에 '그녀가 죽었다'는 소재와 이야기 흐름에 있어서 시놉시스와 예고편만 접한 관객들에게는 충분히 오해를 살 수 있는 작품이다.
김세휘 감독의 연출을 살펴보면 단지 범죄자인 주인공의 시점으로 따라갈 뿐 스토리 구성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스크립터로 참여했던 '덕구', '인천상륙작전' 등을 비롯한 필모그래피를 보유한 김세휘 감독은 '그녀가 죽었다' 또한 어떤 반전이 기다릴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단단하게 구성했으며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하려 하는 시도가 엿보이는 연출로 범죄를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에서 범죄자가 죄를 뉘우치지 않고 남 탓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부각해 보여주며 범죄자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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