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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원 석사 2학년을 시작하면서 달라진 점

불확실함을 확실함으로 만들어가는 시간

by 진달

| 개강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제 척척 석사를 따기 위해 딱 1년도 안 되는 시간을 앞두고 있다. 지난 1년 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시 돌아온 필라델피아는 마치 꿈에서 깬 것처럼 그대로인 것 같다.


여름 인턴이 끝나고 잠시 한국에 다녀왔다. 아무래도 캘리포니아에서 한국에 가는 것이 약 5시간 정도 더 빠르기도 하고,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 (내가 표를 샀을 때는 그랬다) 내가 1년 전 떠났을 때와는 그대로인 친구들과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조금은 안심했던 것 같다. 맛있는 것도 실컷 먹고, 1년 간 손을 대지 못한 머리도 미용실 가서 정리하고, 그렇게 다시 마음가짐을 가다듬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있는 시간은, 마치 내가 미국에서 보낸 1년이라는 시간을 꿈처럼 느끼게 만들어줬다. 내가 지난 한 해 동안 너무나도 많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으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노력하고, 밤을 지새우고, 이런저런 행사에 참여하고, 그렇게 나를 갈고닦던 시간들이 그냥 없던 일 같이 느껴졌다.




| 달라진 점


새롭게 시작한 2학년은 1학년 때와 다르다고 느끼는 점이 많다. 우선 필수과목을 다 들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내가 수업을 마음대로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같은 프로그램 친구들과 고등학생들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며 다 같은 수업을 들었던 1학년 때와 다르게 이제는 각자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을 마주치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1학년 때도 혼자 도서관에 처박혀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지만, 불안함에 이런저런 행사를 다 참여하던 1학년 때와 다르게, 지금은 '안 가~~' 하는 행사들이 많아졌다. 대표적으로 커리어 페어가 그러하다. 커리어 페어는 보통 6시간 정도 이뤄지는데 (오전 10시 ~ 4시 정도) 처음 갔던 커리어 페어에서 나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온갖 기업들을 기웃거리고 인사 담당자와 말 한마디라도 더 해보려 줄을 기다리며 거의 3-4시간은 죽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인턴을 구한 사람들의 케이스도 봤기 때문에, 커리어 페어를 굉장히 중요한 이벤트라고 여기고 있었다. 실제로도 그렇기도 하고.


하지만 올해에 참가했던 커리어 페어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일단 내가 정말 가고 싶은 기업들만 체크를 해서, 그 담당자들이랑만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따로 지원 링크가 있는 큐알 코드를 받고 약 50분 만에 홀연히 강당을 빠져나왔다. 커리어 페어는 정말 많은 회사들과 학생들이 오는 자리이다. 작년에 나는 그곳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심지어 이 경로로 지원한 회사로부터 인터뷰 제의까지 받기도 했었다. 한 번 해봤다는 이유만으로 올해는 훨씬 그 프로세스가 수월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역시 사람은 해보지 않은 불확실한 영역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크다. 그리고 나에게 지난 한 해는 그 두려움이 압도적으로 크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사는 집도 달라졌다. 집을 직접 보지 못하고 구했던 결과 낭패를 봤던 첫 번째 주거 환경과 다르게, 이번에 구한 집은 매우 만족스럽다. 굉장히 깔끔하고, 조용하고, 널찍하다. 사실 집을 구하는 게 정말 어려웠는데, 내가 우선순위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학교와 가깝고 안전한 위치에 있는 곳을 할 것이냐, 좀 거리가 있고 살짝 음침하더라도 개인 공간이 완전히 보장되는 곳으로 할 것이냐, 사이에서 내가 무엇을 선호하는지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헀다. 나는 전자를 매우 선호한다는 것을 깨닫고 굉장히 막바지에 집 계약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뒤늦게 한 계약 덕분에(?) 프로모션을 이것저것 더하여 월세를 훨씬 아낄 수 있었다. 역시 P라서 얻는 장점이 확실해서 내가 P를 못 그만둔다.


여러모로 미국 살이가 한 뼘 더 익숙해진 것 같다. 한겨울에 하수구에서 모락모락 나는 김, 만화에서만 보던 샛노란 스쿨버스, 영어로 된 표지판, 푸드 트럭 아저씨와의 스몰토크 같은 작은 것들이 나에게는 다 신기하고 새로운 자극이었는데, 그게 고새 또 익숙해진다.


잔뜩 긴장해서 다니던 1학년 때보다는 여러모로 조금 더 힘을 빼고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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