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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리 Jan 27. 2021

3.1.3 책 추천하지 맙시다.

권한다고 읽는 건 아니거든요.

즐기면서 스스로 책을 읽어야 한다.

참 쉽게 들리지만 꽤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다.


“좋은 걸 모르나? 책이라면 질색을 하는데 어떻게 즐기면서 읽게 하지?”

“그렇게 책을 즐기면서 읽는다고 영어 능력이 향상되는 게 정말일까?”


즐기기도 쉽지 않지만, 스스로 읽기가 참으로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부모들이 많을 것이다. 

아이가 책을 너무 싫어하니, 읽기로 영어를 익힌다는 것은 그저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책을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

책을 싫어하도록 도와주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 뿐이다.



사례 1.

S는 우리나라 최대 광고회사의 잘 나가는 카피라이터다. 카피라이터는 말 그대로 광고 카피를 쓰는 사람이니 글을 많이 쓰고, 따라서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녀는 어린 시절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문학소녀였던 엄마는 나한테도 어릴 때부터 고전문학을 읽으라고 귀가 아프도록 이야기했어. 그런데 나는 문학은 정말 재미가 없었고, 우리 집엔 소설책들이 대부분이어서 난 책을 거의 읽지 않았지.”

S는 대학에 가서야 자신이 비문학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인문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접하면 다양한 관심사를 갖게 되었고,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책들을 마음껏 찾아 읽으면서 읽기의 즐거움을 깨달았다고.


사례 2. 

J는 아이가 책을 좋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싼 전집을 큰 마음먹고 집에 들였다. 

J의 아이는 평소 책을 제법 즐겨 읽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새로운 전집을 보면 무척 좋아하며 신나게 읽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이가 원래 집에 있던 책만 자꾸 집어 들었을 때 J는 왠지 실망스러웠다.

비싸게 산 만큼 전집을 ‘빼놓지 않고 다 읽어야 아깝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조급한 마음에 아이가 읽으려는 책 대신 새로 산 전집에서 책을 꺼내 읽으라고 쥐어 주자 아이는 싫다고 했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아이는 아예 책을 읽지 않기 시작했다. 


두 사례에서 공통된 모습을 찾았는가?

바로 지나친 개입이다. 


S의 엄마는 자신이 재미있게 읽은 책이나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책을 자녀에게 강하게 권했고, J는 더 많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새로 산 전집을 아이가 읽도록 유도했다. 

다 아이가 책을 많이 읽기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행동이다. 


좋은 의도였다. 

하지만 시작과는 달리 결과는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우리는 늘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가르침을 받으려고 한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해야 하는 것

좋은 아내/남편이 되려면 해야 하는 것

공부를 잘하려면 해야 하는 것 등.


그렇지만 막상 정말 필요한 것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인 경우가 많다.

엄청나게 잘하지 않더라도, 이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만 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책 읽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해야 하는 것들’을 물론 이야기하겠지만, 

책 읽기에 있어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같이 한 번 고민해 보자.



오늘의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여기 있다.


나의 기준을 아이에게 들이밀지 말자.


지나친 개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어른의 눈, 부모의 눈으로 보면 아이에게 답답한 것들이 너무나 많이 보일 수 있다. 

아이는 어른이 어떤 방향으로 조정하고자 한다는 걸 귀신같이 눈치 챈다. 

예민하거나 고집이 센 아이라면 더더욱 남이 뭘 어떻게 하라고 이야기하는 걸 싫어한다.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받았을 때, 당신은 반드시 그 책을 찾아 읽는가?

읽었다 하더라도 남이 재미있다고 한 그 책을 당신도 반드시 재미있게 읽으라는 법은 없다. 


다 각자 취향이 있다.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 “고전문학은 정서 함양에 좋다고 하니까”, “내가 어렸을 때 읽었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으니까”, “서울대 추천도서 목록에 들어 있으니까” – 추천하고 때로는 강요해도 그걸 읽는 사람이 흥미가 가지 않는다면 그건 답이 아니다. 


어쩌면 독이 될 수도 있다. 

책이 읽기 싫어지는 바로 그 지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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