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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리 Dec 23. 2021

4. 문법이라는 토양

영어라는 나무가 자라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

앞부분에서 많은 부분을 할애해 이야기 한 나의 영어 공부 경험.

영화, 드라마, 음악 등 콘텐츠를 통해 영어를 공부한 경험, 책 읽기를 통한 영어 공부.


여기까지만 읽고,

“아, 역시. 재미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꾸준히 접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게 되겠군!”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큰일이다.

그건 오해다.


무엇보다, 우선 생각해 보자.

나는 왜 영어 공부를 하지?

내 아이가 왜 영어를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지?

해외에 여행 가서 어려움 없이 식당에서 밥을 사 먹고, 길을 잃으면 길을 물어보려고?

외국인 친구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회사에서 영어로 문서를 작성하고 사람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언젠가 영어로 수업을 듣고, 논문을 써서 학위를 받으려고?


각각의 상황에는 알맞은 수준의 영어가 있다.

그리고 알맞은 수준의 영어를 위해서 적당히 해도 충분하다.


일상의 편리함을 위해 영어 공부를 한다면, 앞으로 이어지는 글 모두 읽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영어로 문서를 작성하고,

발표나 회의를 진행하고,

수업을 듣거나 시험을 치거나, 글을 써야만 한다면?


그렇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문법 만이 영어라는 나무를 키울 수 있는 토양이다.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놀기만 하는 내가 불안했던지, 엄마는 나를 동네 보습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그 학원에서 처음으로 영어 문법을 배웠다.

성문기초영문법 이라는 작은 초록색 책으로.


어린 나이에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해서 하고 있었던 내게 영어 문법은 정말 별나라 이야기였다.

정관사와 부정관사?

셀 수 있는 명사와 셀 수 없는 명사?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매일이 이런 생각뿐.


나는 이미 영어를 잘하는데, 왜 이런 걸 배워야 하는 거지?

이런 당치도 않은 생각도 하면서.

영어 문법은 어려웠고, 재미가 없었다.

문법을 딱히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학교 내신 시험에서 영어는 어렵지 않게 100점을 받았다.

계기가 생기지 않은 채로 내 영어 공부가 지속되었다면 어땠을까?



중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나는 공부 잘하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영어 문법 과외 수업을 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같은 선생님께 영어 문법을 배웠다.

성문 영문법 시리즈의 전 단계 - 기초, 기초완성, 기본, 종합까지 - 를 최소 3번 이상 반복했다.


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지 그때는 결코 알지 못했다.

수능시험에도 문법 문제는 몇 문제 되지 않는데… 그리고 그나마도 감으로 맞추면 될 일인데.


그러나 그 이후로도 20년이 넘게 영어 공부를 한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그때의 지겨운 문법 공부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 영어도 결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당시 문법 수업을 해 주신 선생님의 방식을 백 프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시 내가 배운 방법 중 꼭 추천하고 싶은 몇 가지가 있다.



같은 내용을 반복할 것.

반복하되 조금씩 어려운 단계로 올라갈 것.

문장 속에서 문법을 익힐 것.

중요한 문장은 암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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