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오래된 친구가 좋을까

#1

by 늘작가

친구야~ 오늘부터 매주 월요일 아침에 너에게 하고 싶었던 속마음을 적어 볼까 해. 첫 번째 주제로 "친구와 술은 오래될수록 좋다."는 속담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 볼게.


지난번 서울에서 고향 친구들 모임 했을 때 네가 술 한 잔 마신 후 나에게 전화한 것 기억나니? "늘작가야. 지금 고향 친구들과 모여 있는데, 너 이야기가 나왔어. 이제 우리들 나이도 들고 늙어가는데, 옛날 일은 잊어버리고 모임에 나오는 것 어떻니?"


이렇게 이야기했을 때 "음. 친구야~ 미안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고향 친구 모임에 나갈 생각 없어. "하고 대답을 했었다. 그날 자세하게 내 생각을 전하지 못한 것 같아 왜 그런 대답을 했는지 이야기해 볼게.


너도 알다시피 나는 과거에 고향 모임 회장도 했었고 빠지지 않고 나갔었지. 그리고 우정에 대한 가치도 많이 두었어. 하지만 친구/우정에 대한 믿음이 산산조각이 나게 된 것은 결혼 초기, IMF 때 내가 쫄딱 망했을 때 인생 절망의 끝인 반 지하 단칸방을 내려갔었던 것 기억하지?


고향 친구들이 나에게 대한 그 모습 평생 못 잊고 있어. 내가 참석하지 않았던 모임에서 친구들이 은근히 내가 망한 것을 즐겼다는 것을. 그 무렵 내가 친구들 중 선두주자(?) 중 한 명이었는데, 졸지에 꼴등이 되었으니까.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그런 태도를 보아는 친구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었다.


그 후 이를 악물고 노력하고 재기하여 다시 고향 친구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만날 때마다 그 모임에 참석하는 것에 회의감이 많이 들었어. 언제였나? 10년 더 된 것 같은데, 000이 부모님 장례식장에서 한 판 크게 싸운 후 다시는 그 모임에 나가지 않았지.


그런데 고향 친구들 뿐만이 아니라 고등학교와 대학 친구들 동문회도 나는 거의 참석을 하지 않아. 이런 내 모습을 좀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네.


과거 고향 친구 모임에 자주 나가는 나를 보면서 아내는 나를 보고 신기(?)하다고 했어. 왜냐고? 아내는 옛날 친구는 가능한 만나지 않는다고 했어. 내가 왜 그러냐고 물으니 “옛날 친구들 만나면 과거 이야기만 하고. 왕년에는 이랬는데 요즘 너 용 되었다. 아니면 미꾸라지 되었다. 비교 많이 하고, 기분 좋지 않은 추억 팔이(?)하는 것이 편치 않아서”라고 대답했어.


당시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내 생각에 공감을 가지게 되었어. 나도 고향/고등학교/대학 친구들 만나면 아내가 느끼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


만나면 무의식 속에서 학창 시절의 순위(성적이든 재산이든 주먹이든)와 지금의 모습과 비교 많이 하게 되지. 역전한 친구들은 통쾌해하고, 역전당한 친구들은 자존심이 상해하고. 서로 말은 하지 않지만 서로 간에 흐르는 묘한 그 분위기가 있잖아? 나도 언젠가부터 그런 것이 싫어졌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보다는 “우리가 과거 어떻게 살았다”는 이야기가 주 화제가 되더라고. 과거 물론 잊으면 안 되겠지만 나는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면서 살고 싶다.




친구야~ 우리는 같은 고향에서 태어나고 자랐거나, 같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지냈지만 결혼하고, 그동안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서로 생각하는 것과 가치관 그리고 관심이 이제 많이 다른 것 같아.


속물(?)인지 모르지만 나는 지금도 돈을 더 벌고 싶고, 부동산/주식 공부와 투자 등의 재테크 분야에 관심이 많고, 우리 아이들 사회인으로 성장하고 결혼하는 것, 은퇴 이후 삶 이런 것에 관심이 많아. 죽기 전에 우리 아이들 마중물을 최대한 만들어 주고 싶고.


이런 나의 관심사에 대해서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정보도 나누고 싶어. 그런데 아쉽게도 친구들 모임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기 거의 불가능하더라.


친구들 사이에서 이런 것까지 바라는 것은 욕심인 것은 잘 알아. 하지만 이제는 오래된 친구보다는 나와 비슷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우리 남은 인생 앞으로 얼마나 되니? 더 늙어서 더 이상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기 전에...


친구야~ 이제 고향 친구, 오래된 친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로 생각이 잘 맞지도 않는데도 계속 만나지는 못할 것 같아. 그래서 죽기 전에 진정한 친구 1명만 있어도 그 사람 인생은 성공이라고 하는가 보다.


친구야~ 우리 서로 너무 서운해하지 말자. 너는 너와 맞는 사람들과 나는 나와 맞는 사람들과 그렇게 지내면 되는 것이지 뭐. 그리고 가끔 친구들 부모님 장례식에서 만나 그동안 밀린 이야기 하면 되는 것이고.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자.


완연한 봄이다. 봄기운 가득 안고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힘차게 다시 뛰어 보자.


양재천에서 친구가


늘작가 국민학교 졸업사진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