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허리깨 시간.
매캐한 자정의 냄새가 오후에 내린 비 냄새에 섞여 눅눅하게 몰려옵니다.
당신의 이마부터 당신의 발 뒤꿈치까지 찬찬히 뜯어가며 생각하다, 모르게 맺혀버린 코 끝의 매운내를 이길만큼 강력한 냄새입니다.
관계라는 것은 한사람이 아닌 두 사람의 노력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할 나이가 지났는데도 어쩌면 나는 당신에게만 이해를 바라고 있는지 몰라 이렇게 편지를 써봅니다.
관계의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알고 싶은지에 따라 정해지는 것인지도 몰라요.
그런고로 나는 당신과 숱한 시간을 보냈음에도 당신이 궁금해서 미칠지경입니다.
나는 그저 멜로디를 흥얼거리지만 당신은 정확히 가사를 알고 있던 팝송에,
당신을 혼자 좋아해 당신의 블로그를 탐독할 때 나왔던 장소에,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당신에게 배웠기에 더듬어 말할 수 있는 스페인어에,
뜨기만 하면 당신의 입에서 '예쁘다'소리가 나오던 손톱달에,
잠들기 전 읽고 또 읽는 당신이 써준 편지안에,
어디에도 당신이 있는데, 어디에도 없는 당신때문에 나의 늦은 봄은 너무 추워 잠을 잘 수 없어요.
전하고 싶은 말은 참으로 많은데 말이라는 것은, 글이라는 것은 길어질수록 구차해지는 것 같습니다.
보고싶어요. 고마워요. 좋아해요. 이것이면 될 것을.
내 마음은 활활 타고 있는 불이다 보니, 삼키면 속이 타들어가 이렇게 글을 적어보아요.
나, 당신의 지나간 아픔까지 보듬고 싶어요.
당신이 이미 살아낸 22일의 밤에,
내안에 나보다 더 많이 존재하는 당신에게,
당신이 늘 걱정하고 있는 지영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