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을 재미난학교도서관에서 키웠다. 집에 도착하면 6시가 넘는 시간인데 다행히 도서관 돌봄이 7시까지. 아이들은 방과 후 도서관에서 놀고, 도서관에서 간식을 먹고, 도서관 사서 교사와 돌봄 교사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방학에도 마찬가지. 아이들은 안전한 공간에서 즐겁게 지냈고, 나는 걱정 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
중1. 초4. 작년까지 도서관 붙박이었던 우리 집 녀석들은 이제 도서관에 잘 가지 않는다. 큰아이는 혼자 마을을 돌아다니고,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을 즐긴다. 작은 아이는 형에게 기대 큰아이보다 일찍 도서관에서 독립했다. 그래서 요즘 나는 방과 후 도서관 소식을 학교 카페에 올라오는 글로 접한다.
도서관은 여전해 보인다. 아이들은 매 순간 머리를 맞대고 무엇을 하며 놀지 궁리한다. 만들고 그리고 보드게임을 한다. 종이비행기에 꽂혀서 종일 비행기를 날리는 날도 있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놀러 온 형아, 누나를 놀이기구 삼아 놀기도 한다. 바닥에 깔아 놓은 알집 매트는 남극 기지였다 순식간에 우주선이 된다. 계단에 펼치면 세상 재밌는 미끄럼틀이 만들어진다. 그래도 명색이 도서관. 책이 사방에 있다. 어느 순간 고요해져 모두가 책을 읽기도 한다.
아이들은 크고 화려한 장난감이 없어도, 넓고 그럴듯한 운동장이 없어도 잘 논다. 올여름 전기 문제로 에어컨이 시원하지 않았던 날이 있었다. 재미난 어린이들은 이날 찜질방 놀이를 했다. 그야말로 놀이 천재.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 것 같다. 아마 앞으로도.
돌봄 교사 무궁화는 재미난 놀이 천재들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아이들의 기상천외한 놀이를 말리지 않고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고민하고 도와준다. 도둑게, 누에나방 애벌레, 장수풍뎅이도 아이들과 함께 키운다. 도둑게가 더위로 힘들까 싶어 금요일 퇴근 때 데리고 갔다 월요일에 다시 데리고 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이들 세계도 현실이니 늘 즐겁고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다. 아이들은 종종 싸우고, 사과하고, 삐지고, 슬프다. 도서관이 답답할 때도 있다. 그럴 땐 편의점 쇼핑을 하거나 MSG 가득 떡볶이를 먹으러 나오기도 한다. 각자 용돈을 들고 와 서로 사주기도 하고, 얻어먹기도 하는데, 돈 문제는 어른이든, 아이든 쉽지 않은 모양인지 갈등 상황이 생기곤 한다. 대부분의 학년이 이 문제로 우왕좌왕 시기를 겪는다.
1, 2학년은 고학년이나 어른들이 동행해야 도서관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 언니 형들이 동생들 몰래 슬그머니 도망가다 눈물 바람이 나는 것도 꼭 한 번씩은 있는 일. 학교 안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이 금지이므로 아이들은 때때로 학교 밖 담벼락에 모여 학교 와이파이를 쓴다. 재미난 어른들이라면 한 번쯤은 봤을 풍경. 흐린 눈으로 지나가준다. 하지만 재미난에 어물쩡 넘어가는 일은 잘 없다. 학교 담장은 학교안인가, 밖인가’는 결국 학생회 안건으로 올라와 학생들 스스로 정비를 하더라.
오늘도 놀이로, 다툼으로, 웃음으로, 눈물로 소란스러울 재미난 도서관. 다음 주엔 간식을 준비해 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