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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으로 마음 남기기
By 담박 . May 03. 2016

타인이라는 거울

타인을 통해 깨닫는 나의 부끄러운 지난 날...

13년 전의 내가 저랬지...


그녀를 보면서 나의 과거가 부끄러워진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녀의 현재가 아니라, 내 과거가 부끄럽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만나는 어린 후배의 감정적인 반응에 일단  놀랐지만, 몇 분도 안되어 아주 옛날의 내 모습부터 불과 몇 분 전의 내 모습이 마치 동영상 다시보기를 튼 것처럼 떠올라 더 놀랐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요즘 이놈의 역지사지가 너무 잘 되어 말썽이다. 상대방에 대한 불만과 서러움이 복받치다가도, 잠시 뒤면 동일하게 말하고 행동하던 내 모습이 바로 생각나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자기애가 강한 사람에 대하여 나르시즘이 강하다고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나르시즘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100%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자신에 대하여 싫은 순간, 싫은 모습이 유독 강한 사람이 자격지심, 비관이나 자살 등으로 치닫는 것이 아닐까. 나 또한 스스로에 만족하는 순간이 때때로 있다. 그러나 나는 애초에 나르시즘을 강하게 보유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 자식이 아무리 자랑스러워도 겸손해야 한다는 신념 하에 칭찬보다는 지적, 자랑보다는 낮추는 표현을 미덕이라 생각하신 부모님 덕분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교육방식이 야속했지만, 지금은 본능의 일부로 가지고 있을 나르시즘을 상쇄하는 겸손함을 갖출 수 있게 해주신 점에 대해 감사하기만 하다.


나는 천주교 신자이지만, 기복신앙을 추구하지 않는다. 신이라는 존재도 내가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님을 증명해주는 존재이지 내 소원을 들어주는 전지전능한 존재는 아니라고 믿는다. 다만 신의 세계와 같이 이상적인 세상에 가깝도록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 신자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불교의 기조가 유독 이런 나의 믿음과 유사하여, 법륜스님 등의 불교 강론을 주 듣게 되었다.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는 성서 말씀이 불교식으로는 '나는 길가에 핀 들풀과 같다'인 듯 하다. 겸손해야 한다는 말씀보다 들풀같이 살라는 말씀이 좀 더 신선하고 이해하기 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진정한 겸손의 의미를 이해한 후 나타난 변화가 다른 사람을 바라보며 내 지난 모습을 반추하는 반응이다.


내 지난 모습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일은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특히 당시에는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위한 갖은 노력을 기울이기 마련인데, 그 애썼던 모습이 유난히 더 부끄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적인 반추 덕분에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된다.


어른들은 세상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아이들을 가르치고 인생 선배들 또한 인생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 인생에 정답이란 없다. 지난 날의 부끄러움은 그저 내가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일 뿐,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당시에는 그것이 옳다고 믿었기에 했던 생각과 말과 행동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과 똑같은 나보다 이전보다 지혜로워진 나로 살아가는 것이 삶을 좀 더 효과적으로 살아가는 법이 아닐까.


잘못을 지적받았지만 자신의 처지에 대한 변명과 격앙된 감정만으로 가득했던 후배도 시간이 지나면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그녀 덕분에 강도는 다를지라도 그녀처럼 상사 앞에서 프로답지 못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다른 사람의 문제점을 지적하기에는 내 안의 문제가 너무 많다. 그 문제들로 좌절감이나 열등감에 휩싸일 필요는 없겠으나, 더 성숙한 내가 되기 위한 발판으로 삼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재료는 없는 듯하다.


이렇게 조금씩 나를 다듬어가기에도 인생은 참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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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박(淡泊: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함)하게 사는 법에 대하여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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