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가장 어려운 순간은 아이가 아파서도, 밤잠을 설쳐서도 아닙니다. 내가 사랑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내뱉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그 순간입니다.
오늘은 이 고민을 함께 풀어보려 합니다.
기린의 심장은 왜 그렇게 클까요
비폭력 대화를 접하며 알게 된 아름다운 비유가 있습니다.
바로 기린과 자칼 이야기입니다.
기린은 포유류 중에서 가장 큰 심장을 가졌습니다. 6미터가 넘는 키, 그 긴 목 끝까지 피를 보내야 하니 심장도 커야 했겠지요. 비폭력 대화에서 기린의 큰 심장은 사랑과 수용, 따뜻함의 상징입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우리 마음도 좁아질 때가 있습니다. 밤새 울고, 밥 안 먹고, 동생 때리고... 작은 일에도 쉽게 화가 나고 지칩니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마음의 평수를 넓히는 일입니다.
기린의 큰 심장처럼 우리도 마음의 공간을 넓히면, 아이의 떼쓰기도, 실수도, 말썽도 조금은 넉넉하게 품을 수 있습니다. 비난하는 대신 이해하고, 화내는 대신 안아줄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기린 이야기에는 더 놀라운 부분이 있습니다. 기린은 날카로운 가시가 가득한 아카시아 나무를 즐겨 먹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기린의 침에는 가시를 녹이는 특별한 성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키우며 가시 돋친 말을 듣게 됩니다. 때로는 배우자에게서, 때로는 시댁에서, 때로는 그 작은 아이에게서.
"애를 이렇게 키우면 어떡해요?"
"엄마는 나만 미워해!"
이런 말들이 가슴에 박힙니다. 그 상처로 우리는 더 날카로운 말을 돌려주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기린의 지혜를 기억해 봅니다. 가시 돋친 말이 날아와도, 그것을 내 안에서 부드럽게 녹여낼 수 있다면 어떨까요.
비폭력 대화는 그 '침'을 만드는 연습입니다. 상처받은 순간에도 나와 상대를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 힘.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배워야 할 기린의 언어입니다.
자칼이 나타날 때
그렇다면 자칼은 무엇일까요. 자칼은 썩은 고기를 찾아다니는 동물입니다. 비폭력 대화에서 자칼의 언어는 비난, 수치심, 과거의 원망처럼 관계 속에서 이미 죽어버린 것들을 파헤치는 말을 의미합니다.
"또 그러네? 맨날 그러잖아."
"넌 왜 맨날 말을 안 들어?"
"이것도 못해? 다른 애들은 다 하는데?"
이런 말들이 튀어나올 때가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그리고 아이도 배웁니다. 동생에게, 친구에게 똑같은 자칼의 언어를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여기 중요한 진실이 있습니다. 자칼이 나타나는 건 나쁜 게 아닙니다.
자칼은 신호를 보내는 메신저입니다.
"지금 네가 지쳐 있어. 마음의 여유가 없어. 쉬어야 해."
자칼이 튀어나올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책이 아닙니다.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돌보는 일입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도, 5분의 산책도, 친구에게 하소연하는 시간도 좋습니다. 엄마도 사람입니다. 엄마의 마음도 쉬어야 합니다.
소리 없는 폭력, 단절
자칼의 언어 중 가장 무서운 건 침묵일 수도 있습니다.
화가 나서 아이를 외면하고,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고,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
"엄마, 나 미워해?"
아이의 작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하지만 모른 척합니다.
'내가 얼마나 화났는지 알아야 해'라는 마음으로.
이런 단절은 때리는 것보다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느끼기 시작합니다.
기린의 방식은 다릅니다.
화가 나서 혼자 있고 싶을 때도 관계를 끊지 않습니다.
"엄마가 지금 너무 화가 나서 잠깐 혼자 있고 싶어. 10분만 방에 있다 올게. 너를 미워해서가 아니야. 엄마 마음을 가라앉히고 올게."
이렇게 말하면 아이는 압니다.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만 지금은 힘들구나. 벌을 주려는 침묵과 나를 돌보기 위한 잠시 멈춤은 완전히 다릅니다.
아이는 엄마를 보고 배웁니다.
아이는 말로 배우는 게 아니라 모습을 보고 배웁니다.
우리가 기린의 언어를 연습하면, 아이도 기린의 언어를 배웁니다. 우리가 자칼의 언어를 쏟아내면, 아이도 자칼의 언어를 배웁니다.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구나 매일 실수합니다.
소리 지르고, 후회하고, 또 소리 지릅니다. 중요한 건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아까 엄마가 소리 질러서 미안해. 엄마도 화가 났었는데,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였어. 엄마도 배우는 중이야."
오늘, 작가님들의 마음은 어떤가요?
오늘 하루 작가님들의 마음은 기린에 가까웠나요? 자칼에 가까웠나요?
답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알아차렸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린의 언어를 향한 첫걸음이니까요.
우리 안에는 기린과 자칼이 함께 삽니다. 비폭력 대화는 자칼을 없애는 게 아니라, 자칼의 신호를 알아차리고 기린의 언어를 선택하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자칼이 나타나면 잠시 멈춥니다. 기린의 큰 심장으로 나를 다독입니다.
가시 돋친 말이 오가더라도 그것을 녹여낼 지혜를 기르는 것.
그리고 기억합니다. 자칼에게도 심장이 있다는 것을. 상처받은 말 뒤에는 언제나 충족되지 못한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아이가 떼를 쓸 때, 그건 나쁜 아이여서가 아닙니다.
'엄마, 나 지금 힘들어. 나를 봐줘'라는 신호입니다.
내가 화가 날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나 지금 지쳐. 돌봄이 필요해'라는 신호입니다.
오늘 밤, 자기 전 아이의 손을 잡아봅니다.
그리고 속으로 말해봅니다. '내일은 조금 더 기린의 마음으로 너를 볼게.'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완벽한 엄마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나아지려는 엄마는 있습니다.
작가님의 마음 속 기린에게 말을 거는 시간,
그 시간이 쌓여 아이의 마음속에도 기린이 자라날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mGaOIm5H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