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버텼다. 25년을 잘 닫기 위한 기록.
2025년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생각해보면, “잘 풀린 해”라기보다는 '겨우 지나간 해'에 가깝다.
가족, 사업, 그리고 나 자신까지. 하나씩 돌아보며 2025년을 정리해보려 한다.
이 글은 2026년을 향한 선언이 아니라, 2025년을 잘 닫기 위한 기록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아이들이다.
말레이시아로 이주한 뒤 아이들은 정말 “너무, 너무” 잘 지냈다.
마치, 국가대표 선수라도 된 것처럼 수영, 축구, 티볼까지—운동을 정말 열심히, 그리고 많이 했다.
눈에 띄게 건강해졌고, 에너지를 쏟아내는 방식도 훨씬 좋아졌다.
은률이는 학교에서 하우스 캡틴(House Captain)이 됐다. 여름방학 내내 준비한 스피치도 잘 해냈고, 학교 갈 때마다 넥타이에 하우스 캡틴 배지를 달고 다닌다. 나름 학생회장 출신으로.. 아빠인 내가 더 기뻤다.
두 녀석 모두 수영을 열심히 하더니 학교 대항전에 나가 메달도 따왔다. 아주 잘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동네에서는 슬슬 “콧방귀” 낄 수 있을 정도. 그만큼 자존감도 같이 자라고 있다. 한국 나이로 5학년이 된 은률이는 어느새 발 사이즈 240, 몸무게 40kg. 아직은 엄마가 너무 무서워 사춘기(?)가 오진 않았지만, 툴툴거리는 걸 보면 아, 진짜 커가고 있구나 싶다.
여기서 말라카, 까오락, 끄라비, 그리고 한국을 두 번 오가며 부지런히 다녔고 아이들은 부쩍 더 자랐다.
한국에서도 늘 응원해주는 은형제 이모·삼촌들에게는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남기고 싶다.
2025년은 Krush 2년 차였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제법 힘든 해였다.
사업은 외형적으로 성장했다.
기존 미국·베트남 외에도 호주, 뉴질랜드, 중동, 유럽 등으로 물건을 보내기 시작했다.
제품 구성도 바뀌었다. 식품 비중이 80%에서 50%로 내려왔고, 그 빈자리를 비식품—특히 뷰티가 채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숫자 뒤에는 말하기 쉽지 않은 시간들이 있었다.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해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돈을 떼먹고 “배째라”는 거래처도 생겼고
진짜 잘 풀릴 거라 확신했던 프로젝트는 미·중 갈등 여파로 통관에서 홀딩되며 회사 기준으로 최대 손실을 남겼다.
한 건 한 건의 마진이 크지 않은 구조에서 단 한 번의 사고가 회사를 휘청이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배웠다. 무역/유통업은 생각보다 훨씬 리스크 헷징이 중요하고, 자금 운용이 중요한, 금융업에 가까운 사업이었다. 정보 비대칭이 가득한 시장에서 얼마나 리스크를 관리하느냐에 따라 이익률이 완전히 달라진다.
일부 지원사업과 대출로 꾸역꾸역 막아가며, 정말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Krush를 시작할 때 내가 세운 기준은 처음부터 단순했다.
아직 30대라면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국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참고로 아직도 못 믿는 분들이 계시지만 저… 87년생 토끼띠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직접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언제 쓸모 있었는가
어떤 순간에 성과를 만들었는가
나의 장점이 실제 결과로 이어졌던 경험은 언제였는가
이 질문들을 계속 붙잡았다.
트렌드를 공부하고
섹터를 신중히 고르고
돈을 벌면서 시간이 내 편으로 쌓이는 일
즉,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다짐했다.
그래서 지금도 Krush는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평생업이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40을 앞두고 나니 지금까지 해왔고, 잘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제안도 계속 들어왔다.
감사하게도.그래서 9월부터는 두 가지 일을 병행했다.
마케팅 베이스의 브랜드 회사를 컨설팅했다.
프레시지 기획조정실에서 했던 일들을 여기서 다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조직 진단을 시작으로 조직 개편, 사업 구조 재편, 경영진 면담을 통한 전략 수립까지.
그리고 11월부터는 해당 회사의 모든 브랜드 해외영업을 Krush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하고 있다.
특히 퍼스널케어·헤어케어 브랜드에 집중했고, 맡은 지 2개월 만에 매출은 100만 달러를 넘겼다.
외식 → 뷰티도 다른데 갑자기 한의원이라니, 싶을 수 있다.
불알친구의 부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는데 세상 신기하고 재미있는 섹터였다.
한의원이라는 병의원 중에서도 다소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는 곳이여서 그런지, 개선의 여지가 너무나 많아보였다. 그래서 점진적으로 구조를 개편하고 있고, 내년에는 더 중장기적인 방향을 잡아갈 예정이다.
최근 강남점도 개원했다. (한의원 진료 필요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야기 주셔도 좋다.)
드디어 운동을 시작했다.
한때는 “운동할 시간이 어딨어”라고 말하던 사람이고, 주변 형들이 “운동 시간을 먼저 확보하고 일을 해야한다.”는 말을 백 번 넘게 해도 나는 체력 하나는 자신 있다며 까불던 나였다.
역시… 직접 겪어봐야 안다. 체력은 떨어지고, 늘 피곤하고, 피곤하니 짜증이 늘었다.
형들이 러닝에 필요한 걸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주고, 러닝화도 하나 더 사줬다.
이제는 3km → 5km → 7km, 속도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내년에는 더 꾸준히 뛰어볼 생각이다.
양평에 들어갈 떄 마다, 다시 말을 타기 시작했다.
집중하고, 힐링하는데는 승마만한 운동이 없는 것 같다.
26년에는 외승 한번 나가는 걸로 !
한국과 말레이시아를 오가는 횟수가 늘면서 처음 생각했던 말레이 생활과는 조금 달라진 모습도 있다.
그럼에도 아내와 2025년을 돌아보며 다짐했다.
“변화에 제일 잘 적응하는 부부답게, 우리는 계속 이야기하고, 서로 아껴주자.”
예전 같았으면 모든 어려움 하나하나에 좌절하고, 스트레스받고, 힘들어했을 텐데 이제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이겨내려 노력 중이다.
2025년은 쉽지 않은 해였지만, 그래도 잘 버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