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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제 Jan 10. 2022

우리가 은유적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

체화된 인지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은유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이 은유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사용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마음이 무겁다.”라는 표현에서 “마음”은 추상적 개념이고 “무겁다”는 물리적 개념이다. 실제로 마음이 물리적으로 무거울 수 없다. 즉, 추상적 개념을 물리적 개념을 사용해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곧바로 어렵지 않게 이 표현을 이해할 수 있다. 아무도 “‘마음’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무겁다’라는 물리적인 개념을 이용해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구나?”라고 복잡하게 이해하지 않는다. 듣는 즉시 그 문장을 처리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인간의 은유적 표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인지체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인간이 태어났을 때 가장 먼저 세상을 배우는 방법은 신체 감각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엄마의 체온을 피부로 느낌으로써 ‘따뜻함’이라는 개념을 배우고, 중력을 몸으로 느끼면서 ‘무게’ 개념을 이해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물리적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물리적인 개념이 신체 감각을 통해 체화된다. 그러므로 우리의 인지체계는 물리적 개념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거리’의 개념을 떠올려 보자. 크게 두 가지 개념이 떠오를 수 있는데, 하나는 말 그대로 물리적인 거리이고 또 다른 하나는 관계이다. 우리는 가장 친분이 있거나 중요한 사람을 최측근, 혹은 가까운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친분이 있는 사람은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오랜 시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추상적 개념의 ‘거리’가 물리적 개념의 ‘거리’와 연관성이 있다면 물리적 거리가 실제 친근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대학교 기숙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학생들이 서로 교류가 없었음에도 자신의 방과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방의 학생을 가장 친근하게 느낀다는 경향이 있음을 알아냈다(Festinger, Schachter, & Back, 1950). 이러한 결과는 물리적 개념과 추상적 개념의 연결성을 보여준다. 또한 이러한 연결성으로 인해 물리적 개념과 추상적 개념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물리적 따뜻함과 심리적 따뜻함은 서로 영향을 받는다. 한 연구에서는 따뜻한 컵을 잡은 사람이 차가운 컵을 잡은 사람보다 상대방을 더 따뜻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Williams, & Bargh, 2008). 반대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참가자가 사회적으로 소외되었을 때 신체 말단부(손가락)의 체온이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IJzerman, Gallucci, Pouw, Weiβgerber, Van Doesum, & Williams, 2012). 이처럼 물리적 개념과 추상적 개념은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합하면, 우리가 은유적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의 마음이 신체 감각과 운동 경험을 통해 체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지체계가 전반적인 신체 감각 경험으로 인해 형성되고 작동한다는 이론을 ‘체화된 인지 이론’이라고 부른다. 체화된 인지 이론에 따르면 은유적 사고는 우리의 인지체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알려주는 중요한 부분이며 신체 감각은 이 체계를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결국 은유의 기원은 신체 감각이라고 볼 수 있다.



Festinger, L., Schachter, S., & Back, K. (1950). The spatial ecology of group formation. Social pressure in informal groups, 141-161.


Williams, L. E., & Bargh, J. A. (2008). Experiencing physical warmth promotes interpersonal    warmth. Science, 322, 606-607.


IJzerman, H., Gallucci, M., Pouw, W. T., Weiβgerber, S. C., Van Doesum, N. J., & Williams, K. D.    (2012). Cold-blooded loneliness: social exclusion leads to lower skin temperatures. Acta psychologica, 140(3), 283-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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