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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작가 여행과 인생 Oct 16. 2019

흔들림을 견디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아파트 경비실 할아버지의 웃음이 사라진 자리에서

  아침 출근길은 바쁘다. 아침 시간은 더 부족하다. 오늘은 운이 좋다. 엘리베이터가 가까운 층에 올라와 있다. 찰나의 시간을 두고 엘리베이터가 먼저 내려가면 아쉽다. '나 좀 태우가 가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월요일 아침부터 금요일까지 일상은 지루함의 반복일 뿐이다.

  

  경비실 아저씨에게 인사하고, 청소하는 분에게 “수고하십니다.” 따뜻한 말도 전한다. 밤새 주민의 안전을 걱정하고, 새벽같이 출근해서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여러 아파트에서 관리비 절감을 목적으로 경비원을 해고한다. 그 자리에는 비밀번호 누르는 자동문을 설치한다.     


  결혼하고 신혼살림을 차린 아파트는 신림역 근처였다. 3년을 살면서 경비실 할아버지와 친해졌다. 아파트 1층의 경비실은 주민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웃집 아줌마는 시장에 갈 때, 아이를 잠시 맡긴다. 할아버지는 흔쾌하게 아이와 놀아주셨다. 택배 하는 사람이 경비실에 물건을 맡기면 고생 많다며 사탕을 집어 주셨다. 이사 가는 주민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새로 들어오는 주민에게 여러 가지 생활 정보를 알려주셨다. 경비원으로 앉아 계시는 게 아니라 동네 어른이랄까?


  나는 설날이나 추석에 경비실 할아버지에게 작은 선물을 드렸다. 우리 부부만 드리는 줄 알았더니, 여러 집에서 십시일반으로 감사 선물을 드렸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받은 선물을 혼자 취하시지 않았다. 아파트를 청소하는 아줌마와 동료 경비 아저씨가 빈손으로 집에 가지 않도록 신경을 쓰시는 게 눈에 보였다.      

  

  우리가 살던 집이 전세 만기가 돼서 다른 동네로 이사 갈 때는 경비실 할아버지와 아쉬운 마음으로 인사를 나눴다. “젊은 부부에게 고마웠어, 잘 살아야 해!!” 살던 아파트를 떠날 때, 누군가의 아는 척은 매우 감사한 경험이었다. 요즘은 10년을 넘게 살아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세상이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신혼 첫 집이 궁금해졌다. 아내와 보물찾기 하듯이 그 집을 찾아갔다. 전에 없던 자동문까지 생겼다. 잠시 기다리다가 사람이 나올 때 냉큼 들어갔다. 이럴 거면 '자동문은 왜 만들었을까?' 생각하면서


  “여기서 우리가 살았지.”, “문 열어 달라고 할까?” 아내에게 짓궂은 말을 던지며 복도를 걸었다. 살던 집의 문을 두드릴 용기는 없었기에 서로가 피식 웃으면서 1층으로 다시 내려왔다. “할아버지 계실까?” 경비실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먼지 쌓인 느낌이랄까?  

  

  '할아버지는 어디 계실까?' 혹시라도 그 분과 마주칠까 봐 다른 동의 경비실까지 걸어갔다. 모두 자동문으로 바뀌었다. 정문 앞에 새로 생긴 경비초소에 한 사람이 앉아있을 뿐이다. 아파트 1층에서 한 번이라도 인사를 나누고, 소소한 부탁을 드리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던 사랑방이 사라졌다. 


  자동문 비밀번호를 누를 때, 낯선 사람이 쫒아 온건 아닌지 뒤를 돌아보며 급하게 들어간다. 비어 있는 경비실은 스산하게 잠겨있다. ‘순찰 중’ 종이는 반쯤 떨어져서 색이 바래간다.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동안 다른 사람이 옆에 서 있으면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까? 

  

  아파트 1층은 사람이 머무르는 공간에서, 급히 피해야 할 장소가 되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면 닫힘 버튼을 빨리 눌러서 집으로 올라가야 한다. 인사 나누는 게 ‘귀찮음’이 되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를 모르고 싶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아파트의 안전과 청결을 책임졌던 관리실과 경비실 직원이 떠날 때, ‘감사패’를 드리는 아파트 문화를 꿈꿔본다. 몇 명의 주민이라도 그분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마음을 전하는 아파트를 만들고 싶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어느 날, 거창한 꿈은 바라지 않는다. 경비 아저씨에게는 ‘친절한 웃음’을, 청소하는 분에게는 ‘따뜻한 말’를 건네준다면 하루의 시작이 따뜻해진다. 


  나중에 할 일을 고민하면서 스쳐 지나간 기회를 놓치지 말자. 하루하루의 착한 연습을 통해서 미래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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