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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Apr 17. 2018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진짜 연애'

남의 연애 보는 게 이렇게 재미있다!

환절기의 독한 감기로 일주일 내내 안방에서 골골 거리며 봄을 아쉽게 보내는 와중에 '나의 불치병보다 상대방의 감기가 더 아픈 연애'를 하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저의 안방에도 봄을 강제 안착시켰습니다. 모두들 앓이 하고 계시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대한 수다를 떨어봅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안방극장을 강타했다.


혹자는 묻는다. 남 연애하는 거 보는 게 왜 재미있냐고 또는 별 내용도 없이 주야장천 사랑 이야기하는 드라마 질리지도 않냐고. 근데, 이 드라마 정말 재미있다. 새롭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 <라라랜드>에서 미아(엠마 스톤)와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의 사랑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삶에서 가장 빛나는 꿈을 꾸는 순간을 이들이 함께 하기 때문인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조금 다르다. 진아(손예진)와 준희(정해인)가 함께 하기 때문에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그래서 <라라랜드>는 꿈에,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진출처 드라마하우스, 콘텐츠케이


멜로드라마인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당연히 장르물처럼 파격적인 사건이 도사리고 있지 않다. 주인공들 모두 우리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직장인이다. (아 물론 주인공들의 외모는 평범하지 않지만.) 그런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연애가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이들이 '그냥 연애'가 아니라 '진짜 연애'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보여주는 소소하지만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연애 장면은 우리에게 계속 '당신은 진짜 연애를 해본 적이 있냐'라고 묻는 것만 같다. 자신이 해본, 했던 사람들에게는 그 연애를 떠올리며 설레게 하고 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나도 저런 연애 해보고 싶다'는 욕망과 함께 설렘을 안겨준다.


그래서 지금 계속 언급하는 '진짜 연애'가 대체 뭐냐고 물으신다면 참 어렵다. 정의하기 어렵지만 왜 그놈의 '자유로운 연애 중' 말고, SNS 보여주기용 애인 말고, 수시로 갈아치우는 연애 말고, '밀당이 어쩌고' 그런 거 말고 예고 없이 '멋대로 날 찾아와 모든 걸 다 적시는'(소나기-용준형 feat.10cm 인용)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영화 <Call me by your name> 대사 인용) 같은 아름다운 말이 나오는 이런 '사랑'이라고 답하겠다.  안판석 감독은 "서로에 대한 평전을 쓰는, 남들은 모르는 서로에 대한 진짜 장점을 알아주는 것"이 '진짜 연애'라고 설명했다.


사진출처 드라마하우스, 콘텐츠케이


이 드라마에서 '진짜 연애'를 통한 설렘을 극대화시키는 장본인은 단연 정해인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하겠지만, 나는 그보다 먼저 '진짜 연애'를 정의한 안판석 감독의 연출을 꼽겠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시작 전 생소한 긴 제목 대신 '안판석 감독 새 드라마'로 불리기도 했다. <하얀거탑>,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안판석 감독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은 새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도 역시 통했다.


철저히 감성적이고 물리적이거나 극적인 사건이 아닌 감정에 집중되는 멜로드라마 장르에 충실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극을 끌어가는 연출의 힘은 여러 장면에서 발견할 수 있다.


1화에서 진아와 준희가 재회하는, 진아의 주변을 뱅뱅 도는 준희의 모습을 그린 씬에서는 거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지만 시선은 오직 두 사람에게로 집중된다. 앵글은 어느새 이들 머리 위로 올라가며 이들의 운명을 예감케 한다.


3화에서 진아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싶고, 손을 잡고 싶지만 망설이는 준희의 모습은 느린 화면으로 연출하여 설렘을 더욱 극대화 시킨다. 이 때문에 진아가 준희의 손을 테이블 아래로 살포시 잡고 이를 놓치 않는 준희의 엔딩씬은 수많은 시청자들이 내적 비명을 지르게 만드는 명장면이 되었다.


사진출처 드라마하우스, 콘텐츠케이


또한 4화의 컴컴하지만 바닷물 위로 빛이 잔잔히 흐르는 곳에서의 키스는 이 세상에 두 사람만 남은 듯한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어 4화의 엔딩씬에서는 준희가 자신의 집으로 진아의 손을 잡고 끌어들이는 모습부터 문이 닫히는 장면을 보여주고 도어록이 잠기는 소리까지 들려주며 드라마에 푹 빠져 이들을 관찰하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엔딩을 스르륵 알린다. 이 밖에도 수 없이 섬세한 연출들이 드라마의 분위기를 완성시키며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손예진과 정해인이 화룡점정을 찍는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는 다른게 아니라 예뻐도 너무 예쁜 밥 잘 사주는 누나 손예진과 잘 생기고 귀여운 나만 바라보는 연하남 정해인. 이 두 사람이 판타지적 요소 그 자체다.


'썸'이 난무하는 요즘 안판석 감독이 끌고 손예진과 정해인이 펼치는 '진짜 연애'가 궁금하다면, 매주 금, 토 밤 11시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16부작으로 현재 6화까지 방영했으며 아직 반도 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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