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일기

by 기묭




"뭐가 급하죠?"

시간이 있는 너는 웃으며 물었다.

나는 시간이 없어서 웃지 못했다.

"내겐 시간이 얼마 없어."

내겐 시간이 얼마 없다. 더 이상 이 시간에 머무를 수가 없다.

"곧 떠나야 해 시간이 없어."

"지금 대답해줘."

몇 초간의 침묵 후에 너는 말했다.

"내 대답이 어떻든 떠날 거잖아."

"아니."

나는 손목에 시계를 보면서 말했다.

"네가 대답해 준다면 나는 영원히 이곳에 머무를 수 있어."

너는 고개를 숙인 채 침묵했다.

"이제 정말 가야 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서 나가려는데 네가 대답했다.

나는 너의 대답을 듣고 너무나 기뻐서 눈물이 났다.

눈물을 닦고 숨을 한 번 골랐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너를 봤다.

그러나 너는 거기에 없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는 이미 다른 시간에 있었다.


나는 시간 여행자다.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예기치 않게 어딘가의 시간으로 보내지는데 보통 그 시간에서 몇 년을 산다. 알게 된 사실은 누군가에게 대답을 듣게 되면 그 시간에 영원히 머무를 수 있다는 것. 단, 그 대답이 진심이어야 한다. 우리에겐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내게 시간의 제약이 없었다면 나는 기다렸을 것이다. 천천히. 그래서 나는 시간의 제약이 없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고 화가 난다. 그들은 시간이 영원하다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그들은 눈앞에 당면한 시간으로만 산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말은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그들의 순간은 제약된 시간 속에서의 순간이다. 순간은 영원 속에서야 눈부시게 빛나기 시작한다. 시간이 영원하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 만이 지금 이 순간 속에서 살 수 있다. 그들은 순간 속에서 영원을 느끼며 불멸의 생을 살아낸다.


나는 비록 제약된 시간 안에서 살아가지만 당신은 다르다. 당신은 영원한 시간을 만끽하며 살아갈 수 있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보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당신은 무한히 확장하는 시간을 볼 수 있지만 그러지 않을 뿐이다. 시야를 좁혀 좁은 시야 안에 시간을 속박하고 그 안에서 살아간다. 무엇이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전체를 보는 것을 기피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무엇일까. 게으름일까 익숙함일까. 같은 말인가.


당신은 시간이 영원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틈이 생긴다. 그래야 숨이 트인다. 숨 막히는 좁은 시간 안에 산다면 어느 누구도 당신과 함께 할 수 없다. 잠시 머무를 순 있어도 금방 질식해 버릴 것이다. 여유가 생길 때 당신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 것이고, 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영원 속에서 빛나는 어느 순간에 너를 영원히 사랑한다고.

영원히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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