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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May 26. 2022

세월의 흔적 속
  숨겨진 가치를 찾아낸다

김철우 알티비피 얼라이언스 대표

낡고 오래된 것을 의미하는 ‘빈티지(Vintage)’는 패션과 문화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 걸쳐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스테디셀러다. 하지만 건축물을 중심으로 조성된 도심은 세월의 흔적이 더해질수록 그 가치가 하락하기 마련이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제주 원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끄티 탑동 프로젝트’에서 지역 재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다.





알티비피 얼라이언스(이하 RTBP)는 어떤 기업인가요?

RTBP는 ‘다음 삶이 있다’는 비전을 통해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여겨지는 공간에서 새로운 쓸모(가치)를 발굴하고 또 다른 가능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RTBP의 첫 도전은 제가 나고 자란 부산에서 시작됐습니다. 오랜 시간 외면 받아온 ‘영도’라는 지역을 다각적인 방향에서 재조명하며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왔습니다.  

다행히 지난 수년간 다양한 시도와 끊임없는 도전으로 현재는 주민과 관광객 모두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 탑동 역시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오랫동안 제주도 경제의 중심으로 작동했던 원도심의 잠재력을 현실화시키겠다는 약속이 바로 RTBP의 목표이자 가치입니다. 


제주도의 수많은 지역 중 탑동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원도심의 대표적 지역인 탑동은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공간입니다. 다소 낡고 지저분하지만, 그 안에 제주도의 역사와 도민분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공간이죠.  RTBP가 우리의 삶과 관련된 ‘일’과 ‘여가’, 그리고 ‘주거’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프로젝트의 세부사항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눈에는 그저 노후된 마을로 보이겠지만, 저희 RTBP에게는 그 모든 모습들이 하나의 가능성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RTBP는 탑동의 중심을 이루는 너른 광장에 주목했습니다. 날씨 좋은 날 시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탑동광장을 소비하는 걸 보면서 ‘지역의 가능성을 이러한 공간으로 연결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죠. 때마침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탑동 인근의 유휴건물을 접하게 된 덕분에 ‘끄티 탑동’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길 수 있었습니다.


끄티 탑동 외관 


원도심에 대한 첫 이미지, 그리고 그곳에서 확인한 잠재력 혹은 가능성을 제시해주신다면요?

제주도 원도심의 가치는 2020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한 ‘리노베이션 스쿨’ 마스터 참여를 통해 제주 원도심에 깊이 있는 분석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기간 지역을 관찰해보니 비록 유동인구는 적었지만, 특정 지점을 방문한 후 원도심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길게 줄을 늘어서는 ‘산지해장국’과 특정 알파벳이 그려진 벽화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기 위한 사람들로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루는 ‘디앤디파트먼트’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그러한 특색있는 장소들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방문객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게 원도심의 잠재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그저 해당 장소만을 방문한 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형태를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킬러 콘텐츠’들이 더욱 늘어난다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즉, 특색있는 장소들이 각각의 포인트로만 존재하는 게 아닌, 하나의 라인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 원도심 역시 제주도의 새로운 핵심공간으로서 독립적인 작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끄티 탑동의 핵심 키워드인 ‘3F(Food, Fashion, Fun)’는 현재 어떻게 구현이 되고 있을까요?

‘3F’라는 키워드는 ‘끄티 탑동’이 위치한 거리인 서부두 횟집거리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특성에 RTBP가 추구하는 가치를 더해 재해석함으로써 도출해냈습니다. 음식(Food), 패션(Fashion), 재미(Fun)로 이뤄진 3F는 유동 인구의 유입으로 거리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핵심 요소 3가지의 앞글자를 따서 이름 붙였습니다. 

한정적인 접근만 이뤄졌던 서부두 횟집거리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타파하고 ‘뉴트로’, ‘로컬’, ‘가치소비’ 등에 주목하는 MZ세대를 끌어들임으로써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설명하자면, ‘음식(Food)’의 경우 F&B 브랜드 ‘바아방믈’이 1, 2층에 입점해 제주의 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접짝뼈 토마토 스튜를 비롯해 제주 등갈비 브류기뇽, 제주 귤 버터 토스트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재미(Fun)’와 ‘패션(Fashion)’은 3층에서 팝-업(Pop-Up)과 이벤트 형식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방문객분들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부산 로컬 패션 브랜드인 ‘캑터스 소잉 클럽’에서 수집한 빈티지 반다나를 전시하고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FAST COLOR BANDANA 행사’를 비롯해 서귀포 출신 문신기 작가의 ‘경제산수화 전시회’와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을 시작한 강승목 작가의 ‘BALANC’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만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끄티에서 바라본 탑동 앞바다


앞으로 어떤 공간으로 만들어갈 계획이신가요. 또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시나요?

끄티 탑동이 추구하는 ‘3F’ 키워드 중에서도 특히 ‘재미(Fun)’가 풍부해진 모습으로 재탄생시키고 싶습니다. 역사가 깊은 탑동은 그 특성상 소위 ‘터줏대감’ 역할을 하는 음식점들이 매우 많습니다. 3F 중 음식(Food)에 대한 차별성을 이루기에는 경쟁자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죠(웃음).  

패션(Fashion) 역시 녹록지 않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제주도의 명동’이라고 불렸던 칠성로 거리의 위상이 굳건하기 때문입니다. 전성기에 비해 다소 손색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쇼핑을 목적으로 한 방문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3F 중 음식과 패션이라는 두 가지 가치는 기존 원도심에서 맥락을 이어온 콘텐츠이지만,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즐길거리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가장 흔한 문화콘텐츠인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전무한 것은 물론 탑동 주민들의 어린 시절 추억이 머물러 있는 놀이공원도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아라리오 뮤지엄’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 관련 비즈니스가 집중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탑동의 현상황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끄티 탑동 역시 집단의 일원으로서 전시 외에도 현재 준비하고 있는 클럽 라운지 운영, 탑동 광장 페스티벌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의 진행을 통해 재미가 풍부한 공간으로 재탄생하는데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더불어 다양한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하는 게 ‘끄티 탑동’의 목표예요. 자기만의 색을 가진 지역 크리에이터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콘텐츠와 상품, 작품 등이 거래 혹은 전시되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도민은 물론 관광객들도 함께 참여하는 복합문화공간이자 육지와 제주를 잇는 ‘문화의 관문’이 되었으면 해요. 과거 소통의 장이던 탑동의 항구처럼요.


끄티 탑동 내부


‘끄티 탑동’을 통해 선보일 새로운 프로젝트는 없으신가요. 듣기로 올해 여름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계시다고요.

성큼 다가온 여름에 대비해 끄티 탑동의 3층을 ‘클럽 라운지’로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간 코로나19 탓에 3F 중 ‘재미(Fun)’라는 요소를 다채롭게 풀어 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최근 방역 관련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 속에서 끄티 탑동과 바다를 모두 활용한 방안을 고심해왔습니다. 운영진과의 오랜 논의 끝에 이른바 ‘탑동의 시간’을 조금 더 연장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습니다. 

햇볕이 좋은 낮 시간대에는 제법 많은 관광객들의 방문이 있지만, 해가 진 후에는 발길이 뜸해지는 탑동의 연속성을 늘려보고자 한 것이죠. 탑동의 저녁, 나아가 밤을 ‘힙’하게 보낼 수 있는 클럽 라운지의 운영이 바로 저희의 선택이었습니다. 유명 DJ가 직접 디제잉하는 신나는 음악을 즐기며 흥겨운 분위기와 간단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F&B’적인 요소를 통해, 도민과 관광객을 사로잡을 계획입니다. 


‘끄티 탑동’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실까요? 

제주도민에게 원도심은 예전 추억이 머물러 있는 공간 정도로 인식될 것입니다. 관광객들의 머릿속에는 그저 동문시장만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원도심은 마을 구석구석 다채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공간이 즐비합니다. 끄티 탑동 또한 그러한 장소 중 한 곳이라 할 수 있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지역 주민분들이 한마음으로 원도심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민들의 노력으로 일궈낸 도심의 변화를 직접 방문해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이루다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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