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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Aug 22. 2022

Over the 무지개, 세상을 연결하고 기회를 만들다

김용덕 무지개연구소 대표 인터뷰 비하인드

- 글. 고미 제민일보 선임기자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많아질 테니 그것을 담을 ‘그릇’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무인기술 스타트업’과 드론이란 정보를 가지고 만났지만, 정작 김용덕 무지개연구소 대표의 말에 처음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실체화한 그릇은 특별했다. 한 점 흠결 없는 명품을 만드는 것과는 어딘지 다른 느낌이다. 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집어넣는 것에 따라 쓰임을 만들어낸다. 관련 영역에서는 독보적이지만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 ‘상대하다’의 관점에서 시장을 확대한다. 무지개연구소의 플랫폼은 그렇게 자가호흡을 이어간다. 깊고 또 길다.     

고미 제민일보 선임기자   |   박윤혁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주임   |   김용덕 무지개연구소 대표


혁명적 변화가 보편적 현실로

김용덕 대표를 인터뷰하면서 ‘혁명적 변화’란 표현이 떠올랐다. 뭔가 엄청난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시대와 사람들의 생각에 맞춰 당연하다 여겼던 것들을 움직이는 것들을 아우르는 말이다내가 하지 않거나 생각만 하고 있던 것들이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간다. 김 대표가 하는 일을 정리하면 그렇다. 무지개연구소라는 동화 같은 이름에 담긴 뜻도 마찬가지다.     


“무지개라고 부르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은근히 기대한 답도 있었다. 드론 산업이란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하늘과 연관한 무엇이 있구나’ 지레짐작했다.      


“리크루트 비밀이기는 한데…. ‘무한창의지식개발’의 줄임말이에요.”      


아뿔싸. 넘겨짚지 말아야 한다는 나름의 룰을 어긴 충격은 꽤 컸다. 기술력과 서비스라는 영역을 넘나들고 있는 상황은, 오즈의 마법사 속 Over the Rainbow라 해석한다고 틀리지는 않지만, 분명히 다르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을 연결(Connect)해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마치 하나였던 것처럼’ 새로운 가치로 만들어내는 일, 창의의 영역을 가장 앞에 둔 이유는 분명해 보였다. 애플 창업주이자 혁신가인 스티브 잡스의 ‘창의력(Creative)’론이 연상됐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들의 연결과 새로운 관점의 재해석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것, 존재하는 기술들이 어떤 관점에 의해 연결되느냐에 따라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창의’의 범주에 들어간다. 김 대표는 여기에 ‘보편적’이란 단어를 보탰다.


김 대표가 얘기한 그릇이 다름 아닌 ‘무지개’다. 김 대표는 군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다뤘다. 야전 부대 등에서 첨단 시스템을 도입하는 운용 장교로 근무하며 드론이 만들어낼 새로운 영역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앞으로 확장을 거듭할 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목표가 됐고 이전 경력을 접고 2015년 무지개연구소를 창업한다. 그의 그릇은 드론에 역할을 부여하는 소프트웨어를 담는 장치 ‘아리온 지능 모바일 코어(IMC·이하 아리온)’다.     


“드론은 누구나 만들 것 같았어요. 이미 만들고 있는 업체도 많았죠. 크기도 성능도 다른 드론을 만들어 날리지만 어디에 어떻게 어디까지 쓸 것인가는 없었어요. 그래서 드론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만들어 보자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리온 지능 모바일 코어(IMC)


쓸 수밖에 없는 신통방통한 그것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에 도전했고 청년창업사관학교의 1억 원 펀딩을 받았다. 국방과학연구소 사업 참여 기회를 얻는다거나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하는 등 생각을 실현에 옮기는 작업은 비교적 무리 없이 진행됐다. 모든 드론에 들어가는 핵심 PC를 만들고 원격 관제 플랫폼을 상품화했다. 그것이 소형 AI 컴퓨터 아리온이었다. 성인 남성의 한 손에 들어가는 장치는 신통방통하다. 하늘을 나는 무인 장치 드론에 역할을 부여한다. 마치 물을 담으면 물그릇, 장을 담으면 종지 하는 쓸모가 생기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오지에 택배 서비스를 하고, 험한 산속에 신속하게 들어가 산불 감시를 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드론 산업의 영역은 진화한다.


김 대표는 “기존 드론에도 아리온을 부착할 수 있다. 거리 제어와 충돌 회피 기능 등이 있어서 스스로 시설물 점검 임무를 수행하거나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다. 웹사이트에서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서 클릭 하나로 언제 어디서나 원격 관제가 가능해졌다. 서울에 있는 드론을 제주에서 관제할 수 있다는 것은 그런 의미”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리온을 통해 모든 비행 기록이 데이터 베이스화된다. 드론 업체에서 원하는 실시간 업데이트와 월·일별 연간 조회도 가능하도록 서비스했다. 김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아리온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거저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일종의 서비스 기간을 두고, 많은 드론에 장착될 수 있도록 ‘영업’을 했다. ‘필요 장치’인데다 ‘계속해 업그레이드’가 되는 조건은 이내 관련 업계에 스며들었다. 신뢰가 쌓였다는 얘기다.     


“일단 아리온을 쓰기 시작하면 대체할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죠. 혹시 모를 불안감도 실증 자료를 통해 해소해 줍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충성 고객이 됩니다. 그다음은 ‘혹시 이런 것은 되느냐’ 아니면 다른 업체에 ‘이런 것이 있더라’하고 연결이 시작됩니다. 그것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또 아리온을 보급하고. 이 정도면 됐다 하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거죠”     


‘활용해 이익을 내는 서비스 영역에 ‘만드는’ 제조 영역까지 뒷받침돼 가능한 일이다. 처음 연상했던 ‘상대하다’는 단어가 맞춤옷처럼 자리를 찾는다. 상대하다는 ‘마주 대하여 응하다’라는 뜻이다. 흔히 쓰는 방식처럼 누가 잘하고 못 한 것을 가리거나 일방적으로 승패를 가리는 목적을 강조하는 말이 아니다.


김 대표는 처음 ‘자율 비행’이란 영역에 조금 큰 개념을 접목하는 것부터 했다. ‘자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기능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했던 것은, 사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이었다. 삶이 더 나아진다는데 마다할 것이 있을까 싶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전 정해놓은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불합리한 부분이 적잖다. 무지개연구소 역시 비슷한 고민과 고충을 온몸으로 부딪혀야 했다. 언론에 간혹 등장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풀기 전까지 불가능한 영역이 많았던 탓에 오기가 생겼다. 제도적으로 문제가 없음을 실증으로 보여줬던 사정을 설명하는 얼굴에 언뜻 만감이 교차했다. 만약 거기서 멈췄다면, 김 대표는 “새로운 성장 산업을 한다면서 비싼 쓰레기만 만들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김용덕 무지개연구소 대표


제주라서 가능한 것들


그런 무지개연구소가 ‘제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한라산을 꼽았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시간과 비용, 일이 다 필요해서 넥스트 라운드 투자를 제주에서 받고 싶었고 이렇게 연이 닿았죠”.     


제주도는 지난해 드론특별자유화구역으로 지정됐다. ‘2021 드론특별자유화구역 조성사업’을 통해 드론 통합 관제 플랫폼과 관제센터를 구축했고 소방드론 긴급구조 대응, 올레길 드론 안심서비스 등 4개 서비스 모델을 상용화했다. 기반을 쌓고 있는 것 외에도 한라산과 네 면이 바다인 환경 등 드론의 가능성을 확장할 배경도 충분하다. 


김 대표는 “많은 드론업체가 제주에 실증하러 오니까요. 그 업체들이 다 저희 고객인 거죠. 그 업체들에도, 우리에게도 제주가 기회의 땅인 셈”이라고 귀띔했다.


프로모션의 영역이다. 시드 단계에서 이미 완성품을 가지고 있는 데다 서비스 지원도 촘촘한 상황이라 가능한 일이다. 무지개연구소는 영업이익과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아리온을 제작하고 프로모션하는 데 투입한다. 드론 산업이 활성화돼야 무지개연구소의 입지도 탄탄해진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해만 11억 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하고 국가 R&D사업으로 수주한 금액도 67억 원에 이른다. 이를 인건비와 재료비 등으로 재투자하고 제품을 만들어 프로모션하는 계단식 성장은 무지개연구소뿐만 아니라 드론 산업 전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김 대표가 ‘협력 관계’ ‘연대’ ‘동료’ ‘전략적 파트너’ 라는 단어를 반복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처음부터 아리온이 인정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아리온을 탑재할 드론이 없어서 버려지다시피 했던 것을 기술력이 더 좋은 연구기관에 제안했고 기회가 생겼다. 지금은 같이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것으로 다시 길을 튼다. 생각지도 못한 규제를 넘는 것 역시 새로운 시장으로 연결된다.     

고미 제민일보 선임기자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일


다음 등장하는 것이 ‘Over the 무지개’다. 김 대표는 “우리가 스마트한 삶을 살게 되는 만큼 빅데이터 영역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아리온 플랫폼을 통해 무수한 데이터가 모인다. 김 대표는 “무지개연구소가 제주 기업이 된다는 것은 이 데이터가 모두 제주에 집결된다는 것”이라며 “드론과 관련한 모든 정보와 드론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제주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만큼 큰 특구의 강점은 없다”고 강조했다.


조금 바보 같지만, 어디까지 달릴 생각인지를 물었다. 김 대표는 “이제 창업한 지 만 6년이 됐어요. 6년 만에 투자란 것을 받은 거죠. 우리는 시장 성장과 같이 움직여야 하는데 아직 시장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투자를 받았다는 건 이미 시장을 한 바퀴 추월하고 다시 출발선에 섰다는 의미로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무지개연구소의 선전은 드론 경량화나 비행시간 연장, 배터리 강화 등 관련 산업의 성장과 이어진다. 동반 고도화라는 드론 산업 생태계의 중심이 무지개인 셈이다. 그렇게 5년 정도 힘을 쏟고 난 뒤 ‘제주’에 올 구상도 내놨다. 그때면 관련 기술을 표준화하는 것으로 ‘보편화’할 생각이라고 했다. 경쟁을 키워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활용할 기회를 여는 것이 시대에 맞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다음은 자신에게 ‘시간’을 주고 싶다고 했다. 일종의 보상이자 재투자다. 김 대표는 “투자자로 새로 기회를 만들고 혁명적 변화를 이끄는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싶다”며 “경험까지는 아니지만 회사가 시장에서 버티고 커가는 걸 보는 입장에 서서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문과 출신이라 이과 전공의 김 대표가 하는 말을 반이나 이해할까 고민했던 것이 무색해졌다. 세상은 그렇게 연결되고 풀린다. 그래서일까. 그가, 무지개연구소가 새로 빚을 그릇에 벌써 가슴이 뛴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이루다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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