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준 다자요 대표
고즈넉한 분위기와 오랜 스토리를 지닌 숙소로 인기를 얻고 있는 다자요. 최근에는 독립된 공간이라는 점과 다양한 콘셉트 그리고 활용성 덕분에 워케이션 숙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연간 단위로 숙소 예약을 잡는 기업도 꽤 있다는 후문. 빈집 재생뿐만 아니라 워케이션에 적합한 공간을 마련하며 제주의 가치를 확산하고 있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투자기업 다자요의 행보가 기대된다.
대표님께서는 제주의 빈집에 관심을 두고 이를 리모델링해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숙소로 탈바꿈시키셨습니다. 빈집에서 발견한 가치는 무엇이며, 이를 아이템으로 창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빈집 재생이 사업 아이템은 아니었어요. 숙박 중개플랫폼이 시작이었죠. 어떤 사업이든 큰 자금이 먼저 들어가 있을 때는 자금이 지속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제주에서 처음 1년은 힘들었습니다. 자금을 모으는 일도 힘들었고, 투자도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플랫폼 개발만 계속할 수는 없었죠. 모아두었던 자금에도 한계가 있었고요.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에 직접 눈에 보이는 사업으로 눈을 돌렸어요.
숙박 중개플랫폼을 준비하면서 사람들이 어떤 숙소를 원하는지 니즈를 잘 파악하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독채’ 그리고 ‘옛날 제주도스러운’ 공간을 원하고 있어서 그런 숙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제가 서울에 있다가 종종 제주에 올 때마다 느낀 건, 제주가 너무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거예요. 사실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잘 꾸며진 관광지나 좋은 시설을 보러 오는 게 아니거든요. 제주의 자연을 보러 오는 게 가장 큰데, 이런 것과는 반대로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거나 대형 리조트가 생기고 있잖아요. 그래서 가장 제주다운 모습을 보여줄 방법을 고민하다가 제주에 빈집이 많이 있으니 그걸 활용해보는 게 어떨까 해서 2017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다자요의 비즈니스 모델은 빈집을 10년간 임대한 뒤 리모델링해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임대 기간이 종료되면 그대로 주인에게 돌려주는 겁니다. 빈집을 매입하는 방법도 있는데, 임대를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 번째는 빈집을 잘 안 팔아요. 고향에 있는 집이잖아요. 우리나라에서 빈집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데, 빈집이 많아서 문제가 아니에요. 공공에서라도 매입해서 이를 활용하면 되는데, 부모님이 살던 집이기도 하고, 또 언젠가는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팔지 않죠. 공공 재산이 아니니 관공서에서 자금을 투입할 수도 없죠.
두 번째는 거기에 맞물려서 당시 다자요의 사업 자금이 집을 매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무상으로 빌리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했지만, 1990년대 만들어진 ‘농어촌정비법’상 ‘농어촌 민박사업을 하려면 실거주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규제에 막혀 2019년 6월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어요. 대신에 불특정 다수가 아닌 다자요에 투자한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구독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고, 리모델링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계속 진행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덕분에 펀딩은 성공했는데요. 비즈니스 존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지지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빈집을 활용해서 숙박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법령은 없었기 때문에 다자요의 비즈니스 유형에 가장 근접한 농어촌민박업으로 등록했습니다. 숙박업이라는 큰 틀 안에 관광호텔업, 유스호스텔업, 청소년시설업, 여관업, 여인숙업, 농어촌민박업 등이 있는데, 기준이 다 다르더라고요.
영업을 시작한 이후에도 계속 제도 개선에 노력했습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도 많이 도와주셨는데요. 빈집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빈집을 가지고 비대면 숙소를 운영하겠다는데 상식적으로는 문제가 될 게 없잖아요. 당시 국무총리실에서 개선해야 할 규제가 있냐고 물어봤을 때 지속해서 의견을 전했지만, 아쉽게도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민원이 제기되면서 결국 사업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영업이 중단되고 규제 관련해서 중앙부처에 보고하러 갔을 때 담당자들이 ‘이건 나라에서 돈을 지원할 사업이 아닌가’, ‘나라에서 할 일을 민간이 대신해주는데 왜 이걸 못하게 막느냐’라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적극적으로 동의해 줬습니다. 풀어줘야 되겠다, 지원까지 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죠.
기관들뿐만 아니라 개인이 볼 때도 불합리한 거죠. 개인투자자분들도 처음에 제주도가 변하는 게 싫고, 그래서 기존에 있는 빈집을 활용해서 좋은 숙소를 만들려고 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면서 투자해 주셨고, 이후에 규제 문제로 영업이 중단되었을 때는 이분들도 화가 나신 거죠. 그래서 버틸 수 있게 돈을 또 모아 주신 거죠.
그 이후 2020년 9월 정부의 ‘한걸음 모델’로 선정되어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적용받았습니다. 2024년 1월까지 5개 지역에서 50채 이내로 운영이 가능해졌죠. 코로나19 상황도 완화되어 최근 관광 수요가 다시 증가하면서 다자요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주로 어떤 분들이 찾아오시나요?
40대 고객이 가장 많고요, 그다음 30대 그리고 50대분들도 좀 있습니다. 가족 단위로 많이 오시더라고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쉬러 오세요. 밖에서 밥 먹을 때만 잠깐 나오시고요. 독립적인 공간이어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으니까 그냥 여기서 계속 머물고 계신 거예요. 가족 단위로 오면 아이들도 좋아합니다. 마당이 있는 집에 살아보지 못한 아이들이 있잖아요. 귤도 따 먹고, 벌레도 보고. 마당에 있는 돌멩이 하나만으로도 재미있게 논다고 하더라고요.
최근에는 장기 숙박 요청도 많고, 특히 월령바당집은 B2B로 벌써 내년 예약이 마감됐다고 들었어요. 최근 워케이션 트렌드가 다자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가요?
실제로 어떤 기업의 대표님이 저희 숙소에 와서 주무시고 가신 적이 있어요. 워케이션이 직원 복지 개념도 있어서 직원들이 경험하면 좋겠다고 하시며 내년 모든 예약을 잡으셨죠. 다자요 숙소가 워케이션에 적합한 이유가, 독채이고 내부 공간 활용도가 높아 가족 단위로 와도 일과 휴식을 동시에 할 수 있어요. 일하는 사람들이 다 독신인 게 아니고, 가족 단위도 있잖아요. 다자요 숙소는 가족들이 같이 가서 워케이션 할 수 있는 공간, 일만 하는 것이 아니고 가족들끼리 독채에서 실제 생활하면서 일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또 어떤 회사는 워케이션을 어떻게 시행할까 고민 중이었다고 해요. 리조트는 뭔가 부족하고, B2B로 예약받는 경우도 별로 없잖아요. 워케이션 담당자가 적당한 장소를 계속 찾고 있었는데, 건축사였던 아버지가 뉴스에서 다자요를 봤다면서 추천해주셨대요. 연락이 와서 실제로 숙소를 둘러보고는 다자요 숙소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저희 숙소는 좀 고급 숙소이기 때문에 일반 회사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최근에는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저렴하게 이용할 숙소도 만들어 달라는 요청도 있어서, 지금은 그런 것들을 고민하고 있죠. 저희에게 빈 땅도 들어와요. 빈집처럼 임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예 현물 투자로 들어오기도 하죠. 이런 것도 워케이션 공간으로 활용할 방법을 생각 중입니다.
다자요와 함께하는 유명인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표선면 하천리에 있는 ‘하천바람집’은 영화배우 류승룡 님과 함께 만든 것으로 유명합니다. 어떻게 인연이 되었는지요?
류승룡 배우님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다자요 주주가 되셨어요. 류승룡 배우님이 원래 자연을 좋아하기도 하고, 다자요의 비즈니스 모델에 큰 매력을 느끼고는 직접 모델을 제의하셨어요. 다자요의 사업이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면 좋겠다며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자요에 도움이 될 많은 분을 소개해주기도 하셨고요. 이외에도 여러 분야에 전문성과 영향력이 있는 분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가장 오래 운영해온 도순돌담집, 봉성돌담집 등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전후를 비교한다면, 마을 주변에 감지되는 변화가 있나요?
첫 번째는 마을 한가운데 빈집이 있었는데 그것을 저희가 고치면서 마을이 밝아지고 환경이 개선됐습니다. 두 번째는 숙소에 오시는 분들이 동네 밖으로는 잘 안 나가세요. 대부분 슬리퍼 신고 돌아다닐 만한 범위에 머물러서 저희는 ‘슬리퍼 존’이라고도 하는데, 그 동네에서 먹고, 마시시면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사람이 많이 오다 보니 마을이 점차 알려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보통 제주에 오면 잘 알려진 관광지만 가잖아요. 근데 작은 마을에도 사람들이 발길이 잦아지기 시작한 거죠.
마지막으로 빈집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어요. 무상임대라는 방법도 다자요가 처음으로 시도했고요. 여러 로컬크리에이터와 스타트업이 다자요가 해온 빈집 재생, 무상임대, 펀딩 등을 보고는 아이디어를 받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정말 뿌듯하죠. 이제는 많은 사람이 빈집을 활용하기 시작해서 마을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군에 임팩트를 줬다고 봅니다.
빈집을 리모델링할 때 가장 고심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리모델링해 달라는 의뢰가 많이 오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그중에서도 리모델링 대상으로 선택하는 기준도 궁금합니다.
우선 빈집을 선택할 때 상태는 중요하지 않아요. 지붕이 없어도 되고요. 심지어는 뼈대가 없어도 괜찮아요. 집의 상태보다는 어디에 위치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옆집이랑 너무 붙어 있거나, 대로변에 있어 자동차 지나다니는 소리가 들리는 곳은 안 되겠죠. 옆집과 바로 붙어 있으면 편히 쉬기가 어려울 수 있고, 대로변에 있으면 숙박보다는 카페를 열기 좋은 곳이죠. 그래서 그런 집들은 다른 방법으로 활용할 생각을 하고 숙박용으로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또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도 안 돼요. 고객들 대부분이 도시, 그중에서도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인데 근처에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서는 무서움을 느낄 수 있어요. 주변에 너무 아무것이 없어도 선택하지 않습니다.
리모델링 집마다 콘셉트가 생기기 시작한 것 같은데 콘셉트는 어떻게 정하나요?
기본적으로 다자요를 이용하시는 저희 주주분들이 어떤 숙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해줘요. 그래서 반려견 전용 공간이 있는 숙소, 캠핑 콘셉트의 숙소를 만들고 있고요. 어떻게 만들면 좋은지 저희는 대중들의 의견을 받아서 그분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죠.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숙소에는 전용 밥상이 따로 있고요, 미끄럽지 않은 반려견 전용 바닥재를 사용했어요. 현관문은 노란색으로 칠했죠. 반려견이 가장 잘 볼 수 있는 색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름도 강아지를 이르는 제주 방언을 활용해 ‘안성강생이집’으로 지을 생각입니다.
다자요가 다른 숙박 관련 스타트업과 다른 점 하나가 활발한 협업인 것 같습니다. LG전자, 하나투어, 노루페인드, 일룸을 포함해 제주도 스타트업인 캐플릭스, 로컬크리에이터들과 협업도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협업해 얻는 이점은 무엇인가요?
큰 기업들은 마케팅이나 ESG로 접근하고 있고, 저희로서는 협업을 통해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요.
작은 로컬 기업들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죠. 저희 숙소가 비용이 좀 드는 곳이기 때문에 이용하는 분들이 구매력이 있는 분들이에요. 다자요 이용객을 타깃으로 홍보가 되기도 하고, 또 저희 숙소가 언론이나 각종 매체에 많이 노출되면서 자연스럽게 알려질 기회가 많이 생기거든요. 그렇게 로컬 기업은 무료로 제품 홍보의 기회를 얻고, 우리는 손님들에게 많은 로컬 제품들을 서비스할 수 있어서 좋고 또 손님들은 로컬을 많이 누릴 수 있어서 서로가 좋은 거죠.
매출의 1.5%를 마을발전기금으로 기부하고 있습니다. 수익이 아닌 매출을 기준으로 하면 특히나 스타트업으로서는 부담이 될 거 같은데요. 이렇게 결정하신 배경은 무엇인가요?
정부의 ‘한걸음 모델’로 선정되면서 정해진 것이기는 한데, 사실 수익 기준이 아니라 매출의 1.5%면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서귀포시 도순동에서 처음 시작할 때 마을에서 행사를 한다고 하면 그 정도를 기부해오기는 했어요. 이제 이것이 공식화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해외에서도 진출 요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우선 계속 제주도에서 워케이션 쪽으로 빈집 외에도 다른 방향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저희가 토지가 있는데 진짜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 갖춰진 워케이션 단지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혼자, 둘이, 또는 팀이 왔을 때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어린이집도 통합되어 있고 자율주행 기업들과 협업해서 자율주행차로 공항과 연결된 단지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다음에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를 하려고 하고 있어요. 문제는 지자체에서도 협조적이어야 해서 그 부분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자요 대표로서, 스타트업협회 회장으로서 제주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계십니다. 제주에 확산 중인 워케이션 문화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큰 도움이 되죠. 외부에서 계속 오면 자연스러운 부딪침이 자꾸 생기면서 지역이 확대되는 거죠.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깊이도 깊어지고요. 옛날 제주 사람들은 이미 그런 걸 많이 경험해 왔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내려와서 서로 교류하고 연대하면서 더 좋은 것을 많이 발견할 수가 있겠죠. 우리가 공부를 하거나 다른 나라로 유학을 가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잖아요. 더 많이 배운 사람,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사람, 본받을 만한 사람이 지역에 들어오면 당연히 지역이 발전을 하겠죠.
그래서 워케이션 관련해서도 여러 곳에서 협조 요청이 올 때마다 흔쾌히 나서고 있어요.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한 건 아니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뭔가 다른 생각을 갖고 도전하는 분들은 어떻게든 도와드리려고 해요. 저희도 지역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많은 지원과 응원들을 받았거든요. 어떻게든 제주도가 잘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나가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제주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별다른 수식어 필요 없이 제주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그 고유한 가치를 전하고 있는 곳이거든요. 그 안에는 천혜의 자연부터 이국적인 풍광까지 여러 가지가 담겨있죠. 앞으로도 도움을 주고받으며 가장 제주다운 공간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대담진행 : 이정원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경영전략본부장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이루다플래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