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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Dec 29. 2022

제주 워케이션? 이제는 리케이션!

이호준 위니브 대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종 매체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말 중 하나가 바로 ‘뉴노멀 시대’이다. 굳이 번역하자면 새로운 일상을 뜻한다. 우리 일상이 얼마나 변했길래 새로운 일상을 언급할까.  그리고 ‘뉴노멀’이 제주에 가져올 기회는 무엇일까. 

이호준 위니브 대표


뉴모멀, ‘워케이션을 확산시키다

‘뉴노멀’은 우리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워케이션(Workation)’이다.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근로자가 자율성을 가지고 휴양지에서 일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직원 복지와 업무 효율 향상 차원에서 다수의 기업이 이를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라인플러스는 직원들에게 시차 4시간 이내 해외 지역에서 최대 90일까지 근무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3명 이상 팀원이 모여 원하는 곳에서 생활하며 일하는 ‘함께 일하기’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네이버, 티몬 등 다양한 IT 기업에서 워케이션을 도입하고 있다.

원격 업무가 자연스러운 시대이다. 결정적인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우리 사회에 ‘비대면(Untact)’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왔다. 재택근무, 온라인 개학, 키오스크 등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전까지 이러한 변화가 더뎠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디지털(Digital)’과 ‘유목민(Nomad)’을 합한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가 있었지만, 정규직보다는 프리랜서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의 비중이 높았다.

또한 사무실이 없거나, 근무지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형태도 있었다. 야후 재팬은 사무실 내에서 근로자가 책상을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게 했으며, 2016년부터는 월마다 5일을 카페나 집에서 일할 수 있는 ‘프리 어드레스’ 제도를 운영했다.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일부 사람들에게 재택근무나 원격 근무는 익숙한 상태였다. 게다가 근무 공간 제약이 점차 줄고, 비즈니스의 상당 부분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며, 거리에 따른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고, 비대면 문화라는 큰 시대 흐름을 타고 워케이션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제주 코딩 베이스캠프 10기


제주에서 워케이션을 넘어 리케이션으로 

많은 시간 일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물을 얻어내는 것은 아니다. 또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많은 사람과 얼굴을 마주해야만 큰 가치를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보여주기 위한 삶, 숨만 쉬는 삶, 명령대로 행해지는 삶, 흐름에 맡기는 삶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위니브는 우리가 선택한 공간에 머물고, 원하는 시간에 일하며 우리만의 가치를 생산한다. 이를 위해 회사 내 의사결정권의 적절한 위임과 업무 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 업무 시스템을 ‘워케이션’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휴양지를 찾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워케이션’을 위해 떠나는 제주도에 살며 일한다. 업무 공간을 한정하지 않아 오늘은 사계에서, 내일은 성산에서, 모레는 함덕에서 일한다. 카페에서, 집에서, 사무실에서, 제주가 아닌 타지에서도 출근한다. 제주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편안함, 우리가 선택한 주체적인 삶의 역동 에너지, 이를 뒷받침하는 회사 문화와 시스템을 엮어 우리는 이를 ‘리케이션’이라 부르기로 했다. 삶(Life) 또는 생활(Living)과 여행(Vacation)의 합성어이다. 여행할 때 누가 통제하지 않듯이 우리 회사의 업무도 그렇다. 우리에겐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더 나은 삶과 일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워케이션과 리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회사마다 다르겠으니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업무환경은 아래와 같다.

① 심리스(Seamless)한 업무환경

사무실에 종속적이지 않아야 한다. 어느 곳에 가든지 어색한 부분 없이 동일한 업무환경을 보장받아야 한다.

② 느슨한 동기화

내 시간과 공간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에 있어도 업무에 지장이 없어야 하며(공간), 시차가 큰 국가에 있어도(시간) 동료에게 불편을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는 느슨한 연대와는 다르다. 오히려 보다 긴밀하게 연대되어야 한다.

③ 충분히 여유 있게 계획된 업무 – 의사결정

업무는 충분히 여유 있게 계획한다. 그럴 수 없는 업무라면 일을 추진하지 않는다. 또한 여유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업무라도 동의를 구한다. ‘이 일을 함으로 우리는 보람을 느끼고, 행복할까요?’라고 했을 때 누군가 그렇지 않다고 얘기한다면, 과감하게 의사결정에서 제외할 수 있어야 한다. 


리케이션으로 시·공간이 유연해지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에 구속되지 않는다. 회의는 실시간으로 동기화되지 않는다. 필요한 사람만 회의에 참석하고, 연대감은 회식이 아니라 티타임을 통해 형성한다. 야근은 허락되지 않는다. 철저히 개인의 삶을 보장받는다.

어린아이가 있는 임직원은 아이를 보면서 재택근무를 한다. 조금 더 큰 아이가 있는 임직원은 어린이집, 초등학교 등·하교 시간에 맞춰 출·퇴근한다. 나머지 업무는 집이나 카페에서 보거나 내일로 미뤄도 된다. 병원이나 은행에 가는 데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이동한다. 회사의 지역별 사무실로, 바닷가 근처 카페로, 공유 오피스로.

유연함은 만족을 가져온다. 시간과 공간, 그날 함께 일할 사람을 택할 수 있다는 자유는 더욱 삶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글자 그대로 삶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보다 인간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과 함께 집필한 《제주 워케이션? 제주 리케이션!》


제주에서 일구는 풍요로운 삶 

호텔스닷컴 설문조사에 의하면 워케이션 선호 상위 5개 지역은 제주, 부산, 강릉, 속초, 서울 순이다. 제주는 압도적 1위이다. 또 디지털 노마드가 머물기 좋은 글로벌 명소 10위권 안에 자리 잡기도 했다.

제주에 살기 전에는 출퇴근에만 왕복 2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재택근무일 때 출·퇴근 소요 시간은 없고, 어느 사무실에 출근하더라도 15분이 넘지 않는다. 제주에서 1시간이 넘는 거리는 매우 멀게 인식된다. 개인적으로도, 전사적으로도 이렇게 절약되는 시간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조금만 나가면 바다나 오름을 보며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일하기 좋은 카페와 코워킹스페이스가 10분 거리에 있다. 다양한 체험활동과 축제, 행사가 있으며 기관과 기업이 그 어느 지역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제주의 상징성으로 긴밀히 연결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듯이 때론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게 한다. 우리는 이러한 연결성과 고립성을 기반으로 제주 웹 콘퍼런스, 제주 코딩 베이스캠프, 제주 알고리즘 베이스캠프 등 다양한 지식 교류의 장을 만들었다. 집중할 환경이 필요한 의도된 고립을 원하는 이, 낯선 곳에서 풍성한 영감을 얻으려는 이, 새로운 마음으로 재충전을 하려는 이를 연결하고 함께 일을 도모하고 있다.


위니브가 진행한 다양한 프로그램들

제주 워케이션과 리케이션으로 지속가능한 가치가 만들어지길

워케이션과 리케이션 문화가 정착된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근무시간은 10시부터 17시이고, 이마저도 선택할 수 있다. 야근과 회식이 없다. 제주 여러 곳에 있는 회사 중 어느 사무실로 출근해도 상관없으며, 코워킹스페이스로 출근해도 좋고, 카페로 출근하거나 재택근무를 해도 된다. 발표 자료(pptx)나 한글(hwp) 문서는 작성하지 않는다. 자간과 행간을 신경 써야 하는 업무는 하지 않거나 최소화한다. 노동시간을 채우기 위한 일은 더더욱 없다. 일은 선택할 수 있으며 방학 제도를 이용하여 출근을 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우리는 더 적게 일하며 남들과 다른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얼핏 자랑으로 들리겠지만, 그보다는 기업이 비본질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기존의 틀을 깨뜨리고 새로운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회사 자체적인 인식 제고와 기관의 활성화 지원이 필요하다. 그저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이며, 같은 일을 하더라도 삶의 만족도를 올릴 방안이다. 이는 사회 전체적인 노동의 인식을 제고시킬 것이다.


워크숍을 보내고 있는 위니브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이루다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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