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공룡 최보연 대표의 '발리 워케이션 이야기'
해외에서의 워케이션 경험을 토대로 스타트업 '바다공룡'을 창업한 최보연 대표. 전 직원 100% 리모트워크를 추진하는 등 줄곧 워케이션과 리모트워크에 진심인 최보연 대표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줬던 워케이션 이야기를 들어보고, 워케이션으로 만들어진 지속가능한 관계와 새로운 삶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워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다공룡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많은 대기업이 점차 재택근무 확대를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바다공룡은 경상남도 고성에서 IT 직군 등을 포함한 리모트워커에게 국내외 소도시에서 근무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제공한다. '바다공룡'이라는 이름의 의미는 바다 마을에서 요가와 서핑하며 노트북을 가지고 일하는 똑똑한 테크 디지털 노마드를 지칭한다. 개발자, 마케터, 기획자, 예비 창업자들을 주 타깃으로, 사무실에서 벗어난 새롭고 창의적인 업무 환경을 제공해 온전히 일에 집중하면서도 환기를 얻을 수 있는 워케이션 프로그램과 공간을 개발한다. 코워킹스페이스 24시간 이용권과 주거 공간이 기본적으로 제공되며, 서핑, 낚시, 등산, 야외 요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워케이션을 온 사람들은 함께 모여 코워킹스페이스에서 일하고, 일을 마친 후 저녁에는 지역에서 나온 해산물을 먹으며 파티를 즐기거나, 영화를 보며 사람들과 친해지기도 한다.
바다공룡은 올해 하반기에는 경상남도 고성군의 카라반 캠핑장에서 워케이션을 운영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태국 치앙마이에서의 워케이션을 기획하고 있다.
바다공룡 창업에는 3년간의 해외 워케이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2020년 하반기에는 코로나19로 국내로 돌아온 후에도 워케이션은 계획되었다. 제주, 남해, 거제, 양양 등에서 지내왔고, 2021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워케이션 모델을 만들기 위해 경상남도 고성군에서 이주하여 마을의 유휴공간을 코워킹스페이스로 꾸몄다. 2022년 8월 15일 광복절에 '워커를 프리워커로 만들자'라는 비전으로 바다공룡을 설립했고, 마을의 이야기와 놀거리, 먹거리를 활용한 로컬 워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며, 워케이션과 리모트워크의 활성화를 미션으로 삼고 있다.
해외 워케이션, 새로운 경험이 되다
현재는 워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바다공룡'의 대표이지만, 창업 이전에는 블록체인 개발자였다. 2019년부터 발리에서 워케이션을 시작으로, 이후 태국 치앙마이, 일본 후쿠오카와 오사카, 큐슈, 베트남 호이안과 나트랑,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롬복, 발리 등 총 5개국 15개 소도시에서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 동안 머무르며 일과 여행을 동시에 했다.
처음 발리로 워케이션을 떠난 것은 친구들을 만나러 가기 위함이었다. 그들도 싱가포르 소재의 기업에 근무하면서 발리에서 워케이션을 보내는 중이었다. 그때 여러 디지털 노마드를 만났고, '여행하듯 일한다'는 게 무엇인지를 경험했다.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오감이 만족하는 자극이 일상의 지루함을 날려주었고, 창의적인 업무 환경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가 이뤄졌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니 일에 대한 의미를 상기시킬 수도 있었다. 이후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워케이션이 일상이 되었다.
워케이션이 가져온 여유 있는 업무와 삶
워케이션 동안에는 보통 업무를 하며 하루를 보낸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인데, 6시간 정도의 업무 시간을 제외하고는 요가, 마사지 등 좋아하는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평일 오전에는 계획에 따라 거주지 근처 요가 학원에 가거나 서핑, 운동을 한다. 거주지에 돌아와 씻고 커피를 마시며 오전 업무를 시작한다. 주말에는 장을 보거나 밀린 빨래와 청소를 하고 가끔은 근교로 1박 2일의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업무는 현지의 더운 시간을 피해 하루 6시간 정도 했다. 디지털 노마드 또는 워케이션을 생각하면 바닷가에서 노트북을 펴놓고 일하는 모습을 많이 떠올리는데, 실제 바닷가에서 업무를 본 적은 태국 카오락에서의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당시 파도가 너무 좋아 계획보다 더 오래 서핑하다가, 미팅 시간이었던 오후 5시에 맞춰 잠시 서핑 숍 와이파이를 연결해 회의를 진행한 것이 전부다.
더 경제적이고, 더 새로운 해외 워케이션
해외 워케이션의 가장 큰 장점은 생각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가 좋다는 점이다. 비행기표 값을 제외한다면 해외 워케이션 한 달 경비는 100만 원 내외다. 한 달에 20~50만 원이면 수영장이 있는 단독 빌라를 숙소로 사용할 수도 있고, 식비도 한 끼에 1,000~5,000원으로 물가가 저렴하다. 국내 휴양지라면 300만 원 내외의 비용이 들곤 했는데, 3분의 1 비용이니 같은 돈으로 더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게 가능했다.
해외 워케이션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다. 외국어에 능통하다면 그들과 자유롭게 교류하며 새로운 영감과 자극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발리에는 개인 브랜드를 운영하는 디지털 노마드가 많았는데, 그들과 친구가 되면서 다른 문화권 사람들의 삶을 관찰했고, '바다공룡' 창업의 계기가 생기기도 했다.
국내 근로자가 해외 워케이션을 떠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
해외 워케이션을 떠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항공권, 숙박, 업무 공간 찾기다. 가성비 좋은 항공권을 찾는다면 최소 한 달 전에 스카이스캐너를 통해 준비하는 것이 좋다. 혹시 모를 사고나 소지 물품 파손 등에 대비해 5만 원 내외의 여행자 보험도 같이 드는 것을 추천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숙박이다. 호텔, 오피스텔, 로컬 집의 쉐어하우스 등 여러 형태가 있는데, 1개월 이상을 지낼 계획이라면 호텔보다는 조리가 가능하고 현지 집 주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로컬 집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예약은 에어비앤비에서 최소 2주 전에 완료한다. 다음은 구글 맵을 켜고 코워킹스페이스와 요가원, 교회, 마켓, 환전소 등 주로 이용할 장소의 위치를 미리 학인하고, 즐겨찾기에 추가해 두는 것이 좋다. 또 아무리 새로운 업무 환경을 찾아온 워케이션이라고 해도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너무 자주 워케이션 장소를 바꾸기보다 한두 곳의 카페와 코워킹스페이스를 적절히 옮겨가며 일하는 것이 좋다.
지속가능한 관계와 새로운 삶이 만들어지다
바다공룡 워케이션은 무엇보다 유저 간의 느슨하고 건강한 네트워킹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뭘 더 하거나, 덜 하려 하지 않고 가장 자연스럽게 함께 일하며 그 순간을 공유하고, 자연스러운 대화의 자리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디지털 노마드로 여러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 곧 여행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들을 통해서 문화를 배우고 나를 돌아보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창업가들을 보면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고, 지금은 영향을 주고받는 친구이자 잠재적 파트너로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발리와 호이안 그리고 마지막 워케이션지였던 싱가포르에서 창업가 등 다양한 직군은 사람들 20-50명을 만나 식사를 하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프랜차이즈 아랍 레스토랑 사장인 Faheem과 싱가포르 일대의 부동산 정보를 누구보다 빠르게 알고 있는 부동산 영업인 Jerm. 요가브랜드 'Omfactory'를 운영하고 있는 창업가 Faz, 그 요가원의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강사로 활동하는 Hue 등 그들과 1년, 2년이 지난 지금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동시에 사업적인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바다공룡의 해외 워케이션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외국인을 우리나라로 오게 하는 인바운드 시장과 우리나라 사람을 해외로 가게 하는 아웃바운드 시장을 조사한 적이 있다. 이때 싱가포르에서 만난 친구들과 싱가포르인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기도 하고, 미니 프로젝트로 진행하기도 했다. 베트남 호이안에서 만난 인연인 Faz, Hue와는 그들이 운영하는 전 세계의 10개 넘는 요가원과 협업해 워케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여행지에서 만난 전 세계의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과 느슨하게 친해지며 업무 혹은 사적인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듯이, 바다공룡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이 새로운 친구와 동료를 만나고 더 넓은 세상 속에서 자신을 알아가며 정말로 원하는 것을 찾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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