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삼촌컴퍼니 김명건·이항영 공동대표
남들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 다음날 장사를 이어갈 가게들의 사입을 도맡아 해주는 사입삼촌이 그 주인공. 큰삼촌컴퍼니의 김명건, 이항영 공동대표는 그간 모든 업무를 수기로 진행해야 했던 사입삼촌의 업무를 디지털 환경으로 구현해 놓은 앱, 클로디를 개발한 업체다. 2021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예비창업패키지를 통해 사업 구체화를 이룬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선 큰삼촌컴퍼니는 두 분이 공동대표로 계십니다. 어떤 관계이신가요? 사업을 함께 진행하게 된 계기도 알려주세요.
김명건_군대 한 달 선임입니다. 조금 특이한 인연이죠. 군대에 있을 때부터 제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이 친구가 객관적인 판단을 아주 잘 내려줬어요. 전역 후에 사입삼촌으로 일할 때도 일이 끝나지 않는 부분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많은 조언을 구했습니다.
이항영_당시 제가 원래 하던 일을 그만두었던 시점인데, 김명건 공동 대표가 사입삼촌 일로 상담을 청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문제를 가볍게 인식해서 액셀이나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하면 해결되는 일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직접 작업해 보니 이게 보통 만만한 일이 아니더군요. 사입삼촌으로 일하는 이들이 모두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면 분명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생각에 사업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입삼촌 업무에는 많은 문제가 있는데요, 이를 해결한 것이 큰삼촌컴퍼니의 비즈니스 모델인 ‘클로디(clo:D)’ 앱입니다. 클로디의 주요 기능은 무엇인가요?
이항영_사입삼촌의 모든 업무가 디지털화된 앱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소매상인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품목을 클로디 앱에서 주문할 수 있고, 사입삼촌들에게 따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요. 사입삼촌은 자신이 담당하는 상가별로 주문내역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고, 픽업이 끝난 제품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클로디를 활용하면 자신의 물건이 처리되었는지도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고, 자동으로 정산이 완료되어 아침에 물건 배송이 출발하면 업무가 끝납니다. 사입삼촌들의 퇴근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는 거죠.
사입삼촌들과 소매상인들에게 굉장히 유용한 앱 같은데요. 실제로 클로디를 사용해 본 이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김명건_삶 자체가 달라졌다고 고마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처음에 이 앱을 사용하셨던 분은 앱을 몇 번 사용하신 후에 바로 평소 하고 싶으셨던 골프 레슨을 끊으셨더라고요.
대부분의 사입삼촌이 클로디를 잘 이용하고 있지만, 아직도 디지털 전환을 불안해하시는 분들은 활용을 망설이기도 하는데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저희 팀이 붙어 하나부터 열까지 도와드리기도 합니다. 보통 3일 정도면 완벽히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간편한 앱입니다.
이항영_이용하시면서 기능을 추가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각자 일하는 방식이 다르니까요. 그들의 요구에 맞게 커스텀 기능을 추가하면서 완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클로디 개발에 예비창업패키지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예비창업패키지를 신청하셨나요?
이항영_저희가 클로디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시점이 2020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개발을 진행해도 시제품이 도무지 나오지 않더라고요. 자금 문제로 개발자 한 사람을 온전히 투입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는데요. 그래서 창업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패키지나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해에 나온 다양한 창업 관련 콘텐츠를 봤는데, 제주스타트업협회에서 진행한 패널 토론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제주센터를 포함해 여러 기관이 창업 육성에 진심이고, 열적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애초에 거점이 제주에 있기도 해서 제주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에 당장 우리의 상황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 없나 조사해 봤고, 그렇게 알게 된 게 예비창업패키지였습니다.
예비창업패키지가 큰삼촌컴퍼니의 성장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나요?
이항영_‘어마어마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단 한 명의 개발자를 온전히 고용할 수 있게 되면서 본격적인 시제품이 나왔죠. 게다가 구체적인 사업 계획서를 쓰면서 큰삼촌컴퍼니가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고 고민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당시의 저희는 시제품 하나 만들기도 버거운 상황인데, 해외 진출에 대한 사업 계획까지 답할 수 있어야 하더라고요. 그전에는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하고 있었던 탓에 계획을 세우는 데 참 많이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면 그때 고민했던 시간 덕에 지금의 큰삼촌컴퍼니가 있다고 봐요.
현재 동대문에서 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제주에 거점을 둔 이유가 있을까요?
김명건_제 고향이 제주입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인 데다가 2003년부터 사입삼촌으로 일하기 시작한 장소도 제주였어요. 애초에 시작이 제주였기에 당연히 제주에 거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제주에서 오래 일한 탓에 300여 개의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었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빠르게 수집하면서 현장의 피드백을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이항영_제가 느끼기에 제주에서 만난 분들은 현장에 대한 존중이 강했습니다. 수도권에서는 사입삼촌의 업무가 이렇게 돌아간다고 이야기하면, 왜 그렇게 하느냐며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주에서는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어요.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한 이들의 노하우와 경험을 존중해 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제주센터에서 연결해 준 멘토분들을 만날 때도 제주만의 장점이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제주는 휴양지로 알려진 탓에 제주로 내려와서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은 마음이 열려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게다가 서울에서 미팅할 때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보다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런 다양한 장점 덕분에 저희는 지난해 대부분의 외부 미팅을 제주 본사에서 진행했습니다.
예비창업패키지 이후 데모데이 최우수상 수상, 시드머니 투자 선정 등 꾸준한 성장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큰삼촌컴퍼니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이항영_공동대표 체제가 저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김명건 공동대표가 20년 가까이 사입삼촌으로 일하며 쌓은 현장에 대한 노하우와 시야는 큰삼촌컴퍼니만이 가진 특별한 경쟁력입니다. 김명건 공동대표는 사입삼촌이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체화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오롯이 클로디에 녹아 있기에 사용자들이 클로디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명건_저 역시 공동대표 체제를 우리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고 싶습니다. 사실 클로디의 개발 난이도는 그렇게까지 높지 않습니다. 다만 그 안에 녹아드는 사입삼촌들의 업무에 대한 이해가 어려웠던 거거든요. 그런데 공동대표 체제를 갖추면서 저는 온전히 사입삼촌 업무에만 집중할 수가 있었고, 이항영 공동대표는 예비창업패키지 엑셀러레이팅을 통해 이 사업이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공동대표 체제로 확실한 분업이 이뤄졌기 때문에 저희가 이른 시간 안에 목표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클로디 사용자분들, 혹은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명건_저희는 사입삼촌이 잠을 잘 수 있는 내일을 만들기 위해 이 앱을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해오던 방식이 있는 분들은 쉽게 도전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 부분은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우리가 겪은 고단함, 힘겨움을 후배나 이 일을 물려줄 자식들에게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 조금만 용기를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디지털 전환이 여러분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꼭 명심해 주세요.
이항영_예비창업패키지는 창업이 처음인 사람들에게 과감하게 도전해 보라고 기회를 주는 고마운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그랬던 것처럼, 아직 사업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는 예비 창업자분들은 상황이 된다면 예비창업패키지를 비롯한 다양한 창업 프로그램에 지원해 보길 바랍니다.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그 경험이 훗날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이루다플래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