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가 바꾸는 우리의 생각법
정보의 시대에 ‘빠르게 핵심만 알고 넘어가자’는 태도는 어느새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고 저 역시 그런 콘텐츠에 많이 의존해 왔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의문이 듭니다. 정말 ‘요약된 정보’는 나에게 충분한 이해와 사유를 제공하고 있을까요?
요약본은 그 자체로 편집된 정보입니다. 편집이 들어간다는 것은 곧 선택과 생략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주관적인 해석이 포함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복잡한 사회 이슈나 철학적 질문, 문학과 역사 같은 주제는 단순히 핵심만 뽑는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요약 영상이나 간단한 정리는 빠른 정보 전달에는 유용하지만 그만큼 문제의 복잡성과 다면성은 희미해지고 우리가 바라보는 관점 역시 점점 평면적으로 얇아집니다.
반면 책은 하나의 주제를 다루더라도 여러 시선과 맥락을 천천히 조망할 수 있는 매체입니다. 한 권의 책을 통과하는 동안 독자는 글쓴이의 논리적 흐름과 철학, 감정의 움직임까지 함께 따라가게 됩니다. 이 느림 속에서 우리는 사유하고, 나의 언어로 재구성하며, 어떤 개념은 오래 남아 내 것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긴 글을 읽는 것이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긴 영상을 끝까지 보는 것도 어느새 인내가 필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이 글을 쓰며 반성하고 있습니다ㅎㅎ
우리가 자주 접하는 미디어의 형식은 결국 우리의 사고 습관을 형성합니다. 요약 영상, 짧은 피드, 킬포 중심의 콘텐츠에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점점 얇은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관성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 간의 대화에도 영향을 줍니다. 생각을 길게 전개하거나, 맥락을 따라가는 말은 점점 줄어들고 단편적인 정보 교환이 중심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디어를 단순한 도구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사실 미디어는 단순한 전달 수단을 넘어 우리가 세계를 경험하고 구성하는 감각 자체를 바꾸는 몸과도 같은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미디어를 자주 사용할수록 우리는 그 미디어에 맞춰 감각과 사고의 틀을 조정하게 됩니다.
또한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정보는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흘러가기 쉽습니다. 우리가 시간을 들여 사유하거나 맥락 속에서 정보를 흡수하지 않으면, 그것은 지식이라기보다 일시적 ‘통과물’이 되고 맙니다. 검색으로 찾은 정보는 쉽게 찾은 만큼, 쉽게 잊히기에 내재화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묻고 싶습니다. 나는 정보를 소비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의미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인지. 편리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우리는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더 얕게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보는 넘치지만, 사유는 줄어드는 시대. 이런 흐름 속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아느냐’보다 ‘어떻게 알고 있는가’ 그리고 '정보와 얼마나 깊이 관계를 맺고 있는가'입니다. 미디어는 도구일 수도 있지만 그 도구가 우리의 감각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끊임없이 돌아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