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알트먼이 설계하는
인간 인증의 세계

by park j

이전에 샘 알트먼의 월드코인(Worldcoin)에 관한 글을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 월드 프로젝트가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인증을 넘어 채팅과 결제를 포함한 슈퍼 앱으로 확장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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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보여준 업데이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AI 시대의 인간 증명이라는 질문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샘알트먼은 AI 시대에 인간임 그 자체가 희소 자원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홍채라는 생체 정보를 통해 중복되지 않는 인간임을 증명하고 그 인증을 기반으로 금융·신원·기본소득까지 연결되는 인프라를 만들겠다고 구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월드가 인증 도구를 넘어 채팅과 암호화폐 송금을 결합한 슈퍼 앱을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메신저와 지갑을 장악해야 그 위에서 새로운 경제 질서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샘알트먼은 AGI 시대가 도래하면 인터넷은 더 이상 신뢰 가능한 공간이 아니라는 전제를 두고 있습니다. 텍스트는 무한히 생성되고 목소리는 복제되며 영상이 조작 가능한 상황에서 온라인에 존재하는 정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태가 일상이 되면 신뢰 비용은 폭증할 것입니다. 이때 역설적으로 가장 비싸지는 것은 정보의 진위가 아니라 이 주체가 진짜 인간인가 라는 질문입니다.


기존의 디지털 신원 시스템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합니다. 계좌, 전화번호, 이메일, 심지어 신분증까지도 AI 봇이 대량으로 복제할 수 있는 시대에 제도는 시빌 어택(Sybil Attack: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가짜 신원을 만들어 시스템 안에서 다수인 것처럼 행동하는 공격)에 무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려 해도, 투표를 설계하려 해도,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이 시스템에 참여하는 주체가 ‘중복되지 않는 인간’인가? 하는 것입니다.


샘 알트먼이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홍채)를 선택한 이유는 비밀번호가 털리고 문서는 위조되지만 홍채는 현재로서는 전 세계 인구를 중복 없이 식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생체 해시값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몸이 마지막 인증 수단으로 호출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월드 프로젝트를 둘러싼 비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생체 인증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홍채가 손상된 사람들, 기술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사는 이들, 그리고 인증 기기에 물리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집단을 배제할 가능성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제된 이들은 경제와 플랫폼, 디지털 시민권의 바깥으로 밀려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구조적 위험은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향후 독점 구조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인간의 원본성을 증명하는 기준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주체가, 디지털 사회에서 새로운 권력으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을 내포하기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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