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예술가 돈 공부

왜 이제야 알았을까

by JEKIM 제킴

돈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공부한 만큼 그리고 바라는 만큼

따라온다는 말도 있다.



나는 그런 기준에서 보면

정말 공부가 하나도 안된

돈에 대해서 아주 무지한 사람이었다.



운이 좋아서 그림을 통해서

일찍 돈을 벌어보기 시작했고

중간중간 꽤 큰 프로젝트를 하기도 하고

나이와 경력에 비해 큰돈이 들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난 돈 공부가 하나도 안되어 있었기에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아야 할지를 몰랐고

들어오는 족족 사실 거의 다 빠져나갔다.

그릇이 그만큼 작았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깨달은 건

내가 돈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냥 생기면 쓰고 없으면 벌어야 하고

아주 단순한 정도로 생각했다.



거기에 더해 예술계통이다 보니 이런쪽은

돈을 너무 밝히거나 바라면 안된다는

그런 막연한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결혼생활을 하고

돈에 대한 기준이 뚜렷한 남편과 부딪히며

또 아이를 낳고 기르며 조금씩 생각이 변했다.



특히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바뀌었다.

생각만큼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슬럼프가 왔던

몇 년 전부터 이런저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책들 중에는 자기 계발서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돈에 관련된 책도 많았다.



그 책들을 읽다보니 뭔가 그동안

내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해 알게 되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생겨난 부작용이 있었다.

한동안 그림작업보다 돈이 되는 다른 일들을

이것저것 찾아보고 두리번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돈은 따라올 뿐인데 잠시 목적이 될 뻔하기도 했다.



그냥 돈은 다른 일로 벌고

그림은 자유롭게 그리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아니었다.

나는 꽤 골수 예술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나 보다.



그럴듯하고 쉬워 보이는 일들도 보였지만

그래도 결국엔 난 그림 앞으로 돌아왔다.

그러면서도 돈을 어떻게 앞으로 벌어야 할지

써나가야 할지 대해야 할지 조금씩 배워갔다.



아마도 나 혼자서 살았더라면 못 배웠겠지만

가족과 함께 살아가니 나에게 필요한 걸 알고

내 그릇을 가늠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까도 말했듯 운좋게 일이 꾸준히 들어와

그림으로 꾸준히 돈을 벌어오긴 했지만

돌아보니 사실 내 스스로 능동적으로

일을 벌리거나 따내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물론 포트폴리오를 열심히 올리고

SNS를 열심히 하는 기본은 해왔지만

그 또한 결국 씨앗을 뿌리는 것일 뿐

직접적으로 키워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나니

뭔가 내가 앞으로 더 길게 나아가기 위해선

결국 변해야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젠 주도권을 내가 쥐고 싶었다.



늘 막연히 때가 되면 더 잘 되겠지 생각했는데

고흐 같은 천재도 그렇게 빛을 못 봤던걸 보면

어떻게 그림을 다듬고 보여줘야 하는지도

너무 중요하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사실 예술가 대부분의 평균 수입은

일반 직장인보다 낮은 편이다.

(물론 훨씬 많이버는 사람도 있지만 소수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도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잘할 수 있을 거다 잘될 수 있을 거다

라며 생각해왔고 고민없이 전업작가를 선택했다.


그 선택을 했을 때도 불안감은 전혀 없었다.

그냥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



근데 그때도 잘된다의 기준은

돈을 잘 번다는 그런 기준은 아니었다 것 같다.

말 그대로 그냥 근자감만 가득했던 것 같아.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하긴 했는데 돌아보면

항상 뭐든 닥치는 대로 주먹구구식이었고

끈기는 없어도 열정은 있었기에


일단 뭐 해볼까? 하고 바로 부딪혔고

아니면 그냥 포기! 이런 식으로 지나갔기에

뭔가 당시엔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지진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어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지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 건지를 정의 내리는데

십여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는지도 모른다.




결국엔 돈이든 작업이든 어떤 일이든

내 그릇의 크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만큼 담을 수 있는지 흘려보낼 수 있는지

나 스스로의 크기를 잘 알아야 한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것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지

그냥 끌려가게 될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난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왔고

이제와 돌아보니 아쉬움이 많다.

그래서 이렇게 나의 경험들을

누군가에게 나누고 싶어졌다.




그래서 비슷한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이

내 글을 보고 좀 더 일찍 고민해 볼 수 있길

생각하면서 지금은 현재와 과거를 섞어서

이렇게 기록을 남기고 있다.



아무튼 다시 돈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렇게 돈에 대해서 공부를 하면서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까를

진지하게 처음 고민했다.



난 일단은 작업할 자유를 얻고 싶었고

또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고 싶진 않았다.

어쨌든 나에게 주어신 시간들을

작업과 관련해서만 쓰고 싶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미 아이를 키우면서

내 시간 중 절반은 아이에게 사용하고 있기에

물리적인 시간이 나에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면

막상 작업을 할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돈을 벌면서도 내 작업만큼은 손 놓지 않고

가장 우선순위로 해나가고 싶었다.



그걸 위해서는 내 작업 자체가

돈과 연결이 되는 게 가장 베스트였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그림으로

돈을 벌기로 결정한 것이다.



돈은 결국엔 시간이다.

그런데 돈을 벌기 위해서

내 시간이 계속 들어가야만 한다면

나의 자유는 계속 제한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결국엔 돈을 벌지만

내 시간이 들지 않는 방법으로

점점 시간이 줄일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그게 내가 깨달은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였다.



그런 면에서 보면 외주작업은

물론 빠르게 끝나고 큰돈이 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때그때 계속 시간을 들여야만 한다.

그렇기에 내가 바라는 방법과 맞지 않았다.



또한 늘 불확실하다.

일을 할 때마다 클라이언트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언제 어떻게 엎어질지도 모르고 당장 올해 잘되도

내년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고 항상 대체 가능하다.

그런데 그 일들마저도 ai에게 점점 위협을 받는다.



이렇게 분석하다 보니 확실히

내가 더 바라봐야 할 방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업과 협업하고 일을 하며

더 보람을 느끼는 창작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냥 내 그림을 재미있게

그저 더 잘 그리고 싶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고

그때 비로소 나는 예술가구나 라는걸 깨달았다.



그렇게 내 욕심들을 하나씩 내려놓았다.

내려놓고보니 결국 중요한게 선명하게 보였다.

돈 공부를 하다 보니 다시 내 열정을 찾았고

나 자신을 깊이 공부할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그렇게 예술가가 되어가는 중이다.





by. J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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