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끼는 이 감정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하루를 살다 보면 감정은 셀 수 없이 스쳐 지나간다.
기대, 뿌듯함, 짜증, 무기력, 불안, 외로움, 들뜸, 답답함…
단어만 나열해도 오늘 하루의 대부분이 설명될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그 감정들의 “정체”를 끝까지 붙잡아 보지 못한 채 다음 일정으로 넘어가곤 한다.
나도 그랬다.
‘좋아’, ‘피곤해’, ‘짜증나’, ‘걱정돼’ 같은 기본 단어 몇 개로만 내 상태를 대충 묶어 두고, 바쁘다는 이유로 더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감정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나를 무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감정을 지나치게 가볍게 취급하는 순간, 그 감정이 만든 선택과 결과까지도 함께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감정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루에도 수만 번 마음이 흔들리는데, 정작 나는 지금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반응하는지, 이 기분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묻는 시간을 거의 갖지 않는다. 특히 해외에서,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성과와 속도가 기본값인 환경에 있으면 더 그렇다. 바쁘니까.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이제 이렇게 생각한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건 예민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뎌지지 않기 위해서라고.
적어도 “오늘 내 주된 감정이 무엇인지”, “왜 그 감정을 느꼈는지”를 알아야 나는 나를 다시 데려올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작은 의식을 시작했다.
하루의 끝에서 내 마음에 가장 크게 남아 있는 감정 하나에 이름을 붙여보는 것이디.
그 이름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감정이 더 이상 ‘그냥 기분’으로 뭉개지지 않게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