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렇고 그런 사인 아닙니다.

by jelome

어느 날,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거기 간판업체죠?”

순간 정적이 몇 초간 흘렀고 나는 이렇게 답했다.

“간판도, 제작합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어딘가 찝찝한 기분이 내내 맴돌았다.

나는 한 번도 우리 회사를 ‘간판업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잠깐,

우린 그냥 간판업체인가?


처음 이곳에 입사했을 때가 떠오른다.

구직사이트를 헤매다 ‘MI 디자인’이라는 낯선 단어를 보게 됐고 인터넷 사전에 뜻을 검색해 보았다.

MI는 Museum Identity의 약자다.

전시관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설계하는 일.

그리고 그 정체성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매우 중요한 축 하나가 바로 사이니지(signage)였다.

예전엔 ‘사인’이라 하면 상가 간판이나 도로 표지판 정도가 아는 전부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전시관 프로젝트를 하며 사이니지에 대한 나의 편협한 시각이 조금은 넓혀지게 되었다.

관람객의 동선에 따라 시선을 유도하며 공간 전체에 일관된 톤앤매너를 부여해 전시관의 아이덴티티를 경험하게 하는 사이니지.

그리고 이러한 사이니지의 역할은 전시관뿐만 아니라 사인을 필요로 하는 모든 공간에서 적용될 수 있다.


이렇게 멋진 일을 한다는 설렘으로 가득한 나날이 있는 한편, 회사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디자이너로서의 자긍심을 내려놓게 되는 순간들이 찾아올 때도 있다.

그런 일들을 몇 번 타성에 젖어 하다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걸까?”


이런 생각이 찾아올 때는 재정비가 필요하다.

사이니지를 디자인한다는 건 대체 어떤 일일까?

그리고 나는 어떤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은 걸까?

이 글은 그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 글은 8년 차 시각 디자이너, 3년 차 사이니지 디자이너의 아카이빙 노트이자,

스스로에게 남기는 다시 꺼내볼 지도이다.


<이 글이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는 디자이너

성장의 기회를 찾기 어려운 미들디자이너

아직 자신만의 ‘대표메뉴’를 만들지 못한 디자이너

인하우스 디자이너

사이니지를 발주하거나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전문지식이 부족한 실무자

전시·공간 디자이너

동선과 정보구조 설계를 위한 사이니지에 관심 있는 디자이너

기획자 혹은 브랜드디렉터/마케터

사이니지를 통해 브랜드 메시지를 공간에 구현하고 싶은 브랜드 실무자

PM 혹은 운영 디렉터

사이니지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이해하고 싶은 총괄 실무자

사인업체 운영 사업주

사이니지에서 브랜딩으로 사업영역을 전환하거나 확장하고 싶은 사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