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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필재 Mar 14. 2021

32. 동성애자의 이웃은 누구인가?

기독교인에게 동성애자는 포용할 이웃, 차별과 배제 대상 아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백세 시대 인생 2막의 롤 모델 같은 분이다. 1920년생으로 만 101세인 그는 여전히 집필과 강연을 한다. 인터뷰 차 만났을 때 그는 두 신문에 칼럼을 쓴다고 말했다. 나처럼 예수쟁이인 그는 “기독교인은 예수의 가르침을 자신의 인생관·가치관으로 받아들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기독교 신자로서 포괄적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건 어떤 구실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수 정신 즉 예수의 가르침은 배제가 아니라 사랑이다. 예수를 닮으려는 사람들이 맞서고 배제할 대상은 공동체를 해치는 악당이지 소수자가 아니다. 동성애에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나 역시 동성애를 바라보는 게 불편하다. 기독교 신자라서라기보다 내가 생물학적 성과 성정체성이 일치하는 이성애자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 나는 한 트랜스젠더와 인터뷰했다. 유명 트랜스젠더 하리수로 인한 착시로 인터뷰 전 나는 막연히 그에 대해 여성적인 용모를 떠올렸었다. 성인이 되고 난 후 성전환 수술을 받은 그의 얼굴 골격은 그러나 완연한 남자였다. 성 정체성이 여자였던 그는 수술하기 오래 전부터 여장을 했었다고 말했다. 가족이 가장 먼저 등을 돌렸고 결국 집을 나와야 했다. 남자들과 한때 교제도 했었다. 여자인 줄 알고 접근했다 그가 남자인 것을 안 남자들은 돌아섰다. 내가 인터뷰했을 땐 나이가 많은 어떤 독일 남자와 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남자인 것을 알고도 떠나지 않은 그 남자에게 충만한 성적 만족감을 안겨주고 싶어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는 단지 동성인 남자를 사랑하도록 태어났을 뿐이다. 

 이 말은 1974년 성추행 혐의로 기소됐던 영국의 동성애자 조지 몬타뉴가 2016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한 것이다. 

"남자를 사랑하도록 태어났을 뿐, 그 사람이 (용서받아야 할) 무슨 죄를 지었는가?"

 그가 언급한 사람은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잠수함 암호기 에니그마의 암호 시스템을 해독해 종전을 앞당기는 데 기여한 튜링은 그로부터 3년 전인 2013년 동성애 범죄에 대해 영국 왕실로부터 사면을 받았다. 1954년 41세에 청산가리가 든 사과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한 지 59년 만이다. 자살하기 3년 전 그는 동성애 혐의로 체포됐고 화학적 거세 치료 등을 둘러싼 논란에 휩쓸렸다. 그의 사면을 계기로 발의된 치안범죄법 개정안 일명 튜링법이 통과돼 2016년 과거 동성애죄로 처벌받은 수만 명의 영국 남성이 한꺼번에 사후 사면을 받는다. 94세가 된 몬타뉴는 이날 BBC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무 죄가 없다. 이 사면을 받아들이는 것은 죄를 지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셰익스피어 이래 가장 사랑받는 19세기 영국 최고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도 동성애 행위로 고소 당해 투옥됐고 파산했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작은 성실함은 위험한 것이며, 과도한 성실함은 치명적이리만큼 위험하다.” 

나는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떠나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라는 게 피조물을 향한 창조주의 뜻이라고 믿는다. 사진=gettyimagesbank


 나는 설사 동성애가 죄라 하더라도 동성애자를 정죄할 마음이 없다. 죄인이라고 해서 혐오하고 부당한 차별을 해도 되나? 혐오하고 차별하기보다 하나님의 처분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죄는 미워할지언정 사람은 미워하지 말 일이다. 심지어 기독교대한감리회는 2016년 교회법을 개정해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목회자를 징계하기로 했다. 

 사실 목사들이 그보다 큰 죄를 얼마나 많이 짓고 있나? 한국교회탐구센터와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온라인 빅데이터 분석업체 골든 플래닛에 의뢰해 분석한 ‘빅데이터로 본 2020 한국교회 주요 4대 이슈’에 따르면 부정적 데이터의 이슈 순위가 지역교회 중심의 코로나19 확산, 전광훈 목사, 목사 성폭행 순이었다.

 예수는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 “누가 나의 이웃이냐”고 물은 율법교사에게 착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를 들려준 후 “강도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어 준 사람이 누구였느냐”고 반문하고 “너도 가서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 예수는 우리가 만나는 동성애자에게 이웃이 되어 주라고 당부 하신다고 믿는다. 동성애자는 포용할 대상이지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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