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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유학 준비부터 하자

유학 준비 중 내가 고려한 것들과 과감히 버린 것들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학교를 선정하는 일이었다. 영국 석사 유학의 가장 좋은 점은 대부분의 학교들이 1년 안에 2년의 교과 과정을 포함해 짧고 굵게 한다는 점이었다. 이는 곧 하루라도 더 빨리 졸업을 할 수 있다는 의미였고 이미 남들보다 오래 한 학사 생활로 취업이 늦을 대로 늦은 나에게 영국 유학이 매력적이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북유럽이나 독일 또한 당시 외국인 학생들에게도 수업료를 받지 않았었고(현재 바뀌었다) 영어로 학과 수업까지 제공해주니 무료라는 메리트에 많은 한국 학생들이 갔고 나 또한 학비가 없다는 점에 혹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비영어권은 과감하게 제외하기로 했다. 물론 각 국가별 장단점이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해선 나중에 더 자세히 다뤄볼 예정이다.


눈 딱 감고 공부하면 1년 안에 졸업, 취업 다 할 수 있을까?


걱정 반, 설렘 반인 마음이었지만 학교 선정이라는 기본적인 것조차 해외에서 제대로 오래 살아본 적도 없던 나에겐 첩첩산중이었다. 사실 미국의 경우 유명한 학교, 좋은 학교 정보는 많이 들어봤지만 영국의 경우 아직 유학이 미국만큼 활발하진 않았기에 데이터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더욱이 대학원의 경우에 고려해야 할 것들이 학교 명성 외에도 많았다. 때문에 내가 가고 싶은 학교들이 어떤 것들을 요구하는지 정리한 후, 학교들이 위치한 도시의 생활비까지 고려해 대략적인 그림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었다. 사실 유학도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 인지라 입학도 졸업도 그다지 어렵진 않다고 들어왔던 터라 요구하는 서류만 열심히 준비했다. 아래는 대부분의 영국 대학교/대학원에서 요구하는 기본적인 서류들의 목록이다. 수시로 바뀔 수 있으니 관심 있는 학교가 있다면 자주 홈페이지를 확인해야 한다.


영어 성적(IELTS)

연구 계획서

지원동기

고등학교 졸업장

학사 졸업장

학사 성적표


연구 계획서, 지원동기 등은 솔직히 준비하기 쉬웠다. 영어로 몇 페이지 주절주절 그냥 나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거랄까? 영어 성적에서 미끄러져 3년씩 이것만 준비하는 경우도 주변에서 가끔 봤지만 반대로 본인이 영어를 잘한다면 준비 시간은 남들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나의 경우 20대 초반까진 정말 과장 없이 말 그대로 ABCD 밖에 몰랐다. 그러다 20대 중반이었나 미드, 영드에 빠져 미친 듯이 하루에 7시간 이상 5개월 정도 죽도록 시청을 하다 보니 저절로 입이 트이고 귀가 트이더라. 가십걸 보는 낙에 살던 시절이었는데 그 덕분에 IELTS는 수월하게 7.5를 받을 수 있었고, 특히나 Speaking, Listening은 8.5가 나왔기에 전체 평균을 올리기 수월했다.


안 그래도 동기들은 버젓한 대기업에 다들 취업한 마당에 가는 유학이니 혹시 모를 변수에 대비해 상향, 하향의 학교들 모두 지원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1달 뒤, 지원한 8개의 모든 학교에서 오퍼를 받을 수 있었다. 학교들이 위치한 지역은 런던부터 노팅엄, 러프버러, 브라이튼 등등 드라마에서만 들어본 도시들이었고 그중 이름이 제일 알려진 학교는 런던에 위치한 Central Saint Martins - University of the Arts London이었다. 이곳과 RCA는 예술 계통으로는 명성이 자자했지만 다른 학교에서 1년이면 끝나는 석사 과정에 2년을 쏟아부어야 했고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순 없었다. 나에게 졸업장을 줄 학교의 명성이 중요할까 아님 시간 절약이 중요할까. 고민 끝에 영국에서 가장 큰 한인 커뮤니티를 알게 되었고 내가 조사 한 바로는 학교의 명성과 취직은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95% 또는 그보다 더 높은 확률로 비자 지원을 받지 못해 한국으로 귀국할 수밖에 없었고 어쩌면 5%도 채 안 될 취업자의 경우 포트폴리오가 좋았지 명성 있는 런던의 학교에서 유학을 하진 않았었다. 졸업 후 나의 최종 목표는 졸업과 함께 한국으로 쫓기듯 떠밀려 오기보단 영국 현지에서 멋지게 Junior로서의 내 생에 첫 취업을 하는 것이었기에 1년 과정의 대학원 중 하나로 선택의 폭은 조금 더 좁아졌다. 또한 영국이란 나라는 1년의 대학원 과정이 끝나자마자 외국인 학생들을 쫓아내는 악명 높은 나라이기에 나에게 있어서 관건은 주어진 이 1년 안에 졸업도 하고 취업도 하는 것이었다.


물론 동양의 한 작은 나라에서 온 여자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생각이 얼마나 순진하고 터무니없었는지 험난한 영국의 취업 시장에서 2000번이 넘는 인터뷰 후에도 받지 못한 계약서에 콧대가 납작해진다. 여하튼 고민 끝에 나는 Nottingham에 위치한 한 대학교에 입학한다. 아무 정보도 없이 간 그곳에서 나의 담당으로 계실 한국인 교수님을 뵐 줄 누가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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