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로덕트 디자이너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소소한 팁

멀고도 험한 서류 작성의 길

by 젠젠

0. 머리글: 진짜 싫어


프로덕트 디자이너 채용 과정 중에 제일 싫은 게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포트폴리오를 꼽을 것이다!!!! 한 번 만들어 두면 그냥 막 돌리면 되긴 해서 딱 한 번만 각 잡고 만들면 되는데, 그 한 번이 왜 그렇게 귀찮고 싫은지 모르겠다. (내 경우는 한 번에 몰아서 하려고 하니 더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반드시 미리 미리 준비해 두겠다고 다짐을 하긴 했다.. 일단 하긴 했다.)

sticker sticker

귀찮은 와중에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도 막막해서 더 힘들었기 때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길 바라며 소소한 팁을 적어두려고 한다. (그래도 서류 합격률 꽤나 좋은 편이었다..!!)




1. 이력서 / 경력기술서 작성 팁


이력서는 알겠는데 경력기술서는 대체 뭔데? 주로 개발 직군 쪽에서 경력기술서를 쓰는 것 같던데, 간혹 프로덕트 디자이너 채용 공고에서도 요구하는 데가 있긴 하다.


개발 직군에서 경력기술서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 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프로덕트 디자이너 직군 쪽에서는 이력서와 경력기술서 그 사이 간극이 그리 크진 않다. 이력서를 경력기술서 겸용(?)으로 작성해 두면 둘 중 뭘 요구하든 그냥 내가 만든 걸 제출하면 된다.


참고로 제출은 pdf 파일로 했다.



삐까뻔쩍 창의성 VS 그냥 서류

이거 정말 딜레마였다. '디자이너'명함을 달고서 삐까뻔쩍하고 예쁘게, 창의성 넘치는 이력서를 만들지 않는 건 마치 죄악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근데 뭐.. 결론적으로는 정답은 없다. 본인이 내세우고 싶은 장점이 무엇인지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삐까뻔쩍 창의성과 그냥 서류 느낌, 그 사이 어딘가 애매한 무드로 이력서를 작성했다. 완전히 서류 느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자냐? 하면 절대 그렇지는 않은.


이력서는 가독성에 훨씬 더 중점을 두었다. 심미적 요소는 포트폴리오에서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개인적인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를 처음 보는 사람도 내가 어떤 일을 해 왔고, 어떤 경험이 있는 사람인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작성했다. (이력서 작성 부분은 시니어 디자이너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 +_+ 이 자리를 빌어 또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려용.. 핫투)



이력서 작성 팁

이력서는 피그마로 작성했다. 본인이 편한 툴이면 그 무엇이든 상관 없다. 처음엔 인디자인으로 만들까 했었는데, 그냥 내게 가장 편리한 툴은 피그마였기 때문에 피그마를 선택했다. 인쇄 할 것도 아니니 인디자인은 더욱 오버 스펙이라고 생각한 부분도 있고.


이력서 정보 플로우: 성과 요약과 핵심 기여 내용이 가장 중요한데, 이 부분을 보기 쉽게 잘 정돈해 두면 경력기술서와 겸용하여 쓸 수 있다.

나의 간략한 정보(이름, 연락처, 연차) → 내 강점이 포함된 자기 소개(500자 내외) → 동료들의 추천사 → 가장 최근 경력부터 작성(성과 요약 → 핵심 기여 내용) → 학교 / 학과(입학 및 졸업 년월) → 수상내역 → 어학

*학교/학과, 수상내역, 어학의 경우 불필요 하다면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기재하지 말라고 요청이 있었던 곳이 아니라면 모두 기재했다. 사진은 따로 첨부하지 않았다.


◆ 이력서 레이아웃 예시

젠젠(실명 적기)
jenjenny.wiz@gmail.com / 010-1234-1234 / 4+yrs

✔ 자기소개
☞ 아이엠 그라운드 자기소개 하기 500자 내외

✔ 동료 추천사
☞ 젠젠 짱짱맨 동료였어요, 믿고 맡겨 보세요

✔ 가장 최근 경력부터 직무 / 다뤘던 툴 / 재직 기간 / 회사 위치 / 회사 소개 / 성과 요약 / 핵심 기여 내용
☞ Product Designer Figma | Adobe
☞ A회사 18. 06 ~ 23. 07
☞ 어쩌고 기술을 갖고 저쩌고를 해결하는 A기업에서 B2C와 B2B 제품의 UXUI를 설계 했습니다. B2C제품 Q는 유저들의 어쩌고 문제를 해결합니다.
☞ 핵심 성과: D7 클래식 리텐션 20% 상승 / 구독 전환율 10배 달성 ... etc.
☞ 핵심 기여 내용: 프로젝트 명 - 경험 내용

✔ 학교 / 학과(입학 및 졸업 년월)
☞ A대학교 / A학과 (2010. 03 ~ 2024. 05)

✔ 수상내역
☞ A 활동: 장려상 | 2010. 08 / B프로젝트: 대상 | 2023. 04

✔ 어학
☞ 영어: 일상 회화 가능, OPIC: **등급 / TOEIC: 840점




2. 포트폴리오 작성 팁


정말 싫은 거 끝판왕 포트폴리오 등판이다.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려고 하면 여러가지 걸리는 게 많다. 한 프로젝트당 몇 장씩 해야할 지, 구성은 어떻게 해야할 지, 총 장수는 몇 장 정도 해야할 지.. 이것도 모두 저마다 말이 다르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일 것 같다.

sticker sticker

나는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는 지 간략히 써 보려고 한다.내가 정답은 아니기 때문에 참고만 해 주시라.


◆ 젠젠 포트폴리오 개괄

✔ 사용 툴: 피그마(1920 * 1080)
✔ 한 프로젝트당 장표 수: 유동적 → 힘 줄 곳은 더 많이, 뺄 곳은 더 적게
✔ 전체 장표 수: 30장 내외
✔ 플로우: 가장 최근 프로젝트부터 역순으로
✔ 프로젝트 구성: 경력상에 있는 모든 프로젝트 삽입

포트폴리오 역시 내가 가장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피그마를 이용했다. 예전에 일러스트로 만들고 이럴 때 생각해 보면 아주 가볍고 좋다. 게다가 피그마는 이 포트폴리오 덱을 링크로 전달할 수 있어 용량 부담 없이 훨씬 편하다.


* 요즘엔 아예 포트폴리오 파일 대신 링크로 전달하게 해 주는 곳도 많고, 따로 링크 적는 곳이 없다면 노션 등에 피그마 링크를 적어 두고 pdf 파일로 올려둬도 괜찮다. 이 부분이 혹시나 걸린다면 그냥 pdf 내보내서 용량 줄여서 보내도 상관은 없다. 본인 선택이다. (나는 이 부분은 좀 편견이 있어서, 피그마 포트폴리오 링크 제출로 감점 주는 회사는 개인적으로 반기지 않는다.)


최신 프로젝트 순으로 흐름을 만들었는데, 이건 경우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나는 최신 프로젝트 = 가장 힘 주고 싶은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가장 최근 것부터 배치하는 게 적절했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또 달라질 수 있을 듯.


전체 장표 수는 30장 내외가 되도록 조절했다. 사실 전체 장표 수는 크~게 의미가 없긴 한 것 같다. 다만 피로도 관점에서 그정도가 마지노선이지 않나 싶긴 하다. (그렇다고 꼭!! 보여줘야 할 내용들이 있는데 30장을 초과하기 때문에 뺄 필요까진 없다.)


어떤 프로젝트를 넣어야 할 지도 굉장히 고민하게 되는 포인트 중 하난 데, 경력 상에 기재된 프로젝트는 모두 넣는 게 좋다. 별로 한 일이 없다고 생각 되는 프로젝트일지라도 1~2장 정도로 힘을 빼서 넣어두는 게 낫다. 어떤 작업들을 해 왔는 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 비주얼 외에 딱히 성과가 없거나 병아리 주니어 시절의 경력이라 크게 기여한 바가 없으면 비주얼 + Lesson&Learn 정도만 기재해서 마무리 해도 무방하다.



비주얼 VS 논리(문제발굴 / 가설 / 솔루션 / 결과)

이것 역시도 저마다 말이 다르다. 비주얼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다는 사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심미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이 돼서, 보여줄 수 있다면 굳이 안 보여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비주얼 역량이 필요 없는 업무는 결코 아니기에 심미성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면 당연히 플러스 요소다.


다만 논리적 흐름을 최우선 순위로 잡아야 하는 건 틀림 없다. 내가 정말 시간이 없다면, 비주얼을 버리더라도 장표의 논리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웬만한 프로덕트 디자이너 JD에서는 심미성 역량보다 문제 해결 능력을 먼저 보기 때문이다. (심미성 역량은 마치.. 디자이너가 당연히 갖고 있어야 하는.. 안 갖고 있으면 마이너스인데.. 그렇다고 이거 하나로 사람 뽑기엔 애매한.. 그렇지만 꼭 있어야 하는 약방의 감초 같은 느낌..)



포트폴리오 구성 팁: 화면 설계 하듯이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는 우리가 화면 설계 하는 그 방식 그대로 하면 매우 수월하다. 말이 쉽지, 정리해 내려면 무척 힘들다는 거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그렇게 하면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편했다.


◆ 포트폴리오 작성 플로우

각 장표에 어떤 내용을 넣어서 흐름을 가져갈 지 정보 구조(IA) 짜기 → 포트폴리오 플로우 만들기 → Lofi 와이어프레임 만들기 → Hifi 와이어프레임 만들기 → 전체 룩앤필 잡기 → 장표 꾸미기


가장 먼저 1920*1080사이즈 프레임을 그려, 그 안에 어떤 내용을 넣어서 어떤 방식으로 내 프로젝트를 보여줄지 대략적인 정보 구조를 짜 준다.

스크린샷 2024-05-27 오후 4.34.40.png

정보 구조를 토대로 플로우를 만들어 주고, Lofi 와이어프레임을 만들어 주는데, 이 때 각 장표에 들어갈 세부 내용과 필요한 요소들을 모두 배치해 준다.

스크린샷 2024-05-27 오후 4.56.38.png 따봉 챗 GPT야 고마워

이런 식으로 각 장표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소스들을 배치해 두면, hifi 와이어프레임을 만드는 데 용이하다. 저런 줄글들 뿐만 아니라 화면, 컴포넌트 같은 시각 요소도 모두 가져와 자리 잡아 놓는 게 좋다.

스크린샷 2024-05-27 오후 4.59.52.png 이런 식으로 마구 마구 갖다 놓자


lofi 와이어프레임을 완성했다면 이제 hifi 와이어프레임을 만들 차례. 꾸밈만 없을 뿐, 이 단계에서 그대로 제출해도 내용 파악에는 문제가 없을 정도의 퀄리티까지는 만들어야 한다.

스크린샷 2024-05-27 오후 5.07.15.png 대강 만든 hifi 와이어프레임

hifi 와이어프레임 예시에서 더미 문구와 빈 화면은 확정안은 아닐지라도 일단 모두 실제로 배치되어야 한다. 편의상 모두 더미로 얹어놓았다. 이런 느낌으로 와이어프레임을 뽑아냈다면, 비로소 전체 포트폴리오의 룩앤필을 정할 단계다. 이 단계쯤 와서 비헨스나 핀터레스트 등에서 레퍼런스를 수집하는 편이 나는 더 편했다. 미리 레퍼런스부터 수집하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됐다. (그리고 주눅든다. 다들 너무 삐까뻔쩍해서 슬프다.)

스크린샷 2024-05-27 오후 5.12.51.png 대강 만든 룩앤필

아무튼 이렇게 룩을 입혀 꾸며주면 된다. 프로젝트의 메인 컬러, 캐릭터 요소, 꾸밈 요소를 다양하게 사용해서 자유롭게 꾸미면 된다! 다만 너무 지나친 목업은 지양하는 게 좋다. 시각적 피로도가 높아져 화면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뭐든 과유불급이라 했으니, 적당히 보기 좋게 꾸미자.


사실 이 꾸미기 파트는 크게 할 말이 없는 게, 워낙 취향을 타기도 하고.. 또 아무래도 심미성의 영역이기에 개인 역량을 타기도 해서, 글로 뭔가를 설명한다고 해도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꾸미기 파트는 딱 하나만 기억하자. 꾸미기가 지나쳐 내용을 가리거나 모호하게 만들면 절대 안 된다!



꼭 지켰던 것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꼭 지켰던 원칙이 두 가지 있다.

✔ 하나의 장표에는 하나의 내용만 담기: 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여러가지 내용을 우다다 넣으면 나중에는 나조차도 읽기 싫어진다. 하나의 장표에는 최대한 한 가지 내용만 이해하기 쉽게 구성해서 담자. 심사자도 결국엔 사용자임을 잊지 말 것!

✔ 장표 제목은 무조건 어그로: 각 장표에는 레이아웃상 보통 제목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 제목 부분을 의미 없이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했다. 본문을 읽으면 충분히 알 수 있을만 한 내용을 반복해서 작성하지 않도록 주의했단 의미다. 대신 '어그로'가 잘 끌릴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제목만 봐도 그 장표가 어떤 내용인 지 알 수 있되, 심사자 입장에서 흥미로울만 한 후킹 문구를 작성했다.




더 자세한 예시는 기존에 작성했던 면접 팁 전자책과 엮어서 소정의 금액으로 판매해 보고자 하는 계획이 살풋 있기는 한데, 잘은 모르겠다. 판매하게 되면 형평성을 위해 면접 팁 전자책 무료 공유는 중지해야 하나? 일단 잘 모르겠다 ㅠㅠ 작성부터 해 보고 재공지를 하던가..


아무튼 모두들 화이팅입니다!!!! 다들 힘내세요!!

sticker sticker


keyword
작가의 이전글면접 질문 리스트/소소한 팁을 엮은 전자 책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