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험한 서류 작성의 길
프로덕트 디자이너 채용 과정 중에 제일 싫은 게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포트폴리오를 꼽을 것이다!!!! 한 번 만들어 두면 그냥 막 돌리면 되긴 해서 딱 한 번만 각 잡고 만들면 되는데, 그 한 번이 왜 그렇게 귀찮고 싫은지 모르겠다. (내 경우는 한 번에 몰아서 하려고 하니 더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반드시 미리 미리 준비해 두겠다고 다짐을 하긴 했다.. 일단 하긴 했다.)
귀찮은 와중에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도 막막해서 더 힘들었기 때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길 바라며 소소한 팁을 적어두려고 한다. (그래도 서류 합격률 꽤나 좋은 편이었다..!!)
이력서는 알겠는데 경력기술서는 대체 뭔데? 주로 개발 직군 쪽에서 경력기술서를 쓰는 것 같던데, 간혹 프로덕트 디자이너 채용 공고에서도 요구하는 데가 있긴 하다.
개발 직군에서 경력기술서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 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프로덕트 디자이너 직군 쪽에서는 이력서와 경력기술서 그 사이 간극이 그리 크진 않다. 이력서를 경력기술서 겸용(?)으로 작성해 두면 둘 중 뭘 요구하든 그냥 내가 만든 걸 제출하면 된다.
참고로 제출은 pdf 파일로 했다.
이거 정말 딜레마였다. '디자이너'명함을 달고서 삐까뻔쩍하고 예쁘게, 창의성 넘치는 이력서를 만들지 않는 건 마치 죄악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근데 뭐.. 결론적으로는 정답은 없다. 본인이 내세우고 싶은 장점이 무엇인지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삐까뻔쩍 창의성과 그냥 서류 느낌, 그 사이 어딘가 애매한 무드로 이력서를 작성했다. 완전히 서류 느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자냐? 하면 절대 그렇지는 않은.
이력서는 가독성에 훨씬 더 중점을 두었다. 심미적 요소는 포트폴리오에서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개인적인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를 처음 보는 사람도 내가 어떤 일을 해 왔고, 어떤 경험이 있는 사람인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작성했다. (이력서 작성 부분은 시니어 디자이너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 +_+ 이 자리를 빌어 또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려용.. 핫투♥)
이력서는 피그마로 작성했다. 본인이 편한 툴이면 그 무엇이든 상관 없다. 처음엔 인디자인으로 만들까 했었는데, 그냥 내게 가장 편리한 툴은 피그마였기 때문에 피그마를 선택했다. 인쇄 할 것도 아니니 인디자인은 더욱 오버 스펙이라고 생각한 부분도 있고.
◆ 이력서 정보 플로우: 성과 요약과 핵심 기여 내용이 가장 중요한데, 이 부분을 보기 쉽게 잘 정돈해 두면 경력기술서와 겸용하여 쓸 수 있다.
나의 간략한 정보(이름, 연락처, 연차) → 내 강점이 포함된 자기 소개(500자 내외) → 동료들의 추천사 → 가장 최근 경력부터 작성(성과 요약 → 핵심 기여 내용) → 학교 / 학과(입학 및 졸업 년월) → 수상내역 → 어학
*학교/학과, 수상내역, 어학의 경우 불필요 하다면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기재하지 말라고 요청이 있었던 곳이 아니라면 모두 기재했다. 사진은 따로 첨부하지 않았다.
◆ 이력서 레이아웃 예시
젠젠(실명 적기)
jenjenny.wiz@gmail.com / 010-1234-1234 / 4+yrs
✔ 자기소개
☞ 아이엠 그라운드 자기소개 하기 500자 내외
✔ 동료 추천사
☞ 젠젠 짱짱맨 동료였어요, 믿고 맡겨 보세요
✔ 가장 최근 경력부터 직무 / 다뤘던 툴 / 재직 기간 / 회사 위치 / 회사 소개 / 성과 요약 / 핵심 기여 내용
☞ Product Designer Figma | Adobe
☞ A회사 18. 06 ~ 23. 07
☞ 어쩌고 기술을 갖고 저쩌고를 해결하는 A기업에서 B2C와 B2B 제품의 UXUI를 설계 했습니다. B2C제품 Q는 유저들의 어쩌고 문제를 해결합니다.
☞ 핵심 성과: D7 클래식 리텐션 20% 상승 / 구독 전환율 10배 달성 ... etc.
☞ 핵심 기여 내용: 프로젝트 명 - 경험 내용
✔ 학교 / 학과(입학 및 졸업 년월)
☞ A대학교 / A학과 (2010. 03 ~ 2024. 05)
✔ 수상내역
☞ A 활동: 장려상 | 2010. 08 / B프로젝트: 대상 | 2023. 04
✔ 어학
☞ 영어: 일상 회화 가능, OPIC: **등급 / TOEIC: 840점
정말 싫은 거 끝판왕 포트폴리오 등판이다.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려고 하면 여러가지 걸리는 게 많다. 한 프로젝트당 몇 장씩 해야할 지, 구성은 어떻게 해야할 지, 총 장수는 몇 장 정도 해야할 지.. 이것도 모두 저마다 말이 다르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일 것 같다.
나는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는 지 간략히 써 보려고 한다.내가 정답은 아니기 때문에 참고만 해 주시라.
◆ 젠젠 포트폴리오 개괄
✔ 사용 툴: 피그마(1920 * 1080)
✔ 한 프로젝트당 장표 수: 유동적 → 힘 줄 곳은 더 많이, 뺄 곳은 더 적게
✔ 전체 장표 수: 30장 내외
✔ 플로우: 가장 최근 프로젝트부터 역순으로
✔ 프로젝트 구성: 경력상에 있는 모든 프로젝트 삽입
포트폴리오 역시 내가 가장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피그마를 이용했다. 예전에 일러스트로 만들고 이럴 때 생각해 보면 아주 가볍고 좋다. 게다가 피그마는 이 포트폴리오 덱을 링크로 전달할 수 있어 용량 부담 없이 훨씬 편하다.
* 요즘엔 아예 포트폴리오 파일 대신 링크로 전달하게 해 주는 곳도 많고, 따로 링크 적는 곳이 없다면 노션 등에 피그마 링크를 적어 두고 pdf 파일로 올려둬도 괜찮다. 이 부분이 혹시나 걸린다면 그냥 pdf 내보내서 용량 줄여서 보내도 상관은 없다. 본인 선택이다. (나는 이 부분은 좀 편견이 있어서, 피그마 포트폴리오 링크 제출로 감점 주는 회사는 개인적으로 반기지 않는다.)
최신 프로젝트 순으로 흐름을 만들었는데, 이건 경우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나는 최신 프로젝트 = 가장 힘 주고 싶은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가장 최근 것부터 배치하는 게 적절했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또 달라질 수 있을 듯.
전체 장표 수는 30장 내외가 되도록 조절했다. 사실 전체 장표 수는 크~게 의미가 없긴 한 것 같다. 다만 피로도 관점에서 그정도가 마지노선이지 않나 싶긴 하다. (그렇다고 꼭!! 보여줘야 할 내용들이 있는데 30장을 초과하기 때문에 뺄 필요까진 없다.)
어떤 프로젝트를 넣어야 할 지도 굉장히 고민하게 되는 포인트 중 하난 데, 경력 상에 기재된 프로젝트는 모두 넣는 게 좋다. 별로 한 일이 없다고 생각 되는 프로젝트일지라도 1~2장 정도로 힘을 빼서 넣어두는 게 낫다. 어떤 작업들을 해 왔는 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 비주얼 외에 딱히 성과가 없거나 병아리 주니어 시절의 경력이라 크게 기여한 바가 없으면 비주얼 + Lesson&Learn 정도만 기재해서 마무리 해도 무방하다.
이것 역시도 저마다 말이 다르다. 비주얼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다는 사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심미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이 돼서, 보여줄 수 있다면 굳이 안 보여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비주얼 역량이 필요 없는 업무는 결코 아니기에 심미성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면 당연히 플러스 요소다.
다만 논리적 흐름을 최우선 순위로 잡아야 하는 건 틀림 없다. 내가 정말 시간이 없다면, 비주얼을 버리더라도 장표의 논리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웬만한 프로덕트 디자이너 JD에서는 심미성 역량보다 문제 해결 능력을 먼저 보기 때문이다. (심미성 역량은 마치.. 디자이너가 당연히 갖고 있어야 하는.. 안 갖고 있으면 마이너스인데.. 그렇다고 이거 하나로 사람 뽑기엔 애매한.. 그렇지만 꼭 있어야 하는 약방의 감초 같은 느낌..)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는 우리가 화면 설계 하는 그 방식 그대로 하면 매우 수월하다. 말이 쉽지, 정리해 내려면 무척 힘들다는 거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그렇게 하면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편했다.
◆ 포트폴리오 작성 플로우
각 장표에 어떤 내용을 넣어서 흐름을 가져갈 지 정보 구조(IA) 짜기 → 포트폴리오 플로우 만들기 → Lofi 와이어프레임 만들기 → Hifi 와이어프레임 만들기 → 전체 룩앤필 잡기 → 장표 꾸미기
가장 먼저 1920*1080사이즈 프레임을 그려, 그 안에 어떤 내용을 넣어서 어떤 방식으로 내 프로젝트를 보여줄지 대략적인 정보 구조를 짜 준다.
정보 구조를 토대로 플로우를 만들어 주고, Lofi 와이어프레임을 만들어 주는데, 이 때 각 장표에 들어갈 세부 내용과 필요한 요소들을 모두 배치해 준다.
이런 식으로 각 장표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소스들을 배치해 두면, hifi 와이어프레임을 만드는 데 용이하다. 저런 줄글들 뿐만 아니라 화면, 컴포넌트 같은 시각 요소도 모두 가져와 자리 잡아 놓는 게 좋다.
lofi 와이어프레임을 완성했다면 이제 hifi 와이어프레임을 만들 차례. 꾸밈만 없을 뿐, 이 단계에서 그대로 제출해도 내용 파악에는 문제가 없을 정도의 퀄리티까지는 만들어야 한다.
hifi 와이어프레임 예시에서 더미 문구와 빈 화면은 확정안은 아닐지라도 일단 모두 실제로 배치되어야 한다. 편의상 모두 더미로 얹어놓았다. 이런 느낌으로 와이어프레임을 뽑아냈다면, 비로소 전체 포트폴리오의 룩앤필을 정할 단계다. 이 단계쯤 와서 비헨스나 핀터레스트 등에서 레퍼런스를 수집하는 편이 나는 더 편했다. 미리 레퍼런스부터 수집하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됐다. (그리고 주눅든다. 다들 너무 삐까뻔쩍해서 슬프다.)
아무튼 이렇게 룩을 입혀 꾸며주면 된다. 프로젝트의 메인 컬러, 캐릭터 요소, 꾸밈 요소를 다양하게 사용해서 자유롭게 꾸미면 된다! 다만 너무 지나친 목업은 지양하는 게 좋다. 시각적 피로도가 높아져 화면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뭐든 과유불급이라 했으니, 적당히 보기 좋게 꾸미자.
사실 이 꾸미기 파트는 크게 할 말이 없는 게, 워낙 취향을 타기도 하고.. 또 아무래도 심미성의 영역이기에 개인 역량을 타기도 해서, 글로 뭔가를 설명한다고 해도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꾸미기 파트는 딱 하나만 기억하자. 꾸미기가 지나쳐 내용을 가리거나 모호하게 만들면 절대 안 된다!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꼭 지켰던 원칙이 두 가지 있다.
✔ 하나의 장표에는 하나의 내용만 담기: 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여러가지 내용을 우다다 넣으면 나중에는 나조차도 읽기 싫어진다. 하나의 장표에는 최대한 한 가지 내용만 이해하기 쉽게 구성해서 담자. 심사자도 결국엔 사용자임을 잊지 말 것!
✔ 장표 제목은 무조건 어그로: 각 장표에는 레이아웃상 보통 제목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 제목 부분을 의미 없이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했다. 본문을 읽으면 충분히 알 수 있을만 한 내용을 반복해서 작성하지 않도록 주의했단 의미다. 대신 '어그로'가 잘 끌릴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제목만 봐도 그 장표가 어떤 내용인 지 알 수 있되, 심사자 입장에서 흥미로울만 한 후킹 문구를 작성했다.
더 자세한 예시는 기존에 작성했던 면접 팁 전자책과 엮어서 소정의 금액으로 판매해 보고자 하는 계획이 살풋 있기는 한데, 잘은 모르겠다. 판매하게 되면 형평성을 위해 면접 팁 전자책 무료 공유는 중지해야 하나? 일단 잘 모르겠다 ㅠㅠ 작성부터 해 보고 재공지를 하던가..
아무튼 모두들 화이팅입니다!!!! 다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