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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적함대 Dec 21. 2023

조세법의 기본원리

헌법과 조세2

세금은 강제적으로 국가에 내야 합니다. 이를 내지 않으면 국가는 국민의 재산을 강제적으로 팔아서 못받은 세금을 걷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도 시효가 있습니다. 다른 국가채권과 마찬가지로 5년입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세금 때문에 잘나가던 기업이 한순간에 망할 수도 있습니다. 세금은 정말 무섭습니다.


국가가 이런 강제적인 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할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세금은 이를 잘낸다고 하여 그 대가로 무엇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일방적인 납부의무만 있습니다. 정당한가요? 세금은 결국 국민의 재산을 강제적으로 빼앗아가기 때문에 재산권을 침해합니다. 그래서 헌법은 세금을 내려면 법률에 명확한 근거를 두어야 한다고 조세법률주의를 선언하였습니다. 


헌법의 일반원리와 조세의 관계를 개략적으로 살피면 아래와 같습니다.

  


헌법의 국가의 기본법으로, 모든 국가작용의 원천입니다. 세금을 강제적으로 징수할 수 있는 권리 또한 헌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럼 헌법은 무조건 정당한가요? 예, 그렇습니다. 헌법이 정당화되는 근거는 국민의 의지가 그렇게 표현되었기 때문입니다. '국민은 언제나 옳습니다'(여기에서 국민은 실제로 존재하는 개개의 국민보다는 국가의 구성요소로서 추상적인 존재를 말합니다).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국민주권의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헌법은 왜 필요한가요? 근본적으로 국가를 구성하는 원리와 구조에 관한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헌법제정권력자인 국민이 을 모아 국가를 운영하는 방법을 설정하기 위함입니다. 구체적으로 국가기관을 만들어내고 여기에 국가운영에 관한 권한을 포괄적으로 주려는 것입니다. 즉, 헌법에 따라 만들어지는 국가기관은 그 역할만큼 국민의 권리를 넘겨주어야 합니다. 생명, 자유, 재산 등은 천부적인 권리라고 하는데요, 국가기관에 이를 제한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을 넘겨주게 됩니다. 그 대가로 국민은 국가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확보할 수 있지요. 그런데 국가기관이 함부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헌법은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디 위한 원리 또한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헌법에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과, 국가를 어떻게 구성한다는 것이 담깁니다. 위와 같은 원리를 기초로 헌법이 정하지 않은 내용은 법률로 정하게 됩니다. 이를 지배하는 원리는 '민주주의', '법치국가'원리입니다. 


'민주주의'란 국가구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에 따라 정하여진다는 것이고, '법치국가'원리는 국가의 세부적인 구조나 그 작동이 법률로 정하여진다는 말입니다. 예컨대 국회, 대통령, 법원 등 국가권력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는지 법률로 정하여야 합니다. 국가는 구성원인 국민들의 기본권을 보장하여야 하고, 이를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것은 법률에 근거를 두어야 합니다. 이러한 원리가 조세분야에서 구체화되면 '조세법률주의'라고 합니다. 세금을 부과하려면 구체적인 내용을 법률로 정하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법률로 정한다'는 것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법률'은 강제력이 있는 규범인데, 그 강제력에 모든 국민이 따라야하는 근거 또한 헌법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뜻이 법률로 표현되었기 때문입니다. 법률은 우리가 숨쉬는 공기와 같습니다. 우리가 알건 모르건 우리 삶을 속속들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률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국민이 모여서 뜻을 모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민은 대표자를 뽑아서 이들에게 법률을 만들을 권력을 포괄적으로 넘겨줍니다. 바로 선거제도이지요, 선거제도를 통하여 선출된 대표가 국민의 삶을 규율하는 법률을 만들고, 국민은 그 법률을 준수하여야 하는 것을 '대의제'라고 합니다. 이를 통하여 만들어진 법률은 모든 국민들에게 일반적으로 미치게 됩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강제력에 행사되기도 합니다. 강제력이 행사되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그 또한 국민들의 일반적인 동의입니다. 그렇게 하기로 약속하였기 때문입니다. 약속한 사실이 없다구요? 우리는 선거제도를 통하여 권력을 국회, 대통령에게 포괄적으로 양도하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대의제는 참으로 무서운 제도입니다.


조세법률주의에 대하여 살펴볼까요? 조세는 국가가 국민에게 강제적으로 부과하는 금전납부의무인만큼 본질적으로 국민의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게 됩니다. 조세가 정당화되려면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법률에 규정되기만 하면 무조건 정당한가요? 법률이 강제력을 갖는 최종적인 힘은 국민에게 있으므로, 법률의 내용이 국민의 일반적인 뜻에 어긋난다면 그 법률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정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였습니다.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면 위헌, 무효인데, 그냥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예컨대 세금납부의 근거법률이 위헌이라고 생각되면, 해당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하고, 해당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여야 합니다. 법원 또한 위헌이라고 생각되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합니다. 법원은 위헌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요. 이 경우에는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는 법원 판결을 받고, 직접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헌법재판소가 위헌인지 여부를 가리게 됩니다.


조세법률주의는 그 짝이 조세공평주의입니다. 세금은 국민 일반에게 공통경비를 부담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공평하게 배분되어야 합니다. 만일 누구는 더 많이 걷고, 누구는 더 적게 걷는다면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지요. 그러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는 거래대금에 비례하여, 소득세는 소득에 비례하여 매기게 되지요. 무엇이 공평한 것인지는 사실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누구에게는 공평한 것이 누구에게는 매우 불공평할 수 있지요. 세법 중 위헌법률로 선고된 것 중에서 많은 것들이 조세공평주의에 어긋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세금의 입법영역에서 조세법률주의와 조세공평주의가 양대축의 기준이 됩니다.



만들어진 세법을 집행하는 단계에서 중요한 원칙으로 엄격해석의 원칙이 있습니다. 엄격하게 해석한다는 말은 법률을 실제 사실관계에 함부로 적용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즉, 실제 사실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법률이 모든 사항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애매한 영역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이러한 경우 세법은 엄격해석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그러한 때에는 세금을 걷지 않는 방향으로 해석하여야 합니다. 이는 세금 자체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명확하지 않다면 양보하여야 하는 것이지요.


엄격해석의 원칙은 과세는 물론 비과세의 영역에서도 적용됩니다. 세금은 모든 국민이 일반적으로 부담하는 것인데 특정한 경우 입법정책적으로 그 금액을 깍아주거나 아예 면제하여 주는 경우가 있지요. 그리고 이러한 감면을 적용할 것인지가 애매한 영역에서는 원칙이 세금을 내는 것이므로 그 원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해석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엄격해석의 원칙은 근본적으로 평등의 원칙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엄격해석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면 실제 세금을 집행다는 기관에서 얼마든지 마음대로 규정을 해석하고 재단하게 되지요. 그렇게 되면 비슷한 상황에서 누구는 세금을 내고 누구는 세금을 내지 않는 매우 불공평한 상황이 발생하고, 이는 결국 조세에 대한 불신과 저항을 가져올 수밖에 없지요.


한편, 엄격해석의 원칙을 항상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상황이 생길 수 있지요. 세금은 굉장히 무섭습니다. 일반채권의 경우 강제집행하려면 법원에 소를 제기하고 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절차와도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지요. 그런데 세금은 어떤가요? 고지서에 적힌 대로 내지 않으면 국가는 곧바로 강제집행절차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가산세에 가산금까지 더하면 그 액수는 어마어마할 수도 있습니다. 근로소득만 있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세금 때문에 사업이 망하기도 하고, 인생이 파탄날 수도 있습니다. 세금은 죽어도 피할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사정에서 세금을 법대로 부과하는 것이 매우 딱한 사정이 있을 수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정을 봐주고 싶어도 법을 위반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에서 법의 엄격한 적용을 제한하려면 무언가 근거나 원칙이 필요합니다. 신의성실의 원칙이 바로 그것입니다. 


조세법 원리의 양대축인 조세공평주의가 실제로 집행되면서 어떻게 구현되는가요? 이것이 그 유명한 실질과세원칙입니다. 세법은 기본적으로 사법상 거래행위를 전제로 적용됩니다. 실질과세는 그 거래행위의 주체나 거래의 형식이 실제와 다른 경우에, 실제 거래에 따라 납세의무자, 납세의무 등이 결정된다는 원칙입니다. 실젤과세를 적용하려면 국가가 거래의 실질을 알아야 하지요. 실질과세가 등장하는 영역은 거래자가 일부러 실제와 다른 외관을 만들어낸 경우가 있고, 그러한 사실을 거래자도 잘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경우에나 이를 제대로 안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래의 실질을 파악하기 위하여 두고 있는 장치가 바로 세무조사입니다. 세무조사는 납세자가 올바르게 신고하지 않는다는 전제에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않겠지만, 세금을 적게 내려고 사실을 숨기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만일 이들의 행태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교활한 거래자는 이익을 보고 선량한 납세자는 손해를 보게 되지요. 그러면 아마 과세체계가 제대로 유지될 수 없지요. 조금만 실제 거래를 숨기면 세금을 적게 내고, 별다른 처벌도 받지 않는다면 누구가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조세공평주의란 형식적인 의미에서 세금을 누구에네가 공평하게 부과하여야 한다는 것이고, 이를 실제 집행하는 단계에서도 같은 소득을 얻었다면 같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세무조사는 조세정의와 조세공평을 실현하는 강력한 수단입니다. 다만 이 또한 국가권력이므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한계 안에서 행사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이를 요약하면 조세제도는 입법영역에서는 조세법률주의와 조세공평주의를 양대축으로 하고, 조세법률주의를 실현은 엄격해석으로 담보되며 그에 따른 가혹한 집행에 대한 완와책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이 있습니다. 한편, 조세공평주의의 실현은 실질과세원칙으로 담보됩니다.


국가의 입장에서 위와 같은 조세원칙은 결국 세무조사를 통하여 실현됩니다. 세무조사는 형사절차에서 수사에 못지 않게 강력한 국가권력입니다. 모든 권력이 남용의 위험에 있듯이, 세무조사 또한 항상 남용의 위험이 있습니다. 세무조사는 과세처분으로 귀결되는데요, 세무조사 자체가 남용되었다면 과세처분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과세처분 또한 위법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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