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바이럴은 시작일 뿐- 관세 시대 미국 리테일을 읽는 법
2025년, 미국에서 K뷰티가 프랑스 화장품을 제쳤다. 수입 화장품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한국이 프랑스를 누르고 1위에 오른 것은 2024년 1~4월이 처음이었다. 이 숫자 하나가 미국 뷰티 리테일의 판도를 바꿨다. 얼타, 세포라, 월마트, 코스트코가 일제히 K뷰티 진열 공간을 늘리기 시작했고, 업계에서는 이를 "K뷰티 시장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를 놓고 벌어지는 전쟁"이라 부른다.
그 전쟁의 한가운데서 K뷰티 브랜드들에게 행복한 고민이 생긴다. 세포라인가, 얼타인가?
NielsenIQ에 따르면 2025년 미국 K뷰티 매출은 전년 대비 37% 증가해 2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한 자릿수 성장에 머무는 미국 뷰티 시장 전체와 완전히 다른 궤도다. Euromonitor 기준으로 미국은 이미 전체 온라인 K뷰티 매출의 51%를 차지하며 중국을 제쳤다. 그런데 지금, 새로운 변수가 끼어들었다. 바로 '관세'다.
세포라와 얼타는 같은 뷰티 리테일러처럼 보이지만 실제 소비자 프로필이 완전히 다르다.
1) Sephora
세포라 소비자는 대도시 중심이다. 뷰티 트렌드에 민감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탐색한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통해 제품을 먼저 알고 매장에서 경험한다. 프리미엄 가격대를 선호하고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을 모두 적극적으로 구매한다. 세포라는 Kohl's 전 매장 입점을 완료해 1,100개 이상의 거점을 확보하며 교외 접근성도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2) Ulta Beauty
얼타 소비자는 다르다. 미국 전역 1,500개 이상 매장으로 교외 지역까지 촘촘하게 커버하며, 헤어케어·메이크업·스킨케어를 한 번에 구매하는 원스톱 쇼핑 패턴이 강하다. 매스마켓부터 프리미엄까지 폭넓은 가격대를 다루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 리워드 프로그램 가입자 4,400만 명 중 상위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브랜드의 전략이 보인다.
얼타는 세포라보다 덜 트렌디하다. 덜 화려하다. 그런데 숫자는 화려하다.
얼타는 미국 최대 스페셜티 뷰티 리테일러다. FY2025 순매출은 124억 달러로 전년 대비 9.7% 성장했다.
얼타에는 두 가지 핵심 강점이 있다.
첫째, 지리적 도달.얼타는 교외 스트립몰에 촘촘하게 박혀 있다. 미국 중부, 남부, 소도시에서 뷰티 쇼핑의 기본값은 얼타다. 이 소비자들도 K뷰티를 원한다. 틱톡을 보고 검색하는데 원하는 곳에 없으면 아마존으로 간다. 교외 소비자를 오프라인에서 잡으려면 얼타가 현실적인 선택이다.
둘째, 재구매 고객 구조. 4,400만 명의 리워드 멤버는 얼타를 뷰티 쇼핑의 기본값으로 사용한다. 포인트 적립과 소진 전략이 소셜미디어 밈이 될 만큼, 앱 참여도와 재방문율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K뷰티 브랜드가 얼타에서 한 번 팬을 만들면 그 팬은 꾸준히 돌아온다.
세포라가 발견의 공간이라면, 얼타는 습관의 공간이다.
세포라가 맞는 경우: 비주얼이 강하고 패키지 자체가 매대에서 눈에 띄는 브랜드. 신성분이나 혁신 제형 중심의 트렌드 민감 카테고리. 25~35세 도심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 가격이 $35 이상인 프리미엄 포지션.
얼타가 맞는 경우: 기능성이 명확하고 재구매율이 높은 브랜드. 헤어케어를 병행하는 브랜드. 넓은 연령대를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 $15~30 사이의 중간 가격대. 교외 소비자를 공략하려는 브랜드.
온라인이 먼저인 경우: 미국 인지도가 없는 신규 브랜드라면 아마존과 자사몰에서 수요를 먼저 증명해야 한다. 실제로 이 순서를 따른 브랜드들이 있다.
K뷰티 매출의 70%는 온라인에서 발생한다. 틱톡 샵이 브랜드 인지도와 실제 구매 전환 모두에서 핵심 플랫폼이 됐고, 2023년 아마존에서의 K뷰티 매출은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오프라인 리테일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얼타는 2025년 1분기 한국 스킨케어 매출 38% 증가를 보고했다. 세포라는 타임스퀘어 플래그십에 K뷰티 전용 섹션을 신설했고, 코스트코와 월마트도 에센스·세럼·시트마스크 구색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성공한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리테일이 먼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COSRX의 스네일 뮤신 에센스는 틱톡 바이럴 이후 2023년 1분기 아마존 뷰티 전체 8위까지 올랐고, 그 수요를 증명한 뒤 얼타 입점을 성사시켰다. 지금은 얼타와 라이브 쇼핑 이벤트까지 진행한다. Biodance는 2021년 창업한 신생 브랜드지만 틱톡 바이럴 이후 2024년 1월부터 아마존 페이셜 마스크 카테고리 1위를 유지했고, 그 데이터를 들고 2025년 2월 세포라 입점을 성사시켰다.
그런데 2026년,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틱톡이 화장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 채널이 된 바로 그 시점에, 오프라인 리테일의 중요성이 오히려 커진 것이다. 이유는 관세다.
미국의 소액면세(de minimis) 폐지와 대한국 관세 부과가 맞물리면서 한국 직배송 온라인 채널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대법원이 IEEPA 기반 관세를 위헌으로 판결했지만, 미국 정부는 새로운 법적 근거로 관세를 유지했다. 불확실성은 여전하다.소비자들은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에 충격을 받았고 직구 수요는 흔들렸다.
한동안 틱톡 붐에 가려졌던 오프라인 리테일의 가치가 다시 올라오고 있다. 미국 내 유통망을 확보한 브랜드와 그렇지 못한 브랜드의 격차는 당분간 계속 벌어질 것이다.
세포라, 얼타 입점 비용의 현실
세포라와 얼타 모두 브랜드에게 상당한 초기 비용을 요구한다. 마케팅 지원 분담금, 직원 교육 비용, 매장 내 비주얼 제작, 데모 이벤트 비용이 포함된다. 공식 공개 수치는 없지만 브랜드들의 경험담이 일관되게 가리키는 범위는 첫 해 수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다.
판매 성과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퇴출은 빠르다. 세포라는 2020년대 초 K뷰티 브랜드를 대거 정리했다. 그 퍼지에서 살아남은 라네즈가 틱톡 바이럴을 타고 대표 성공 사례가 된 것은, 디지털 수요 없이 리테일 입점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두 채널은 목적지가 아니라 경유지다. 틱톡과 아마존에서 수요를 만들고 → 그 수요를 증명한 데이터를 들고 리테일 협의를 하고 → 브랜드 성격에 맞는 채널, 세포라 또는 얼타에 입점하는 순서다.
관세 환경이 이 순서의 마지막 단계, 즉 미국 내 리테일 확보의 중요성을 더 선명하게 만들고 있다.
세포라가 아니라 얼타가 더 맞는 브랜드가 분명히 있다. 모든 브랜드가 트렌디한 패키지와 틱톡 바이럴로 승부할 수는 없다. 기능이 명확하고, 재구매가 일어나고, 교외 소비자의 습관 속에 자리잡아야 하는 브랜드가 있다. 그 브랜드에게 얼타는 세포라보다 훨씬 큰 기회다.
어느 채널의 소비자가 내 브랜드의 소비자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틱톡 바이럴만 믿고 준비 없이 입점을 서두르는 브랜드에게, 미국 리테일은 생각보다 훨씬 냉정하다.
다음 글에서는 미국인 친구에게 아마존 상위 K-스킨케어 3가지를
2주 동안 써보게 하고 피드백을 받은 후기를 기록한다.
참고자료
Ulta Beauty. (2026). Fiscal Year 2025 Annual Report. ir.ulta.com
Glossy. (2025, February). Inside Ulta's 44-million-member loyalty program. glossy.co
NielsenIQ. (2025). K-Beauty's Viral Rise in the U.S. Market. nielseniq.com
Euromonitor International. (2025, December). K-beauty 2.0 surges: Online beauty sales expected to surpass 2024 total sales. euromonitor.com
Cosmeticsdesign.com. (2024, October). Riding the 'second wave' of K-Beauty in the US market. cosmeticsdesign.com
CNBC. (2025, November). TikTok-fueled K-beauty boom triggers a retail race in the U.S. cnbc.com
Glossy. (2025, January). In 2025, Sephora goes big on K-Beauty — again. glossy.co
Business of Fashion. (2025). US Retailers Want in on K-Beauty — Again. businessoffashion.com
Kohl's Corporate. (2025, March). Sephora at Kohl's completes full chain rollout. corporate.kohls.com
dot.LA. (2023). How Influencer Marketing Made COSRX a TikTok Famous Brand. dot.la
NBC News. (2025, September). Cleansed, toned, tariffed: How tariffs are impacting Korean beauty. nbcnews.com
Congress.gov. (2026). U.S.-South Korea Bilateral Trade Relations. congress.g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