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옥에서 5년, 내가 들려주고 싶은 미국 생활

앞으로 연재할 글을 소개합니다.

by 제니퍼쌤

안녕하세요. 브런치스토리에는 처음 글을 써보는 장한솜이라고 합니다. 영어 이름은Jennifer 예요~^^


저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한 내용과, 앞으로 다룰 내용을 써 보려고 합니다.



뉴욕으로 이사를 온 이유는?

한국에서 미술을 전공하며 여러 전시를 찾아다니던 시절, 저는 늘 “언젠가 뉴욕에서 살아보자”는 막연한 꿈을 품고 있었습니다.


졸업 후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도 그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는데요.


주말마다 미술관을 전전하며 메모를 남겼고, 여행으로 들렀던 뉴욕의 소규모 갤러리에서 본,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업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습니다.


큰 제도가 아닌, 도시 전체가 거대한 작업실처럼 움직이는 느낌이었달까요~


결정적인 계기는 세 번째 뉴욕 방문 때였습니다. 이틀 동안 첼시 일대의 갤러리만 서른 곳 넘게 돌았는데, 전시를 보는 제 시선이 관람객의 그것을 넘어 ‘여기서 작업한다면’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돌아와 며칠을 고민한 끝에, 저는 제 커리어를 조금 더 모험적으로 설계하기로 했습니다.


안정적인 길 대신, 새로운 환경에서 미술을 가르치고 제 작업도 병행하는 경로를 선택했습니다. 겁이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인데요(ㅠㅠ).


언어와 삶의 시스템이 다른 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도 스스로의 감각과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 하나로 뉴욕행을 결정했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지금 저는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개인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수업은 보통 6~12세를 대상으로 진행하는데요. 매달 하나의 핵심 주제를 정하고, 재료와 표현 방식을 달리해 접근합니다. 예를 들면 ‘반복과 패턴’을 주제로 쿠사마 야요이의 작업을 소개한 뒤, 아이들이 생활 속 패턴을 찾고 점·선·면으로 자신만의 리듬을 그려 보게 합니다.


다음 주에는 바스키아의 자유로운 선과 문자 요소를 보여 주며 “그림에 글자를 넣으면 어떤 기분이 드니?” 하고 묻습니다. 아이들은 놀랍도록 빠르게 자기만의 시각 언어를 만들어 낸답니다ㅎㅎ


재료는 수채, 과슈, 아크릴, 콜라주, 에어드라이 클레이까지 다양하게 사용합니다.


브러시 사이즈를 바꾸어 선 굵기의 차이를 느끼게 하고, 종이의 질감에 따라 물감이 스미는 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험합니다. 수업의 핵심은 ‘과정 중심’입니다. 결과물의 완성도만 보지 않고, 아이가 선택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하나 재미있는 일화를 알려드릴게요.


어떤 학생은 첫 스케치에서 모든 걸 정리하려다 손이 멈추더라고요. 그 친구에게는 의도적으로 ‘10분 완성 드로잉’ 과제를 줬습니다. 정답 없이, 손이 먼저 움직이게 하는 연습이었죠. 몇 주 뒤 그 학생은 “실수해도 다시 그리면 돼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한마디에 제가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미술의 힘이 들어 있습니다.


학부모 상담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작품 사진을 보내 드릴 때는 어떤 시점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 선택이 아이의 관찰·추론·표현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때로는 MoMA나 휘트니의 특정 전시를 추천하며 집에서 할 수 있는 미술 놀이를 제안합니다. 개인 작업은 저녁 시간과 주말에 집중합니다.


최근에는 종이·천·석고를 혼합해 레이어를 쌓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고, 동네 갤러리의 그룹전에 참여해 작은 조각과 페인팅을 선보였습니다. 가르치는 일과 만드는 일이 서로를 밀어 줍니다. 아이들의 호기심이 제 실험을 자극하고, 제 실험이 다시 수업의 확장으로 이어진답니다~


영어로 인한 일상생활 불편

다섯 해를 살았지만, 영어는 여전히 ‘운동’에 가깝습니다. 쓰지 않으면 금세 감이 떨어지고, 특정 상황에서는 모국어 화자도 멈칫할 만큼 어휘가 필요합니다. 병원 예약 전화를 처음 걸었을 때가 떠오릅니다. “primary care, referral, deductible” 같은 단어가 한 통화 안에 쏟아졌고, 저는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야 반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 후로는 의료·보험 관련 용어를 따로 정리했습니다. 증상 설명은 동사와 형용사를 단순하게, 시간표현은 ‘언제부터·얼마나 자주·얼마나 아픈지’를 숫자로 말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위 사진은 부끄럽지만, 제 연습장입니다~ㅎㅎ)


학교나 학부모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뉘앙스가 관건입니다. “We might want to try—”로 제안의 여지를 남기는 문장, “I hear you”로 공감부터 표시하는 문장처럼 상대의 마음을 먼저 열어 주는 표현을 메모해 두고 씁니다. 처음엔 이메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한국어의 정중함을 그대로 옮기면 지나치게 장황해지고, 반대로 간결하게 쓰면 차갑게 들리곤 했습니다. 그래서 인사–핵심–근거–다음 단계–감사의 5문단 구조를 정해 두었고, 불필요한 부사를 빼는 대신 구체적 사실을 넣었습니다. 예를 들어 “수업 참여가 저조한 편” 대신 “최근 3주 동안 과제를 2회 제출했으며, 작업 시간 중 자주 자리를 이탈함”처럼요.


구어에서는 소소한 오해도 많았습니다.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You’re all set”을 처음 들었을 땐 뭘 더 해야 하나 눈치만 봤고, “Let me grab you a bag”을 도와 달라는 말로 이해해 멀뚱히 서 있던 적도 있습니다.


이런 실수는 창피했지만, 그때마다 표현을 노트에 적었습니다. 발음은 지금도 다듬는 중입니다. ‘r’과 ‘l’의 위치, 유성·무성 ‘th’, 문장 내 강세 배치만 바꿔도 전달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매일 20분, 기사 한 꼭지를 소리 내 읽고, 포드캐스트 1분 분량을 따라 말하고, 녹음 파일을 들어 본 뒤 ‘너무 한국식인 억양’을 체크하는 것입니다. 언어는 결국 루틴의 문제라고, 다섯 해가 가르쳐 준 것 같네요^^


다루고자 하는 주제

브런치에서는 ‘뉴욕에서 미술을 가르치며 사는 삶’을 축으로 글을 이어 가겠습니다.


수업실천과 교육철학, 도시에 기대어 사는 생활기, 그리고 이민자의 언어 훈련법까지, 제가 직접 겪어 본 것을 중심으로 쓸 계획이에요.


교실에서는 한 주제 안에서 아이들의 작업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실패를 수업의 일부로 만드는 방법,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미술 놀이와 재료 추천을 나누겠습니다. 전시 관람기는 거창한 평론이 아니라, 아이 눈높이로 보면 무엇을 이야기해 줄 수 있을지, 수업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생활 글에서는 뉴욕의 사계절과 동네의 표정을 기록하겠습니다. 코인 세탁소의 소리, 밤 10시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식료품점, 버스킹이 갑자기 시작되는 지하철 통로, 도서관의 낡은 의자와 창가 자리의 햇빛 같은 디테일을 담아 보겠습니다.


실용적인 정보도 놓치지 않겠습니다. 의료 예약과 보험 청구 팁, 공립·사립·애프터스쿨의 차이, 미술 재료점을 효율적으로 도는 방법, 작가로서 소규모 전시에 참여하는 과정과 포트폴리오 준비 같은 내용도 차근차근 쓰겠습니다.


영어 학습은 ‘미국에 살아도 자동으로 되지 않는다’는 전제를 분명히 하되, 현실적인 루틴과 자료를 소개하겠습니다. 호흡은 느리되, 내용을 단단하게 채운 기록으로 꾸려 가겠습니다!



글을 마치면서

뉴욕에서의 5년은 저를 조급한 사람에서 ‘하루를 제대로 살아내는 사람’으로 바꾸었습니다. 아이들이 제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저는 그 옆에서 다음 색을 함께 고르며 하루를 보냅니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제 작업 테이블에 앉아 얇은 종이를 한 장 더 붙이고, 선을 하나 더 긋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제 삶의 레이어를 쌓아 왔습니다.


브런치스토리에서는 그 레이어들을 숨김없이 펼쳐 보이겠습니다!


미술이 아이에게, 그리고 어른인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 도시가 어떻게 한 사람의 감각을 단련시키는지, 언어가 어떻게 마음의 창을 넓히는지,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써 내려가겠습니다.


같은 길을 걷는 분들께는 동료의 기록이, 다른 길을 걷는 분들께는 낯선 도시의 작은 창이 되기를 바랍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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