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미술을 가르치다 보면, 언어 장벽이 생각보다 자주 등장합니다. 영어가 서툰 학생, 혹은 아예 영어를 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고, 저 역시 처음에는 아이들의 억양과 속도를 따라잡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미술 수업 안에서는 말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금세 깨닫게 됩니다.
한 번은 한국에서 막 이민 온 초등학생이 수업에 참여했는데, 첫날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물감을 조심스레 섞어가며 그림에만 몰두했습니다. 수업이 끝날 무렵, 옆자리 친구가 다가와 그 그림을 보더니 “멋지다”는 한마디를 했고, 그 순간 아이의 표정이 확 달라졌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그림이 그 아이의 마음과 능력을 설명해 준 셈이었습니다.
또 다른 경우는, 여러 나라에서 온 아이들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 수업이었습니다. 언어가 다르다 보니 의견을 나누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스케치북에 각자 아이디어를 그려 보여주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서로의 그림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웃음을 터뜨리면서 자연스럽게 협력이 시작됐고, 결국 하나의 커다란 벽화를 완성했습니다.
이런 경험은 미술이 단순한 표현 수단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공용어’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언어 장벽 앞에서 주저하던 아이들이 붓과 색을 통해 자기 생각을 전하고, 친구들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예술이 가진 힘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뉴욕에서의 미술 수업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순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