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에서 만난 특별한 학생 이야기

by 제니퍼쌤

뉴욕에서 미술 수업을 하면서 만난 학생 중,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는 9살 소녀 ‘리나’입니다. 처음 수업에 왔을 때, 리나는 말수가 거의 없고 다른 아이들과 눈을 잘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색연필을 쥐는 손이 아주 조심스러워, 마치 종이를 다치게 할까 봐 두려워하는 듯했습니다.


첫날 과제는 ‘나를 표현하는 그림’이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활짝 웃는 얼굴이나 좋아하는 동물을 그릴 때, 리나는 한 장의 종이를 검은색으로만 가득 칠했습니다. 그 모습이 마음에 걸려서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지만,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날 이후 리나를 억지로 참여시키기보다, 옆에서 함께 그림을 그리며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몇 주가 지나자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리나는 여전히 말이 많지는 않았지만, 검은색 사이에 붉은색, 파란색이 스며들기 시작했고, 점점 더 복잡한 패턴과 이야기를 그림 속에 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리나는 제게 그림 한 장을 건네며 “이건 제 비밀 정원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림 속에는 다양한 색으로 피어난 꽃들과, 그 사이에 앉아 있는 작은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리나 자신이었죠.


그 순간 저는 미술이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수업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자신을 표현하는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신했습니다. 리나는 그 이후로 매 수업마다 새로운 색을 시도했고, 다른 아이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작은 변화가 주는 기쁨이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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