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만나면 숨이 잘 쉬어졌다. 함께 있는 시간이 편했다. 설레지 않아서 편한 게 아니고 그냥 안심이 됐다. 그건 진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데 편안하다니. 답답하게 만드는 연애를 여러 번 반복하고 찾은 편안함이어서 더 소중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지 않고 수용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어떤 말을 하든 나를 지지해 줄 것 같았다. 나도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나를 수용해 주는 사람을 만나다니. 그건 판타지에 가까운 일 아니었을까. 그래서 빨리 끝난 거다. 판타지니까. 현실 연애는 훨씬 지난하고.
어차피 판타지였는데 나도 그 사람을 좀 더 편하게 해 줬으면 어땠을까.
가정법은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