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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Dec 02. 2018

살을 맞대는 것

좋다면 사랑이에요.

사랑은 마음이 시키는 일이고, 마음은 본능적인 것이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끌리는 사람에게 결국 마음을 주게 되어 있다.


머리로는 자신의 이상형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잘 되지 않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마음을 훔친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상대가 내 마음을 훔치고, 나도 그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겨우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이토록 사랑이 어렵다. 머리로 되는 일이 아니고 마음이 멋대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운 사랑을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살을 맞대는 것이다. 손이나 볼을 맞대면 내 마음을 조금은 훔쳐볼 수 있다. 본능적으로 좋은 느낌이 든다면 이미 조금은 사랑에 가깝다. 그 반대라면 관계를 진전 시키기가 꽤나 어려울 것이다.


오래도록 알던 사람이 고백을 했다. 참 좋은 사람이라 그 고백을 받아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딱 그뿐이었다. 그가 좋은 사람임을 아니까 놓치기 싫어서였다. 가까이 와서 나를 안았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가만히 눈을 맞추었다. 그렇게 살을 맞대었지만 따뜻하지 않았다. 여전히 마음은, 얼굴은 추웠고 그에게 큰 감정이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꼈다. 마음은 고맙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의 마음을 따뜻하게 받아 줄 다른 이의 자리에 욕심내면 안될 것 같았다. 사랑이 아님을 확인했으니 물러섰다. 욕심이지 사랑이 아니니까.


어쩌면 사랑은 생각보다 단순한 것일까? 얼굴만 맞대도 사랑인지 알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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